우리가 예전에 좋아했던 제로 제로 세븐(0-0-7)이 아닌 제로 제로 투(0-0-2), 요즘 내 생활에 활력을 주고, 나를 설레게 하는 숫자 조합이다. 2개월 전쯤 우연찮게 피클볼(Pickleball)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전에 이름은 들어 봤지만, 공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다. 구멍이 숭숭 뚫린 플라스틱 공을 사용한다고 했다. 처음엔 아이들 장난감 같지 않을까 생각하고 별 관심이 없었는데, 피클볼을 접하고 나서는 이내 생각이 싹 바뀌었다. 무엇보다 무척 재미있었다.
“I am looking forward to seeing you next week!” 몇 차례 피클볼 게임을 마치고 헤어지면서, 안드레아와 그녀의 남편 빈센트가 각각 내게 다짐하듯이 외쳤다. 다음 주에 꼭 보자 면서 … 누가 이렇게 내가 오기를 바라겠는가 생각하니 내심 은근 흐뭇해졌다. 모임 장소는 동네 야외 피클볼장인데, 여기는 원래 테니스장이고 테니스코트 1개는 피클볼 코트 2개로 쓰인다. 커뮤니티 센터에서 운영하므로 입장은 무료이다.
안드레아와 빈센트 부부는 피클볼 게임을 통해서 처음 소개받았다. 피클 볼 배운 지 1달 정도 지나자, 어차피 게임을 해야 재미있게 치는데, 그러려면 우선 서브를 넣을 줄 알아야 했다. 서브 연습이 필요할 것 같아서 동네 야외 피클볼장을 들렀다가, 마침 인원 1명이 부족한 대만 남자 시니어들 팀에 얼떨결에 조인하게 되어 게임을 하게 되었다. 거기에서 스콧, 알버트. 토마스 등을 알게 되었다. 내가 게임을 심하게 방해하지는 않았는지, 자신들은 매주 나온다면서 모이는 시간을 알려주며 나오라고 권하였다.
안드레아는 캐네디언으로, 한 커뮤니티 스쿨에서 스콧의 음악지도 선생님이었는데, 작년부터 스콧이 안드레아에게 피클볼을 권하고 그녀는 남편 빈센트에게 권하여 이곳에 한 주에 1~2회씩 모여 피클볼을 즐겨 왔다고 한다. 이들은 모두 70대의 시니어들로, 나이를 잊은 듯 운동에 진심이고 즐겁게 모였다. 이들 중 안드레아가 특히 게임을 잘하는 것으로 보여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한 팀으로 게임을 할 때, 그녀가 해주는 격려와 다정한 말들은 그들에 비해 실력이 많이 부족한 내게 무척 위안을 주었고, 잘못 쳐도 마음이 편안해서 계속 피클볼 모임에 나가게 되었다.
제로 제로 투(0-0-2)는 피클볼 경기가 시작될 때 맨 처음 외치는 말이다. 서버의 점수 제로(0), 리시버의 점수 제로(0), 서브권의 차례가 두 번째(2)라는 뜻이다. 다른 운동과 다르게 피클볼은 복식경기에서 한 팀은 2명이지만, 처음 시작 시엔 서브 권을 1개만 줘서 시작부터 0-0-2가 된다. 처음 서브하는 팀이 점수에 유리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상쇄시키기 위한 룰이라고 한다. 피클볼장에 가면 여기저기서 “제로 제로 투”를 외치는 소리를 많이 듣게 된다.
피클볼장에는 그야말로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인종불문, 남녀노소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 피클 볼 스포츠의 동일한 룰을 적용 받고, 열심히 몸을 움직이므로 쉽게 서로를 이해하고 어울릴 수 있다. 피클볼은 운동 효과도 커서 테니스보다 부담이 적으면서도 유산소, 무산소 운동을 모두 포함해 체력 발달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심폐지구력과 순발력, 균형감각과 집중력 등을 높일 수 있으며 짧은 시간이지만 운동량도 상당하다. 피클볼은 “재미있으면서도 무리가 가지 않아 오래 즐길 수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내 평생 운동’으로 삼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피클볼은 1965년 미국 워싱턴주에서 처음 시작된 라켓 스포츠이다. 배드민턴 코트와 비슷한 크기의 작은 코트에서 탁구 라켓 비슷하게 생긴‘패들’이라고 불리는 단단한 라켓으로 구멍 뚫린 플라스틱 공을 주고받으면서 경기하는 스포츠이다. 피클볼은 테니스, 탁구, 배드민턴의 장점을 합쳐 만든 스포츠이며, 진입 장벽이 낮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피클볼은 최근 미국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스포츠로 부상하고 있는데, 빌 게이츠가 피클볼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피클볼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2028년 LA 올림픽 시범 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한다.
아직은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아서인지 눈에 띄는 단점은 별로 없는 것 같아 보인다. 물론 모든 운동은 부상 위험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몸 상태에 맞춰서 조심하면서 안전하게 운동을 하여야 할 것이다. 오늘도 피클볼 장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제로 제로 투”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비록 잘 못 치지만, 오늘은 어제보다는 나은 게임을 해야지’하는 기대와 설레는 마음이 들어서 얼른 들어가서 먼저 와있는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피클볼은 우선 재미있고 여러모로 유익한 운동이어서, 조금씩 실력을 늘려 가면서 앞으로도 계속 즐기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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