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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이 어눌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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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6-09-18 09:17

민완기/(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출석하는 교회의 금요 예배 시간을 통해 EM청년부 담당 목사님으로부터 인상 깊은 주제의 말씀을 듣게 되었다. 출애굽기 모세가 떨기나무 불꽃 가운데서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어내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을 , 그가 내놓은 답은 인간적인 주저함 자체였다. “ 주여, 나는 본래 말을 잘하지 못하는 자니이다. 주께서 주의 종에게 명령하신 후에도 역시 그러하니 나는 입이 뻣뻣하고 혀가 어눌한 자니이다.”

민족의 운명을 짊어진 지도자로 피택되는 자리에서 그가 사양하며 내민 핑계가말의 어눌함이라니흔히 장면을 모세의 겸손함이나 혹은 소심함으로 읽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모세의 생애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고백 속에는 훨씬 복잡하고 쓰라린 이민자로서의 삶의 궤적이 숨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모세는 애굽의 왕궁에서 40년을 자랐다. 당시 최고 문명 언어인 이집트어와 학문을 아마도 마스터 했으리라. 그러나 40년은 미디안 광야에서 양을 치며 은둔자로 살았고, 80세가 모세가 마침내 하나님 앞에서 쓰임을 받으려는 순간, 자신은혀가 어눌하다 탄식을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말주변의 문제가 아니었을지 모른다.

히브리인의 피를 타고났지만 애굽어로 생각하고 낯선 광야의 언어로 세월을 견뎌낸 사람. 어쩌면 그는 히브리 동족들 앞에 섰을 느꼈을 언어적 결핍, 모국어인 유대어가 서툴고 낯설었던 자신의 정체성의 결핍을 토로한 것은 아니었을까.

모세의 고백은 오늘날 낯선 땅으로 옮겨와 새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이민자들의 삶과 그대로 닮아 있다. 언어와 문화의 경계선 위에 있는 이민 1, 1.5 그리고 2세들의 풍경이 바로 그러하다.

1세인 부모들은 자녀와 사회생활 앞에서 반쪽은 ‘어눌한 자’ 살아간다. 머릿속엔 누구보다 깊은 지혜와 뜨거운 사랑도 넘치건만, 영어로 이를 표현해야 되는 순간 생각들은 초라해지고 무뎌지고 만다. 마음만은청산유수, ‘이심전심 꿈꾸지만, 밖으로 나오는 서투른 아이들 발화는 무력감과 때로 상처가 된다.


산불이 번지는 순간, 대중 앞에 지도자가여러분 함께 힘을 모아 대형 화재를 진화합시다.” 표현을 하고, “나무가 타요. 우리 불을 빨리빨리 꺼요.”라고 어색한 억양으로 떠듬떠듬 이야기한다면

한편 1.5세와 2세들은 다른 경계의 외로움을 겪는다. 밖에서는 나름 완벽한 현지어를 구사하기도 하지만, 안에서는 부모의 모국어를 온전히 이어받지 못해 때로 심한 정서적 단절을 경험하기도 한다. 한국인도 아니며 결코 로컬 피플도 아닌, 언어와 문화 사이에서 있는 정체성의 어눌함 짊어지고 사는 것이다. 심지어 다소 극단적인 예이지만, 한국으로 돌아간 1.5세와 2세들 가운데 또래 친구들과 싸움이 났을 , 아이들로부터너네 나라로 돌아가라.’ 말을 듣게 되었다는 대목에서는 경계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제도적 연구와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멈출 없었다.

하지만 말씀의 핵심 주제는 하나님께서 바로 어눌함 거룩한 통로로 삼으신다는 사실이다. 하나님은 완벽한 웅변가나 매끄러운 논객을 찾아 출애굽의 지도자로 삼지 않으셨다. 모세의 서툰 입술 뒤에 아론이라는 동역자를 붙여주셨고, 무엇보다 모세의 입에 당신의 말씀을 직접 담아주셨다.

보통 사람들은 너무나 자주 자신의 유능함을 의지하고 스스로의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자신의 어눌함을 아는 사람은 겸손히 귀를 기울일 안다. 혀의 둔함 때문에 하나님의 입술을 기다리게 되고, 문장의 빈약함 때문에 그분의 신실하신 손길을 깊이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하나님은 인간의 어눌함을 통해 당신의 완전함을 드러내시는 분이기 때문이다.

삶의 경계선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며 고개 숙인 이들에게 어린이 찬송가 구절은 따스한 위로를 건네준다. “내가 연약할수록 더욱 귀히 여기사 높은 보좌 위에서 낮은 나를 보시네.”

세상은 매끄럽고 세련된 , 유능한 언어를 가치 있다고 말하며, 어눌하거나 서툴면 바로 뒤처짐으로 치부한다. 그러나 하늘의 계산법은 조금 다르다. 낮은 곳에 거하며 자신의 연약함을 고백하는 이들을 향해 높은 보좌의 눈길이 멈춘다. 은혜는 완벽이라는 견고한 성벽을 넘지 못하고, 오직 깨어진 연약함의 틈새로만 흘러드는 까닭이다.

스스로의 어눌함을 인정하고 각자의 경계 위에 멈춰 , 비로소 은혜는 시작되고 하나님의 신비한 문장이 쓰이기 시작하는 것은 아닐까? 언어의 서툶에 갇히고 정체성의 경계에서 아파하는 모든 이들에게, 모세의 혀끝을 감싸 안았던 거룩한 온기는 지금도 유효하다. 어눌했던 광야의 고백이 위대한 해방의 신호탄이 되었듯, 우리의 쓰라린 약함 또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 되고 노래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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