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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집
2020.12.21 (월)
이영춘 / 캐나다 한국문협 고문 하늘이 내린다 적막이 내린다발 시린 들고양이 들창문에 몸 숨긴다어깨 시린 달, 발그레 눈 비비며처마 끝에 걸린다산모롱이 돌아 나간 우체부 발자국발자국마저 아득히 멀어진 집눈에 묻힌다 꽃 속에 묻힌다기침소리 고요로 잠든 집툇마루 끝에서 잠 청하던 삽살강아지부스스 꼬리 털고 일어나 인기척에 귀 세운다눈이 온다 천사가 온다세상 소리에 귀 닫은 집세한도 한 채 홀로 떠 있다
이영춘
빗물 젖은 빵
2020.12.14 (월)
전재민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한 그릇 숲받쳐들고빗물 젖은 빵입에 넣으며하늘을 본다 갈 곳도오라는 곳도반겨주는 이조차없는데따스한 종이 컵 속 숲빗물이 더 들기 전호호 불며한 모금 한 모금떠 넣는다 웅덩이 빗물마시기위해하늘 쳐다보는 비둘기처럼숲과 젖은 빵먹으며 하늘을 본다 점심은 어디 가서먹을까날개 젖은 비둘기가쓰레기통 빵 부스러기 쪼듯도시 집시도젖은 빵과 숲을 먹는다 차가운 콘크리트 도로 위잠든 침낭 속...
전재민
사투리에 대하여
2020.12.14 (월)
정성화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내 귀를 보고 있으면 좀 안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얼굴에 달려 있는 죄로 오십 년이 다 되도록 투박한 경상도말만 듣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세수를 한 뒤에는 귓바퀴부분을 수건으로 정성껏 닦아준다. 매일 억센 경상도 사투리가 날아와 탕탕 부딪히는데도 나의 귓바퀴는 여전히 그 형을 유지하고 있으니 참 용하기도 하다.서울 나들이를 가면 귀가 제일 좋아하는 것 같다.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서울...
정성화
가을 사슴
2020.12.14 (월)
김계옥 / (사)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고즈넉한 산기슭 풀숲 사이로마중나온 한줄기 햇살가득히그림처럼 서있는 사슴 한 마리 한줄기 소슬한 바람결에화들짝 놀란 얼굴온통 까만 눈망울은파란 가을 하늘 머리에 이고가을빛 일렁이는 호수같구나 긴 목을 타고 도는태고의 슬픈 가을 전설처럼먼길 넘어 떠난 그리운 그림자 오늘도 얼룩무늬 갈색옷 휘날리며뜨거운 연모의 호숫가를 달린다
김계옥
한 걸음 더 세상 속으로
2020.12.14 (월)
조 정 / (사)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어미 거북이가 모래 속에 알을 낳고 두 달이 지나면 새 생명의 움직임이 꿈틀댄다. 새끼 거북이들이 생존의 무기인 이빨(carbuncle)로 알의 내벽을 깨는 시기이다. 이빨이 부러져 피가 흘러도 결코 같은 동작을 멈추지 않는다. 알을 깨고 나온 새끼 거북이들에겐 두터운 모래성의 또 다른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다. 간신히 해변에 머리를 내민 새끼 거북이들은 독수리와 갈매기들이 잠들 때를 기다려,...
조정
음악가 (musician)
2020.12.07 (월)
박혜정 / (사)한국 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생각과 감정을 음으로 나타내는 것이 바로 음악이며, 이를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전달하는 사람을 ‘음악가’라고 한다.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사람, 지휘를 통해 연주자들을 이끄는 사람, 악기를 다루며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내는 사람, 음악을 창작하는 사람 즉 성악가, 지휘자, 연주자, 작곡가등 클래식이라는 순수음악 분야의 예술 활동을...
박혜정
본능
2020.12.07 (월)
김회자 / 사)한국문인협회밴쿠버 회원 소년이 야릇하게 웃고 있다소년의 눈이 기계처럼 돌아가던 잠자리 눈에 박히다외계인 같은 눈투명한 날개와 미끈하게 쭉 빠진 꽁지에 박히다 그의 눈빛이 야릇해진다꽁지를 반쯤 툭 자른다잘린 꽁지 끝에 미세한 떨림이 있다소년은 잘린 부분에 강아지풀을 끼워 하늘로 날린다 잠자리바람을 가르던 날개짓 아직 남아있다허공을 움켜잡으려는 발끝에 어둠이 몰려온다.
김회자
자연이 주는 빵을 구우며, 기다리며
2020.12.07 (월)
윤의정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코로나로 인해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일상에서 누리던 것들과 멀어지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집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익숙해져 갔다. 가구 배치를 바꾸고, 정원을 가꾸고, 빵을 구우며 사람들과 함께 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으려 했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무료하기만 하던 하루하루가 점점 더 기존과는 다른 일상으로 바뀌어 갔다. 물론 여전히 나는 언제 돌아올지 모를 예전의 일상을 그리며 기다림의...
윤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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