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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끈한 저녁 2024.10.11 (금)
밤참을 서둘러 먹고 드러누워 잠을 청합니다아무도 관여하지 않는 고독은밤마다 길동무라 거들어 줍니다친구가 나긋나긋한 손짓을 했고어깨를 빌려주었답니다시청하다 만 드라마 한 편은벽걸이 티브이에마냥 걸린 채로 있습니다뭐든 미완성은 많은 것에 의미를 부여해선지희망이 형광물질처럼 따라붙으니까요 책상머리에 앉아쓴답시고 쓴 시를테라스에 던져버리고멀미 나는 침상에서내내 되새김합니다버리고 나서 가치를 알아가는...
김경래
남자들만의 여행 2024.10.11 (금)
 “아버님~ 이달 말, 아이들 방학을 기해 구현이와 구민이가 아빠와 할아버지를 모시고 가는 남자들만의 ‘father & sons’ 여행을 계획해 봤어요. 7월 21일, 주일부터 26일 금요일까지 6일간이고 여행지는 Vancouver Island입니다. 아이들과 은지 아빠 그리고 아버님, 모두에게 뜻깊은 여행이 될 것 같은 데 …. 가능할까요? 꼭~ 시간 내셔서 함께 여행하실 수 있음 좋겠어요. 아버님 스케줄 보시고 연락해 주시면 자세한 내용은 추후 보내드릴게요.”  새...
권순욱
문밖의 손님 2024.10.11 (금)
옥련나무 잎에 바람이 설렁대는 아침이다. 아파트 뒤뜰이라 해가 비치기에는 이른 시각에 주방창 앞에 새가 한 마리 날아들었다. 새는 힐끔거리며 경계를 하는 듯했다. 아침마다 하는 일로핸드밀에 커피콩을 넣고 가는 중이다. 커피 향이 코끝에 감도는 이 순간이 좋아서 커피 맛도제대로 모르며 아침마다 거룩한 예식을 하듯 커피콩을 간다. 내가 커피 향에 취해 커피를 내리는동안 새는 여전히 두리번거리며 유리창으로 나를 관찰한다.비둘기다. 잿빛...
반숙자
딱 익기좋은 나이 2024.10.11 (금)
곧 한 해가 간다꽃같이 곱든 내 인생에불현듯 찾아온 코로나로정신이 혼미한 체허둥거리며 살아간 시간들어제는 코로나에숨도 못 쉬고오늘은 코로나로가게 문 닫고참 소중했든 내 나이의 한 해가 속절없이 다 간다이젠다 비우고다 버리고다 잊자또 한 해가 온다언젠가 봄이 오고파랗게 새순이 자라나듯봄바람 따라 다가올 중년의 멋진 느낌스쳐 간 인연으로 아파하지 않아도충분히 족할 인생의 이력지나간 삶의 무게로 힘들지 않게익어 가기 딱 좋은...
나영표
사람은 죽는다. 누구나 그런다.나는 지금 관 속에 누워있다. 0.5평의 좁은 공간에 어둠이 밀려와도 모른다. 죽었어도 아직 귀는 살아있다. 5감 중 4감은 돌아갔지만 청감은 영혼이 떠날 때 갈 것 같다. 듣되 말은 할 수 없는데, 청각이 더 버틴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들 할지 모른다. 하지만, 아니다. 망자의 영혼에 산자의 음성은 어둠을 뚫는 가시광선 같은 빛줄기이다. 내 영혼도 청각이 떠나갈 때 함께 내 몸에서 빠져나갈 것이다. 97세 졸,...
박병호
꼬리 칸의 시간 2024.10.07 (월)
“저쪽 끝이 314호실이에요.”안내인이 복도 끝 방을 가리켰다. 처음 와보는 요양병원, 가슴이 우당탕, 방망이질했다.고관절이 무너져 앉지도 서지도 못하게 된 노모가 이곳으로 옮겨온 게 일주일 남짓, 좁고지저분한 복개천을 돌아 멀뚱하게 서있는 병원건물에 들어설 때부터 마음 귀퉁이가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막혀 있던 가족 면회가 때맞추어 풀린 것은 기적 같은 일이지만시난고난 살아낸 한 생의 끄트머리를 이렇듯 심란한...
최민자
하늘을 바라보면 2024.10.07 (월)
어릴 적 거울을 땅 바닥에 놓으면내가 하늘로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그곳엔 아이스크림도맘대로 먹을 수 있을 것 같고알라딘의 구름 방석을 타기도 하고구름 꽃들이 비밀스러운 향기를나에게만 풍긴다 성인이 돼서는 거울 속 새벽하늘엔여러 구름새의 아침맞이가서로 교신을 충전하고오늘의 날씨 정보 알림 같다오후 햇살은 유칼립투스흔들림을 붙들어 놓고거울을 들어가 볼 수 없이 따갑다늘 따가운 시선 속에 어른이 되었고등 뒤가 따가운...
강애나
고엽(枯葉) 2024.10.03 (목)
바람이 불면나는 낙엽어느덧지나온 길에낙엽은 지고또 지고접혀진 갈피마다빛 바랜 세월쌓여진 고엽언젠간 부서져흙으로 가고앙상한 가지에는그리움만 남을그길바람길 간다낙엽길 간다걸친 옷 훌훌 벗고웃으며 간다
늘샘 임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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