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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빨강반 선생님으로 유명세를 조금 날리고, 지금은 노랑반 선생님이다. 온라인으로 하늘반을 가르치고, 성인반도 가르치는 나는 케이티쳐(K-Teacher)이다. 이 글은 캐나다에 살면서 일주일에 총 9시간이라는 적지 않은 시수의 한국어 수업을 맡은 대단했던 지난 학기에 대한 기록이다. 한국에서 큰 애가 세 살 되는 해에 캐나다에 이민을 왔다. 그리고 3년, 4년 터울로 아이들이 계속 태어났다. 타향살이 십여 년이 지났을 때, 우리 집에는 어른 두...
김진아
다크 서클 2024.12.16 (월)
며칠 전부터 형광등을 켤 때마다 아슬아슬했다. 스위치를 올리면 한두 번 끔뻑거린뒤에야 불이 들어왔다. 그러던 게 오늘은 아예 반응이 없다. 의자를 놓고 형광등을 떼어보니 양쪽 끝이 거무스름하다. 백열등보다 느린 녀석이 제 긴 몸에 불을 당겨오려고 얼마나애를 썼던지 ‘다크 서클’이 짙다.  이젠 불을 끌어오지 못하지만, 일하는 내내 뜨거웠을 형광등의 몸체를 잠시라도 선선한곳에 눕혀준다. 내가 형광등의 다크 서클을 예사로 봐 넘기지...
정성화
나의 여름 2024.12.16 (월)
오늘 아침문을 열고 나오니아, 여름 냄새!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네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분주히 너를 맞을 준비를 할거야길어진 잔디를 깎았어새로 핀 노랑 꽃들이 이제야 보이네겨우내 덮어두었던 테이블과 의자를깨끗이 씻어 말리고예쁜 걸 좋아하는 너니까반짝이는 알전구도 달아놓을 게얼음은 넉넉히 준비해 두었어네가 오면 시원한 커피부터 타 주려고상큼한 과일도 냉장고 가득 채우고예쁜 접시도 사러 가야겠어깊어 가는 여름 밤,우리...
윤성민
잡초 2024.12.06 (금)
원하지 않았기에필요하지 않았기에너를 잡초라 하지만 세상 무엇도 누구도모두가 원하지 않고모두가 필요로 하지 않는다 비록 이름조차 모른다고 하여도아무 데나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고 하여도그것이 생명의 길 초대받지 않았어도마련된 자리가 있지 않아도자리 잡고 끈질기게 살아남아라 우리도 너희에게는바람직하지도 도움이 되지도 않는데자리를 빼앗아 차지하는 존재이겠지
송무석
늙음은 삶의 축제 2024.12.06 (금)
영국의 심리학자 브롬디는 인생의 4분의 1은 성장하며, 나머지 4분의 3은 늙어가며 산다고 했다. 지금 내 나이 87세니 65년을 늙어가며 살아온 셈이다. 그러나 늙는다는 것은 단순히 나이 드는 것이 아니라, 삶의 또 다른 모습이다.사람은 직장의 규정에 따라 정해진 나이가 되면 생업인 일터를 떠나야 한다. 이를정년퇴직이라고 한다. 나는 두 번이나 정년퇴직을 치렀다. 첫 번째는 내 나이 65세가 되던 해, 31년간 몸담았던 교수직에서 물러났다. 두 번째는...
심정석
냄새 2024.12.06 (금)
1970년대. 당시 서울대 교수 한 분이 미국의 유명 대학에 교환교수로 갔다. 달라도귀했고 더구나 국내에서 송금은 꿈도 못꾸던 시절이라, 이런 사정을  이해한 그 대학에서숙소까지 마련 해 주었는데 그 숙소가 대학 기숙사였다.  마침 사정이 비슷한 인도에서 온교수와 방을 함께 쓰게 되었단다. 문제는 아침 7시30분 경 일어나 샤워를 하는데 그 인도교수가 먼저 샤워를 하고 난 뒤라 인도인 특유의 카레 냄새가 나는 것이었다. 얼마를...
정관일
길을 걷다 문득얼굴도 없이 다가와살며시 안아 주는 화가를 만나다 그의 몸짓에 안긴 풀잎은그는 초록이라 하고그가 머문 자리에수선화가 방긋 그는 노랑이야 산딸기는 그를 마시고빨갛게 취했다 실토하고부른 배를 내밀며 담장 밑 호박은누렇다 무작정 우기고 한 세상 입 맞추고 노닐다뿌리까지 하얀 물 배었다고머리카락은 실실 고백하지만 눈 감으면 선명한첫 키스에 감전된 사랑의 빛깔자신만만 용 솟는 젊음의 푸른 눈가슴...
한부연
해피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는 자식도 없고 무척 가난했습니다. 할머니는 눈까지 보이지 않았지만, 해피를 자식같이 여기며 사랑했습니다.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위해 산에서 약초도 캐왔습니다. 봄이면 산나물이며, 가을이면 산열매도 따왔습니다.“할멈, 오늘은 산나리 꽃을 꺾어 왔구려. 지천에 야생화가 피었더이다. 할멈이 볼 수 있으면 참 좋아할 텐데.”할머니 얼굴이 환해지며 행복해 보였습니다.“영감,...
이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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