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에 작황 악화 가능성··· 주요 식품 가격 압박
내년 캐나다의 식료품 가격이 더욱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엘니뇨로 인한 이상기후가 세계 식량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데다 캐나다 달러 약세까지 겹치면서 장바구니 물가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엘니뇨는 일부 지역에 가뭄과 폭염을, 다른 지역에는 폭우와 홍수를 유발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농작물 피해와 수확량 감소가 발생하면 식량 공급이 줄고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캐나다의 식품 유통·정책 연구자인 실뱅 샤를부아 교수는 지난 13일 유통업계 매체 ‘리테일 인사이더’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주요 식재료 가격이 이미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엘니뇨에 따른 공급 차질과 캐나다 달러 약세가 맞물릴 경우 2027년 식료품 가격이 추가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식료품 가격이 이미 높은 북부 지역 주민들은 추가 인상에 따른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그렇다면 내년 가격 상승 가능성에 주목해야 할 식료품은 무엇일까.
◇빵·밀가루 등 밀가루 식품
샤를부아 교수에 따르면 밀 가격은 지난 1년간 48.4% 상승했다. 밀 가격이 올랐다고 빵값이 같은 비율로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원재료 비용 상승이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
밀은 식빵과 파스타는 물론 케이크와 쿠키 등 다양한 식품의 원료로 쓰인다. 제빵·식품 제조업체의 원가 부담이 커지면 소비자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푸드 베이식스(Food Basics)에서는 빌라지오(Villaggio) 흰 식빵이 4.19달러, 셀렉션(Selection) 다목적 밀가루가 3.77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다만 이는 현재 가격으로, 내년에 실제 인상으로 이어질지는 확실하지 않다.
샤를부아 교수는 앞서 슈퍼 엘니뇨가 발생했던 2015~2016년에도 밀과 쌀 가격 상승에 따른 식품 가공 비용 증가로 관련 식품 가격이 6~9개월 뒤 올랐다고 설명했다.
◇과일·채소
캐나다 달러 약세도 식료품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이다. 캐나다 달러 가치가 미화 70센트 수준에 머물면서 수입 식품의 가격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국내 생산이 제한돼 수입 농산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
바나나와 아보카도, 상추, 피망 등은 멕시코와 미국 등 해외에서 주로 공급되는 대표적인 농산물이다. 샤를부아 교수는 캐나다 달러 가치가 미화 68센트까지 떨어질 경우 과일 물가 상승률은 4%, 채소는 5.5%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예를 들어 푸드 베이식스에서 현재 3.99달러인 방울토마토 한 팩은 약 4.21달러로 오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 번에 오르는 금액은 22센트에 불과하지만, 매주 장을 보는 가정이라면 누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다만 이는 캐나다 달러 가치 하락을 전제로 한 추정치로, 모든 과일과 채소 가격이 실제로 이만큼 오르는 것은 아니다.
◇옥수수·대두
옥수수와 대두 가격도 각각 29.7%, 21.4%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옥수수는 또띠야칩과 옥수수칩 등 각종 간식에, 대두는 두부와 두유 등의 원료로 쓰인다. 소비자가 옥수수나 대두를 직접 구매하지 않더라도 이를 원료로 사용하는 가공식품을 통해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현재 로블로스(Loblaws)에서는 실크(Silk) 두유 946mL가 3.79달러, 케 파사(Que Pasa) 또띠야칩 한 봉지가 5.25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원재료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경우 관련 제품의 가격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한편 쌀과 설탕 가격도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쌀 가격은 지난 1년간 38.9% 올랐고, 설탕 가격은 지난 1년간 17.1% 상승했다.
다만 모든 식품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샤를부아 교수는 캐나다의 커피와 코코아 가격은 1년 전보다 오히려 낮아졌다고 밝혔다.
엘니뇨에 따른 기상 변화와 환율 흐름이 내년 식료품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주요 원재료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빵과 쌀부터 과일·채소, 각종 가공식품까지 장바구니 부담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최희수 기자 chs@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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