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가 크면 쥐, 작으면 생쥐다. 시골에 살면서 농부의 쌀을 훔쳐 먹으면 시골 쥐, 도시의 뒷골목을 쏘 다니며 쓰레기를 주워 먹으면 서울 쥐라고 한다. 복슬복슬 긴 꼬리를 하늘로 쳐들고 입안 가득히 도토리를 물고 사람들이 있는 곳을 두려움 없이 오가며 핸드폰 사진기에 담기면서 사랑받는 귀여운 다람쥐가 있는가 하면, 단 1초라도 지켜본 자의 온 몸에 소름을 돋게 만드는 극혐의 들쥐도 있다.
낡은 우리 집 주방에 쥐가 출몰했다. 쳐다보기도, 생각하기도, 상상하기도 싫은 바로 그 쥐다. 처음에는 잘못 봤겠지 했다. 뭔가 휙 지나간 것 같은데… 마음은 조금 찜찜했지만 흘려보냈다. 그러다가 셋째가 설거지할 때 앉은뱅이 의자 위에 올라서서 하는 것을 보고 키가 큰 네가 왜 거기 올라가서 하느냐 했더니, 생쥐를 봤다고 했다. 집안에 쥐가 들어왔다!! 더이상 쥐의 존재는 지나칠 수 없이 확실해졌다. 어떻게 해야 하나. 업체를 불러야하나. 집주인에게 하소연을 해야 하나.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찾지 못한 채 불안한 잠을 청해야 했다. 다음 날 부침가루를 보관하던 상자 안에 녀석들이 잔치를 벌인 현장을 발견했다. 교회에도 가져가고, 때로 비 오는 날을 위해 아껴둔 부침가루였는데... 다섯 봉지나 그대로 버렸다.
내 너를 반드시 죽이리라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당장 눈 앞에 쥐는 보이지 않았고, 급하고 바쁜 일정을 쫒아다니느라 쥐 잡을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큰 딸이 참다못해 쥐 잡는 끈끈이를 사 왔다. 딸과 나는 끈끈이 사용법을 의논하다가 쥐가 지나가다 발이 붙어 끈끈이에 잡히면, 살아서 발버둥 치는 장면을 상상하고 진저리 쳤다. 목숨이 붙은 생명을 쓰레기통에 산 채로 버려야 하는 것 아니냐. 우리는 그 어리석은 연민 때문에 덫 끈끈이 봉지를 뜯지 못했다. 그렇게 쥐 문제 결단은 차일피일 지연되었다. 그러다가 내가 보유한 최고가 애장 물품 중 하나인 단백질 파우더에 쥐가 뚫어 놓은 구멍을 발견 하기에 이르렀다.
몇 번이나 회개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왜 나는 즉시 옷을 찢고, 온 집안을 쥐잡듯이 털어서 회개하지 않았는가!! 스스로를 원망했다. 회개하지 않은 자는 눈물을 삼키면서 최애 단백질파우더를 쓰레기통으로 가져갔다. 그러나 어리석은 인간은 또 한 번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한다. ‘버리지 말까? 구멍 난 데만 걷어내면? 아무도 모르잖아. 누가 본 사람도 없고 말야.’ 정말 그런 생각을 했단 말인가. 쥐가 건드린 식품 안에 병균이나 바이러스가 있을까 봐 버려야 하는 것인데 누가 보고 있지 않으니 괜찮지 않을까라니! 쥐와 한 지붕아래 며칠 살더니 불감증이 지독했고, 심각했다.
쥐 문제는 “쥐” 문제가 아니었다. “죄” 문제였다. 쥐를 처음 보았을 때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쉽게 무시해 버렸다. 처리하지 않은 채로 시간을 흘려보냈다. 묵과해 버렸다. 죄를 뭉개고 있으면서도 괜찮을 거야. 안일했다. 어떻게 되겠지.. 그런 무뎌진 사고 안에서 과연 회개는 존재하지 않았다. 결단도 없었고, 상한 심령도 없었다.
망설임은 괜찮지 않다. 변화를 주저하다가 결국 죽음이라는 대가를 치른 후에야 깨달을 것인가. 쥐 문제는 나를 괴롭혔다. 이상태로 계속 살 수는 없다. 전쟁을 선포했다. 쥐 잡을 덫을 사방으로, 팔방으로 길목마다 두었다. 내 마음 심연의 무감각한 음침한 곳에 투지의 등불을 밝혔다. 그리고 반나절 만에 쥐를 잡았다. 한 마리가 끈끈이 위에 붙어 죽어 있었다. 새끼 손가락만큼 작은 생쥐였다. 징그러웠다. 하지만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에 묵념하고 처리했다. 다음날 다시 한 마리가 붙잡혔다. 녀석은 숨이 붙어 있었다. 끈끈이 위에 키친 타올을 한 겹 덥어 보기를 피했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쓰레기통에 던져넣었다.
쥐를 보면서 나는 죄를 보았다. 죄를 처리하지 못하는 내 깊은 죄성을. 쥐를 처리하면서 나는 죄를 대면하였다. 어둠 속으로 등불을 밝혔다. 쥐를 발견 했는가? 망설이지 마라. 단호해져라. 지금, 당장 쥐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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