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명히 운동은 예전보다 더 열심히 하고 있다. 헬스장에 예전보다 더 자주 가고, 달리는 거리나 운동량도 늘어났다. 처음에는 몸이 가벼워지고 체력도 좋아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운동이 힘들어진다. 같은 거리를 뛰는데 숨이 더 차고, 다리가 유난히 무겁다. 운동 부족인가 싶어서 훈련량을 더 늘려도 피로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많은 사람들이 운동 방법부터 먼저 바꾼다. 더 뛰고, 더 강도를 높이고, 덜 쉰다. 하지만 문제가 운동 방법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다면?
운동량이 늘면 몸이 사용하는 에너지도 많아진다. 운동으로 쓴 에너지뿐 아니라 근육 회복과 호르몬·면역 등 정상적인 생리 기능을 유지하는 데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운동을 시작하면 몸무게도 줄이려고 식사량을 줄인다. 고기나 생선은 칼로리가 높다고 피하고, 아침은 커피 한 잔으로 때우기도 한다. 운동으로 소모되는 에너지는 늘었는데, 몸으로 들어오는 에너지와 영양소가 줄어든 것이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이런 상태를 ‘낮은 에너지 가용성(Low Energy Availability)’ 또는 ‘상대적 에너지 결핍증(Relative
Energy Deficiency in Sport)’이라고 설명한다. 섭취한 에너지에서 운동으로 소비한 에너지를 빼고 남은 양이 몸의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기에 부족한 상태를 말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에너지 대사와 면역 기능, 근골격계 건강, 혈액학적 기능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운동 수행 능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철분은 운동 능력에 중요한 영양소다
보통 사람들은 운동과 관련된 영양소로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을 떠올린다. 하지만 철분 역시 운동 능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영양소다. 철분은 헤모블로빈을 만드는 데 필요하다. 헤모글로빈은 폐에서 받아들인 산소를 근육을 비롯한 온 몸 전체로 운반한다. 철분이 부족해 철 결핍성 빈혈이 생기면 산소 운반 능력이 떨어져 쉽게 지치고 무기력해진다. 그러면 유산소 운동 능력도 저하될 수 있다.
특히 장거리 달리기처럼 지구력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은 철분 상태에 더욱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운동 과정에서 땀과 소변 등을 통해 철분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장시간 달리면 발이 지면에 반복적으로 닿으면서 적혈구가 손상되는 ‘풋 스트라이크 용혈’이 나타날 수 있다. 운동으로 인한 염증 반응으로 철분 흡수와 이용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헵시딘이 증가해 일시적으로 철분 흡수가 떨어질 수도 있다. 물론 일주일에 몇 번 가볍게 운동하는 일반인에게는 운동 자체가 철분 결핍을 일으킨다고 볼 수는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운동량이 크게 늘었는데 식사가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다. 다이어트를 이유로 붉은 살코기(소, 돼지) 같은 헴철(흡수율이 높은 철분) 공급원을 피하고 아침까지 거르면, 철분 섭취량 자체가 바닥날 수 있다.
철분이 부족하다고 무조건 철분제를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철 결핍성 빈혈을 치료하면 운동 능력이 개선될 수는 있지만, 빈혈이 없는 가벼운 철분 부족 상태에서는 철분 보충제가 운동 능력을 높인다는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철분이 충분한 사람이 운동 기록을 높이기 위해 철분제를 먹는 것도 권장되지 않는다.
먼저 최근 운동량이 얼마나 늘었는지, 그만큼 식사하고 있는지부터 점검해 봐야 한다. 철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체내 흡수율을 높이려면 어떤 형태의 철분을, 무엇과 함께 먹는지가 핵심이다.
철분은 크게 헴철(Heme Iron)과 비헴철(Non-Heme Iron)로 나뉜다. 헴철은 소고기나 돼지고기 같은 육류와 조개·굴·홍합 등의 해산물, 가금류 등에 들어 있다. 비헴철보다 상대적으로 흡수가 잘된다.
식물성 철분인 비헴철은 시금치나 콩·렌틸콩·두부·견과류·씨앗·잎채소, 다크 초콜릿 등에 풍부하다. 흡수율은 헴철보다 낮지만 식물성 식품 역시 중요한 철분 공급원이다. 칼로리 부담이 적으나 비헴철을 먹을 때는 파프리카나·브로콜리·귤·키위·딸기 등 비타민C가 풍부한 음식을 곁들여야 체내 철분 흡수에 도움이 된다.
식사와 함께 커피나 차를 진하게 마시는 습관은 철분 흡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철분 섭취가 부족하다면 철분이 풍부한 식사와 커피·차를 조금 떨어뜨려 먹는 것이 좋다.
만약 충분히 쉬고 먹기도 잘 먹는데 피로가 사라지지 않거나, 예전보다 쉽게 숨이 차고 운동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면 의료진과 상담해 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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