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 목소리를 소환해 현대 문학의 지평을 넓혀 온 캐나다 시인 앤 카슨(76)이 올해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았다. 시인 겸 번역가이자 고전학자인 카슨은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시를 쓴다”는 찬사를 받는다.
캐나다 작가로는 2013년 앨리스 먼로 이후 두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이다. 2017년 이후지켜진 ‘남녀 격년 수상’기조가 올해도 이어졌다.
8일(현지 시각) 스웨덴 한림원은 “고전적 전통과 자유롭고 유희적인 대화를 나누며, 현대 문학의 새로운 형식을 개척해온 대담하고 창의적인 작품 세계를 기린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림원과의 통화에서 카슨은 “나는 지금 아이슬란드에서 바람 소리를 듣고 있다”는 짦은 소감을 전했다.
앤 카슨은 1950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에서 태어났다. 1981년 토론토대에서 고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를 쓰고 번역하며,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병행했다. ‘생업으로 고대 그리스어를 가르친다’는 짧은 문장으로 자신을 소개하기도 한다.
언어와 신화의 끝없는 변형을 실험하는 앤 카슨은 고대의 날것을 현대의 언어로 버무린다. 1990년대에 들어 카슨은 주목할 만한 작품을 잇달아 발표했다.
그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 받는 ‘빨강의 자서전: 운문 소설’(1998)은 압도적인 서정성을 장대한 서사시 형식 속에서 펼쳐보인다.
세상을 떠난 오빠 마이클을 기린 책 ‘녹스’(2010)도 카슨의 기념비적 작품이다. 한림원은 이를 “죽은 형제에게 바치는 사진·편지·글을 아코디언처럼 길게 펼쳐지는 형태로 엮어 상자에 담은 묘비명과 같은 작품”이라고 평했다.
카슨에게 “단어의 어원을 탐구하는 일은 모든 작업의 출발점”이다. 2024년 4월 ‘파리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인간으로서 말한다는 건, 매 문장마다 어둠 속으로 뛰어드는 절망감을 극복하려는 노력”이라고 했다. 그는 “내가 쓰게 되는 글은 그저 빛의 모습일 뿐”이라며 “마치 나와 빛 사이에 어떤 계약이 이미 맺어진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그 계약이 어디서 온 건지는 미스터리”라고 했다.
1996년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으로 A.M. 클라인 상을 받았다. 이 밖에 맥아더 펠로십, 구겐하임 펠로십, 그리핀 시 문학상 등을 받았다. T. S. 엘리엇상을 받은 최초의 여성 작가이기도 하다. 2020년에는 “고전 연구로 혁신적인 시학을 구축하고 현시대를 인식하도록 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아스투리아스공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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