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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살 2024.11.22 (금)
말갛게 세안하고 거울 앞에 앉습니다이맛살 모래톱에 세월이 파랑입니다잔물결 파고마다 들고 나던 이야기삶의 벼랑에서 눈물짓던 날의 기도눅눅한 하늘에 돋아나던 별과의 대화며미움과 용서로 문드러지던 순간들이살모사처럼 빳빳이 고개 듭니다남루하나 진솔했던 생의 일기장을꼼꼼히 손가락 다림질하는데잘라내고 싶은 가시들이 헛기침합니다삶을 한 번만 연습할 수 있다면가시 없는 파랑으로 너울거릴까요 오늘도 모래톱에 파랑은...
임현숙
가야를 찾아가는 길은 멀고 아득하다. 가야는 우리 역사 속에서 기록을 찾을 수 없으니 왕국의 흔적을 어디서 발견할 것인가. 가장 오래 된 한국의 역사서 “삼국사기”에는 가야의 존재가 없다. 겨우 “삼국유사”에 와서 ‘가락국기’라는 이름으로 가야의 건국설화가 인용되어 기록되고 있다. 그것으로 우리가 가야의 역사를 이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기원후 42년에 건국되어 562년에 신라에 망하기까지 엄연히 한반도 남부에 존재했던 여섯...
한힘 심현섭
    노랗게 무리 지어 핀 들국화의 은은한 향내가 완숙(完熟)의 가을을 알린다.고혹적인 모습으로 유혹하지도 않고 소소하게 무리 지어 피어 있다. 자세히 보면 고 작은 꽃에 꽃술도 있고 꽃받침도 있고 겹겹으로 포개진 꽃잎이 앙증맞다. 들녘에 나분히 피어 있는 모습이 아련하다.   서울에서 초등학교까지 함께 다닌 친구가 있다. 그는 몸이 약해 요양 차 시골에 갔다가 그대로 눌러앉았다. 대학에 입학할 때야 서울로 올라왔다. 시골에...
박오은
동구 밖 노을이 붉게 물든 쓸쓸한 언덕 위해맑은 눈망울로 갈망하는 수사슴 한 마리고요한 정적속에낙엽 한 잎 소리 없이 내려 앉네가슴깊이 새겨진 상처아픔을 어루만졌던 기억들증오와 솟구치는 분노로마음을 짓눌렀든 나날들 시간이 멈춘 듯고요한 세상에바람이 불어온다회오리 바람이곪아 터진 상처와 아픔증오와 분노는휘몰아치는 바람속으로 날리네그 빈 자리에기쁨과 감사와 용서로 채우내행복이 꽃피는 시간이 멈춰진 언덕 위수사슴...
손정규
떠나는 11월 2024.11.15 (금)
가을에 묻어가는가로수길 언저리 전설은 묻어 두고이야기만 남긴채 눈뜨고떠밀려 가니외로움이 내비친다  점잖은 좋은 시절간직하지 못하고 쫓기듯 가는 길에다시만날 가을날 찬란한순색의 빛을기약하며 서두른다
문현주
시애틀 기차여행 2024.11.15 (금)
인생의 황혼을 맞이한 사람들끼리 늦가을 단풍구경 하러 시애틀로 기차여행을 간다.우리는 30년전 빅토리아에서 만나 밴쿠버로 이사 나온 가족이다. 이른 새벽부터 부산하다. 보통때 아침의 하는 일을 초스피드로 줄여 로히드 스카이트레인 역을 향해 달린다. 만약에 새벽부터 첫차로 일하러 나가면 발걸음이 무겁지만, 이렇게 여행하려고 나온 새벽은 날아갈듯이 가볍고 즐거운 마음이다. 마치 어렸을 때 소풍 떠나는 전날 밤의 마음같이… 일행을...
이종구
영혜의 내면- [채식주의자]의 감상은 세대마다 강약이 다를 것이다. 소설 속 영혜는 평범하지만 넉넉하지 않은 아버지 세대에서 섭생을 강요받고, 어머니 또한 가부장의 그늘에서 존재감 없이 살았다. 영혜 언니는 착한 맏딸로 부모와 동생을 위해 희생하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 영혜는 자해한 후 입. 퇴원을 반복했는데 부모의 관심이 있기보다 언니의 보살핌을 받았다. 영혜의 환경이 독자들을 우울하게 만든다. 영혜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딸에게...
이명희
가을꽃 2024.11.15 (금)
이제는 지는 꽃이 아름답구나언제나 너는 오지 않고 가고눈물도 없는 강가에 서면이제는 지는 꽃도 눈부시구나진리에 굶주린 사내 하나빈 소주병 들고 서있던 거리에도종소리처럼 낙엽은 떨어지고황국도 꽃을 떨고 뿌리를 내리나니그동안 나를 이긴 것은 사랑이었다고눈물이 아니라 사랑이었다고물 깊은 밤 차가운 땅에서다시는 헤어지지 말자꽃이여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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