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이 약해져 일부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다. 이 부위가 터지면 뇌를 둘러싼 공간에 출혈이 생기는 '지주막하출혈'로 이어질 수 있다. 상태가 빠르게 악화해 사망이나 심각한 후유장애를 남길 수 있어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헬스조선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정 사례를 바탕으로, 심한 두통으로 응급실을 찾은 뒤 뇌동맥류 파열로 사망한 40대 여성의 사례를 정리했다.
◇사건 개요
40대 여성 A씨는 일주일가량 두통과 어지럼증이 이어지고 메스꺼움, 왼쪽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까지 나타나 B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뇌 CT(컴퓨터단층촬영)에서는 뚜렷한 급성 뇌출혈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오른쪽 중대뇌동맥 부위에 동맥류가 의심되는 소견이 있었다. 신경외과 협진과 뇌 MRI(자기공명영상) 검사에서도 급성 뇌출혈이나 감염 소견은 확인되지 않았다. A씨는 약물치료 후 증상이 호전돼 내원 약 6시간 만에 귀가했고, 이후 이비인후과와 신경외과 외래 진료를 받았다.
약 17일 뒤 A씨는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됐다. 119구급대가 도착했을 때 의식이 없고 청색증이 있어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C병원으로 이송됐다. 심폐소생술 후 자발 순환은 회복됐지만, 뇌 CT에서 지주막하출혈이 확인됐다. A씨는 뇌압을 낮추기 위한 뇌실외배액술을 받았으나 다음 날 뇌출혈로 사망했다.
◇유족 "뇌동맥류 놓쳐" vs 병원 "명확한 소견 없었다"
A씨 유족은 처음 B병원에서 시행한 검사에서 뇌동맥류와 뇌부종을 의심할 만한 소견이 있었는데도 이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쳤다고 주장했다.
반면 B병원은 응급실 내원 당시 검사에서 뇌동맥류 파열을 명확히 보여주는 소견이 없었고, 당시 증상과 검사 결과만으로는 뇌동맥류 파열을 확진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이었다.
◇"지주막하출혈 가능성 추가로 확인했어야"
중재원은 B병원의 진단과 이후 경과 관찰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는 40대 여성으로, 응급실을 찾을 정도의 심한 두통과 어지럼증, 메스꺼움, 목 통증 등을 호소했다. 중재원이 영상 자료를 다시 검토한 결과 당시 뇌 CT에서는 전반적인 뇌부종이 의심됐고, 병원에서 의심한 오른쪽 중대뇌동맥 부위와 별개로 전교통동맥 부위에서도 동맥류를 의심할 만한 소견이 있었다.
중재원은 이 같은 증상과 검사 결과를 종합하면 뇌동맥류 파열에 따른 지주막하출혈 가능성을 추가로 확인했어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B병원은 오른쪽 중대뇌동맥 동맥류 가능성만 기록했고, 경부강직 등 뇌막 자극 증상을 확인하는 진찰이나 뇌척수액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
이후 외래 진료에서도 두통과 목 통증이 계속됐고 양쪽 다리 뒤쪽 통증까지 나타났지만, 추가 정밀검사 없이 진통제 등을 처방했다. 중재원은 이런 상황에서 재출혈 위험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귀가하도록 한 것도 적절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중재원은 A씨가 첫 응급실 방문 전 이미 뇌동맥류에서 출혈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후 뇌혈관 연축 등이 진행된 상태에서 약 17일 뒤 다시 출혈하면서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추가 검사를 시행했다면 재출혈과 사망을 막을 기회가 있었을 것으로 봤다.
중재원은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B병원이 A씨 유족에게 2억 원을 지급하도록 권고했고, 양측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합의가 성립됐다.
◇갑자기 시작된 '극심한 두통'… 그냥 넘기지 말아야
뇌동맥류는 터지기 전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파열되면 갑자기 매우 심한 두통이 나타날 수 있다. 목이 뻣뻣하거나 아프고, 메스꺼움·구토, 시야 이상, 의식 저하 등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수초~수분 안에 갑자기 심해지는 두통 ▲평소와 전혀 다른 극심한 두통 ▲두통과 함께 목 통증·구토가 나타나는 경우 ▲의식을 잃거나 경련하는 경우 ▲말이 어눌해지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경우에는 즉시 119를 부르거나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뇌동맥류 파열에 따른 지주막하출혈은 주로 뇌 CT 등 영상 검사로 확인한다. 다만 출혈량이 적거나 검사 시점에 따라 초기 CT에서 출혈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증상과 병력상 지주막하출혈이 의심된다면 추가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증상이 잠시 좋아졌다고 안심해서도 안 된다. 소량의 출혈이 먼저 발생한 뒤 며칠 또는 수주 안에 다시 출혈하는 경우도 있다. 갑자기 발생한 심한 두통이 계속되거나 다시 악화한다면 신속하게 진료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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