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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아이들이 집에 콕 박혀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이와 여러 자잘한 부침이생기더라. 한창 놀고 싶은 나이에 친구들과 뛰어놀던 일상을 보내던 아이들이 갑자기 아무것도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것이 꽤 힘들었을 법도 하다. 자기들끼리 도 자꾸 싸우고별거 아닌 것에도 쉽게 화를 내며 짜증을 냈다. 당연히 아이들은 매일 게임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경향이 늘어만갔다. 엄마인 나는 그런 모습이...
윤의정
사슴 2020.07.20 (월)
옛 시인이 노래했지모가지가 길어 슬픈 너를관이 향기로운 짐승 너를무척 높은 족속이었다고 모퉁이 나지막한 풀밭에지친 다리 쭈욱 뻗고 앉아우물 같은 눈으로 길어 올린길다란 속눈썹 어여쁘다   윤기 빛나던 너의 옷자락거뭇거뭇 저승 꽃 피어나고시간의 더께 덕지덕지 붙어주름진 모가지가 되어도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그저 편편便便한 얼굴을 하고마주한 채 바라보는 세상눈이 깊어서 자꾸 아픈 너 무명의 시인은...
강은소
“악! 엄마!”갑자기 누나가 소리를 질렀어요. 집안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큰엄마 큰아빠 모두가놀라서 달려 나왔어요.“하나야, 왜 그러니?”큰엄마는 신발도 신지 못하고 달려 나왔어요. 누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있었어요.“누나! 지렁이야. 지렁이는 안 무서워.”“징그럽잖아. 어서 잡아! 도망가지 못하게 밟아.”“지렁이는 빨리 도망치지 못해 누나! 생명이 있는 건 죽이면 안 돼.”“그래도…….”“허허! 생명이 있는 건 함부로...
이정순
통성명했어요 2020.07.14 (화)
정원 끝부분 양쪽으로 같은 나무가 한 그루씩 자라고 있다. 이사 올 때부터 자라고 있던 나무들이다. 다른 곳은 잡풀이 많아 다 걷어내고 정원수들을 심었지만 이 나무들은 그대로 두었다. 우리 집에 있는 어느 나무보다 오래도록 이 자리를 지켜온 나무들이다. 이름도 모르는 나무지만 베어내는 것이 아까워 그대로 두었는데 생명력이 좋은 지 다른 나무들보다 자라는 속도가 빨랐다. 왕성한 성장력 빼고는 특별한 매력이 없었다. 수형이 멋지거나 예쁜...
김선희
틈새 2020.07.14 (화)
언덕 넘어 날아온 풀 씨모퉁이에 오롯이 자리 잡는다틈새 사이로 피어오르는 들풀잘났네 못났네 다툴 사이 없이키 순서대로 고개를 내민다 빈틈만 보이면 올라서기 바쁜 세상살이 올려다보느라 고개 아픈 내게무릎 굽히며 내려다보게 하는 민들레 모든 걸 내려놓고 하얀 씨방이 되어가볍게 날아오르며 나를 힐끗 뒤돌아본다
유우영
33도 2020.07.06 (월)
태양이 가까우면 호들갑스럽고음식물이 열에 빨리 부화하는 건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사냥감만 겨냥한 채 얼마나 많이우리는 어중간해 했던가나사를 뽑다 말고어설프게 남겨둔다든지진입구가 통제된 극장 앞에서암표상과의 흥정한달지행인으로 드라마 한편 출현하고온 친척이 눈을 비비며 찾게하는검지와 엄지 사이의밀어 넣다 만 방향 감각의 잔해과연 대단하다팽팽한 줄 위로 다리 한 짝 올려놓는 일만큼찍찍이 위로 파리 날개 걸터앉은...
김경래
8・15 해방을 맞아 일본 강점기를 벗어난 지도 75년이 지났다. 하지만 친일 논쟁은 여전하다.나는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나 동면 산수골이란 마을에서 컸다. 산으로 둘러싸여 하늘만 뻥 뚫린산골 마을이다. 일곱 살 되던 해 소학교에 들어갔다. 고개를 넘고 개천 하나를 건너 한 10리쯤걸어서, 면사무소 와 주재소(파출소)를 지나야 내가 다니는 속초 소학교가 나온다. 나는 매일주재소 앞을 지나야 했다. 괜스레 두렵고 무서웠다. 긴 칼을 찬 순사가...
심정석
생명이 있는 뜰 2020.07.06 (월)
농막이다. 뒤로는 오성산이 나지막이 엎드려 있고 앞으로는 음성 읍내가 한눈에 들어오는서향집, 다 낡은 구옥이 내 창작의 밀실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자잘한 채소를 키워 먹고과일나무 서너 그루씩 흉내만 내는 미니 과수원이다. 지금 밖에는 태풍이 몰고 온 비가 종일 내리고 있다. 산자락이거나 계곡을 피하라는 텔레비전보도가 있었지만 몇 그루 안 되는 과일나무와 다 늙어 쇠잔한 농막이 걱정이 돼서 올라왔다.밭고랑에 수로를 따주고 처마...
반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