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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모시빛의 햇살아래너는 눈이 부시게도 빛나고 있었지.누군가를 향한 너의 기다림은하얀 여백이 되어가고 있었고지울 수 없는 명징한 약속은까만 상흔이 되어 나부끼고 있었어.고결하게 새겨진 너의 이름은성실한 애달픔을 묵묵히 지우며무심한 시간을 견뎌내고 있었지.하얗게 사무치는 천년의 침묵은한겹 두겹 수피를 벗겨 내었고,영혼을 향한 순백의 기도로 다시 태어났었어.빛과 어둠은 자리를 바꾸어 나갔지만너의 가녀린 뿌리는...
이봉란
황혼의 찬미 2024.01.22 (월)
J 에게,엊그제 이민 온 것 같은데 어언 30년이 훌쩍 지나고 이제는 성숙한 디아스포라의 길을 가고 있는 중이네. 내 인생에도 황혼의 자유가 찾아온 셈일세.자네가 보내 준 ‘황혼의 자유’ 라는 글 속에 보면 나이가 들어가면 노숙해지는 것도 있어 참 좋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서글픈 일도 있다네. 오미크론이 지난 이즈음 아는 목사님의 거동이 불편한 모습을 보면서……그렇지만 자고 싶으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고, 웃고 싶으면 웃고 내...
이종구
나의 문학 수업기 2024.01.22 (월)
  학원이란 잡지가 있었다. 1960 년대 중, 고교생들의 인기 잡지로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소년, 소녀 문사들의 문학 등용문 역할을 했다. 참으로 글을 잘 쓰는 친구들이 많았다. 거기에 실린 주옥같은 글들을 보면서 나는 언제나 저들처럼 멋지게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하고 한탄하고는 했다.  필자가 다녔던 대전 중학교 도서관은 규모가 꽤 큰 편이었다. 동, 서양의 고전을 비롯해 현대물, 교양 서적 등 만 여권의 장서가 사방 벽면을 가득 메우고...
이현재
끝끝내 매달리려마침내 매운 바람 끝흘러 내리는 눈물처럼마지막 잎 새는 떨어져 나갔다내가 지르고 싶은폐 깊이 눌렀던 고함을 걷어가을 나무 잎 새는 떨어져 나갔다작은 가지에 모든 얘기 걸어 놓고마지막 잎 새는떨어져 나갔다연 고등 새싹 피어 오르던 봄나는 네 앞에 서서새 출발의 새 다짐을갈증의 한 모금 찬물처럼입에 물었다견디다 보니 견디어도 무너지는세월의 회초리는고통에 웃으라고 윽박 지르더라그래도 봄이 오면겨울 견딘 나무에 새...
조규남
설화 2024.01.15 (월)
따사로운 햇살에들력을 풍요롭게 익히었던가을 바람도록키 넘어온 북서풍에 미련이 남아있는 사연들눈 속에 모두다 묻었다겨우내 창 두두리고흰 머리 날리며정이 많아 속 눈물 흘리는 너는살을에는 칼 바람 부는날별이 좋아 밤새워앙상한 가지에 피어낸 꽃 향기없이 피어난설화뒤 돌아볼 시간 없이 사라질 운명명일 햇님이 찿아오시면차거운 세상에 힘겨웠던 마음도함께 반짝이겠지또 시린 가슴 호호 부는날다시 피어나는 숭고함에옷 깃을...
리차드양
 언젠가 고국에서 유행했던 노래가 있다. 그 노래는 “쨍하고 해뜰날 돌아온단다~ ,”였다.  이 노래는 대한민국이 어려웠던 시절 많은 서민들에게 희망을 주며 많은 사람들에게 불리어졌던 대중가요이다. 그 당시 방송에서 흘려나오는 노랫가락은 내 입에서 무심코 흘러나올 정도로 잘 알려졌다. 모두가 힘든 시기에는 이렇게 희망을 주는 노래와 꿈을 갖게하는 설교는 듣는이들에게 희망을 갖게하거나 꿈을 꾸게하는 동기를 부여하는 힘이...
김유훈
왕궁의 후예 2024.01.15 (월)
   나이 어린 새 각시 수줍어 반 쯤 내민 빼꼼한 얼굴처럼 신비로움 품은 비밀의 정원, 비원이었던가? 그동안 키워준 친 어미 품이 식상했다고 성급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입양 부모 품으로 황급히 달려가는 꼴이 되어 버렸던게지. 미래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무지한 채 새로운 미래에 대한 설렘으로 채워진 지루한 기다림이었다. 어쩌면 대열에서 쳐지고 지쳐 버렸기에 무언가 새로운 인생의 달콤한 변화를 꿈꾸었을 것이다. 고국을 떠나기 전...
박혜경
새해의 기도 2024.01.15 (월)
올해도 저를 고통의 방법으로 사랑해주세요저를 사랑하시는 방법이 고통의 방법이라는 것을결코 잊지 않도록 해주세요그렇지만 올해도 견딜 수 없는 고통은 허락하지 마소서올해도 저를 쓰러뜨려주세요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쓰러뜨리신다는 것을 이제 아오니올해도 저를 거침없이 쓰러뜨려주세요그렇지만 다시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쓰러뜨리지는 말아주소서올해도 저를 분노에 떨지 않게 해주세요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해도 두 주먹을 불끈...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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