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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로부터의 자유
2024.06.17 (월)
아침에 일어나면 부엌으로 향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커피를 내리는 일이다. 작년에 구입한 캡슐형 커피 머신에 물을 붓고 캡슐 커피를 넣은 후, 버튼만 누르면 갓 내린 따뜻하고 향기로운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습관처럼 하루 일과를 커피를 내리는 일로 시작하고, 나 스스로도 커피를 마셔야 정신이 맑아지는 듯한 기분이 들곤 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가슴이 두근거리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화장실을 평소보다 더 자주 찾는 나를 발견했다....
윤의정
눈 오는 날의 풍경
2024.02.05 (월)
어린 시절 나는 눈을 참 좋아했다. 눈이 오는 날이면 동생과 뛰쳐나가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던 기억이 있다. 코끝과 손끝이 발개져서 집에 들어오면 갑작스레 따뜻해진 공기에 손발이 가려워 피가 맺힐 때까지 긁어 대곤 했다. 그래도 동네 친구들과 함께 눈을 굴려 가며 누가 더 큰 눈사람을 만들지를 겨루는 시간은 더없이 즐겁기만 했던 기억이다. 그 시절 눈이 오면 부모님이 “눈이 오네. 길 얼지...
윤의정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2023.08.21 (월)
나는 성격이 매우 급하다. 아니, 급해졌다. 그리고 이런 내 성격이 나는 무척 마음에 들지 않는다. 급한 성격은 사회생활을 통해 변해버린 것으로, 원래의 나는 아주 느긋하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마저도 아주 오래전 학창 시절의 이야기라 정확하진 않지만, 어쨌든, 그때는 지금과 같은 고통스러운 마음이 한참 덜했던 것도 같다.어린 시절 부모님이 너무 느긋한 내 성격 때문에 ‘속 터진다’는 이야기를 곧잘 하셨다....
윤의정
불혹(不惑)이 넘어 운전하며
2023.05.29 (월)
이제 캐나다 밴쿠버 생활 6년 차에 접어든 나는 캐나다 운전에도 얼추 익숙해졌다. 아주 많이 다른 건 아니지만, 한국에서 20년 가까이 운전했던 것에 비해 처음 밴쿠버에 도착해 운전 문화가 아주 약간 다르다고 느꼈다. 한국,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바쁘게 하루를 살고, 또 거기에 맞춰 움직이는 것은 무척 익숙했기 때문에 늘 쫓기는 듯 살았기 때문이다. 마흔이 가까워 왔던 캐나다 밴쿠버는 조금 달랐다. 물론 밴쿠버는 캐나다의 또 다른...
윤의정
1996년 그리고 2022년
2023.02.21 (화)
캐나다에서 살며 가장 많이 하는 일 중 하나는 운전이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 학교, 운동, 종교 그 모든 활동은 집에서 쉽게 걸어갈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대중교통도 한국에서 경험했던 것처럼 다양한 수단이나 노선이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자동차를 타고 가야 한다. 특히 운동을 하는 둘째는 다른 도시로 여기저기 원정 경기를 가기 때문에 꽤 장거리를 운전할 때가 잦은 편이다.먼 거리를 운전하다 보면 졸리거나 지루한 시간이...
윤의정
엄마 손은 약손
2022.12.14 (수)
최근 한동안 감기가 유행했다. 이 감기라는 놈이 얼마나 독했는지, 코로나보다 더 오래 여러 아이가 멈추지 않는 기침과 고열에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 중에 우리 아이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일주일 내내 기침하느라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 갇혀 지루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래도 더디게 조금씩 회복되더니 어느새 큰 아이는 깨끗이 나아 다시 학교에 나가고 친구들을 만나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반면 좀 더 어린 둘째 아이는 쉽사리 낫지...
윤의정
질풍노도의 옆에서
2022.07.18 (월)
열 두 살이 지난 큰아들이 요새 부쩍 짜증을 잘 내곤 한다. 아무래도 사춘기가 찾아온 것 같다. 평소 천성이 착하고 따뜻한 편이라 엄마인 나에게도 곧잘 “사랑해요.”라며 의사 표현을 잘하던 아이가 갑작스레 차갑게 대하거나 기존과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며 적잖이 당황 중이기도 하고, 내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아이와 부딪힘 없이 무난히 이 시기를 지날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다. 사춘기가 그렇게 어렵다.애들 아빠는 그렇게 사춘기가...
윤의정
눈을 치우며, 고마워하며
2022.01.24 (월)
얼마 전 눈이 연이어 많이 온 날이었다. 유독 몸이 좋지 않아 피곤한 아침이었던 터라 게으름을 부리고 있던 터였다. 눈이 워낙 많이 왔고, 기록적인 영하의 날씨가 예상되었기 때문에 반드시 눈을 치워야만 했다. 그래서인지 누워있는 내내 처리하지 않은 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내내 불편했고 왠지 일종의 할 일을 미루는 중이라는 죄책감도 있었다. 하지만 쉬이 몸이 일어나지지 않더라. 그렇게 마음은 편치 않게 한 시간 정도를 빈둥대며...
윤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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