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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옷장을 정리했다. 버릴 옷들, 기부할 옷들을, 잘 개켜서 수납할 옷들, 날씨에 맞게 꺼내 입어야 할 옷들을 정리하고 나니, 하루 온 종일 옷장과 수납 장 근처에서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그리고 켜켜이 넣어두었던 옷에서 나온 먼지 들 과 기억나지도 않는 작은 천 조각들을 쓸어 담으며, 마무리를 했다. 그러면서 여러 생각이 들더라.정리하면서 새삼 깨달은 것이지만, 나는 옷을 참 많이 도 소유하고 있었다. 새로 산 옷이 많다기보다는...
윤의정
바람의 집 2024.11.01 (금)
허공 한 자락에 기준을 세워 놓고바람의 도움으로 짜 맞춘 선분들이점 과점 중심 거리에 오두막을 짓는다종종 마주 오는 측 풍 어둠을 밀고 있고팽팽히 소리치는 저항에도 무사한 현어느 날 주파수대로 곡 소리를 풍장 한다약점을 들춰야 혀 그래야 싼 방을 얻지변두리 죽만 울린 복부인 호객 행위첨단의 단말기 덕에 단속 망을 피한다부서져 내릴지언정 모양은 헐렁하게아니여 싼 것이 비지떡 아닌 감유바람이 사탕 발린 덕에 동이 난 임대 촌
이상목
스키터 증후군 2024.10.25 (금)
가버린 여름 뒷자락 따라 나간 저녁 산책길내 뒤를 밟은 모기 한 마리가눈치도 못 채게 허벅지 뒤를 물고 갔다이 까다로운 몸,아침이 되자 온 허벅지가 단단히 부어올라청양고추를 문지른 듯하다참 가벼운 녀석의 실처럼 가느다란 입으로실로 어마어마한 영향력이 아닌가나는 며칠간 잠 못 들고 가렵고 아프고 열이 나게 부어오른피부를 얼음찜질하며 모기의 생애를 생각한다어딘가 물속에서 태어나 해맑게 물장구나 쳤을 모든 갓...
이인숙
고맙습니다 2024.10.25 (금)
  나는 “굿모닝"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아침 9시면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는 캐어기버에게 건네는 인사이다.작년 4월 26일 예상하지 못한 교통사고가 났다. 그로 인한 검사 결과 왼쪽 뇌에 만성 경막하 출혈이 발견되었고, 또 사고 당시 운전대에 부딪힌 오른쪽 머리에 급성 출혈까지 생겼다. 나는 그때부터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고 있다.   일상을 돕는 캐어기버부터 신체의 재활을 책임지는 물리치료사(physiotherapist) 와...
심현숙
만삭의 여인 2024.10.25 (금)
   곧 서리가 내릴 세라 청자 빛 하늘을 이고 고구마를 캔다. 배불뚝이 고랑을 타고 앉아 호미 질을 하는 손길이 어느 때보다 넉넉하다. 고구마를 캘 때는 줄기 둘레를 널찍하게 파야 상처를 내지 않는다. 넝쿨이 무성해서 팔 뚝 만 한 수확을 기대했으나 잔챙이 뿐이다. 가뭄이 심했던 올해는 이만한 수확도 고맙기만 하다.이때 어디선가 툭! 하고 가을이 떨어진다. 보나 마나 알 밤이다. 밤나무 네 그루에 열린 밤 송이가 아람을 벌어 알 밤을...
반숙자
10월 2024.10.25 (금)
바람 찬 언덕에붉은 메이플 한 그루그 앞에 멈추어 서서물든 옷 자락 찰칵 찰칵프레임 안에 넣어 보는데사각 프레임 속 나무는숨을 쉬지 않는다바람이 지나간다저만치 손을 흔들며돌아보는 바람 한 줄기단풍잎은 고름 풀린옷 자락처럼 나부끼다가살포시 흘러내리고, 점점나무는 가벼워진다나무가 아름다운 건박제된 찰나 속이 아니라살아 움직이는 순간들장렬히 보내는 이별 뒤오는 기다림 때문인 것을자연 그대로 눈에 든나무의 시간...
강은소
산 (10) 2024.10.18 (금)
산은 저어 어머니의 넉넉한 품을 닮아흙과 돌과 그리고 나무들을보듬어 넓은 치맛자락에 가지런히 않쳐 놓고 산은언제나 그렇듯 자연의 순리에 비껴가지 않은 채 그저 하늘이 주는 대로 색채를 내 뺏는다 산은인간의 세상에서통제할 수 없는 시계의 마술상자에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미래를연결한 무지개다리처럼오늘신비의 샘에 비치는 그림자처럼산아 너의 형언할 수 없는형형색색 거룩한 자태에홀로 기도하게 하는구나*...
구정동
본능적으로 숨을 곳을 찾는다.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고 안전하다 느끼는 공간이 필요하다. 혹은 소수의 결이 맞는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곳을 그린다. 그곳에서 숨을 고르고 생각을 모으고 마음을 안아주는 시간을 보내길 원한다. ‘모나이 폴라이’를 처음 방문한건 지난 겨울이었다. ‘대림절 예술 묵상 피정’이란 이름으로 사람들을 초대하는 공간. “아버지 집에는 거할 곳이 많다.”라는 예수의  말 따라 지친 이들에게 쉼과 휴식을...
김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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