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검토 공식화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합병 검토를 공식화했다. 머스크는 20일(현지 시각) 스페이스X 3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두 회사 이사회가 합병을 검토할 특별위원회를 각각 꾸렸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는 상장 후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냈다.
합병 논의가 막 시작된 시점에 스페이스X 몸값이 뛰는 것을 테슬라 주주들은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두 회사가 주식을 맞바꾸는 방식으로 합칠 경우, 스페이스X 주가가 비쌀수록 테슬라 주주가 받는 몫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보유한 해외 종목이다. 지난 19일 기준 보관금액이 214억달러(약 28조5000억원)로, 2위 엔비디아(174억달러)보다 많다. 스페이스X 보관금액은 28억달러로 17위다.
◇스페이스X 몸값 오를수록 테슬라 몫 줄어
머스크는 이날 “내가 이걸(합병을) 좋은 생각이라고 보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그렇다’(Yes)이다”라며 “하지만 결국 주주들이 이를 지지해줘야 한다”고 했다.
스페이스X는 지난 6월 12일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공모가는 135달러였다. 750억달러를 끌어모아 역대 최대 기업공개(IPO) 기록을 세웠다. 주가는 첫 실적 발표 다음 날인 지난 8월 5일 108.27달러까지 떨어졌다가 20일 147.79달러로 마감했다. 이 기간 36% 올랐다. 같은 기간 테슬라 주가는 321.55달러에서 373.71달러로 16% 오르는 데 그쳤다.
합병은 대개 한 회사 주식을 다른 회사 주식으로 바꿔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몇 주를 몇 주로 바꿀지 정한 숫자가 ‘합병비율’이다. 합병비율은 보통 협상하는 시점의 두 회사 주가를 기준으로 정한다. 스페이스X 주가가 저점이었던 지난 8월 5일 종가로 따지면 테슬라 1주는 스페이스X 2.97주와 값이 같았다. 20일 종가로는 2.53주다. 두 달 반 사이 테슬라 1주로 바꿀 수 있는 스페이스X 주식이 15% 줄었다. 지금 주가대로 합병하면 테슬라 주주가 받는 몫도 그만큼 작아진다.
◇흑자 낸 스페이스X, 몸값 더 뛸까
스페이스X의 3분기 매출은 145억75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161% 늘었다. 영업이익은 27억9100만달러였다. 작년 3분기(2억7300만달러 손실)와 올해 2분기(1억4300만달러 손실)의 영업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실적을 끌어올린 건 AI 사업이다. AI 사업의 매출은 75억6000만달러로 1년 전의 9배를 넘었다. 처음으로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이 속한 통신 부문 매출(52억4800만달러)을 앞질렀다. AI 컴퓨터 설비를 다른 기업에 빌려주는 사업과 코딩 AI 업체 커서 인수 효과가 컸다.
회사는 4분기 설비투자를 350억~400억달러로 잡았다. 3분기 투자(195억9300만달러)의 2배 정도이고, 3분기 매출의 2배를 넘는다. 회사는 새로 짓는 AI 설비의 투자비를 1년 안에 회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말대로 되느냐가 스페이스X 주가를 가를 전망이다. 스페이스X 주가는 20일 정규장에서 147.79달러로 0.11% 내렸지만, 실적 발표 뒤 시간외 거래에서 150달러대 중반으로 올랐다. 애널리스트 38명이 제시한 목표주가 평균은 222.71달러(20일 기준)로, 이날 종가보다 51% 높다. 실적과 전망이 스페이스X 주가를 더 밀어 올리면 합병 비율은 테슬라 주주에게 더 불리해진다.
합병을 반대한 주주가 회사에 주식을 사달라고 요구할 권리(주식매수청구권)도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 회사법은 상장 주식끼리 맞바꾸는 합병에는 대개 이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테슬라 주주가 먼저 볼 것은 웃돈(프리미엄)이다. 캐나다 RBC캐피털마켓은 스페이스X가 테슬라를 사들인다면 테슬라 가치에 20~30% 웃돈을 얹어줄 수 있다고 봤다. 테슬라 이사회가 의결권을 넘겨주는 대가를 요구할 것이란 판단이다. 웃돈이 붙으면 그동안 줄어든 몫을 일부 되찾을 수 있다.
합병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테슬라가 지난 19일 공개한 12월 3일 주주총회 안건에 합병은 없다. JP모건은 국방 계약을 많이 맡은 스페이스X가 중국 사업 비중이 큰 테슬라와 합치면 안보 심사를 받을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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