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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다, 그 강변 2019.05.21 (화)
메트로 타운을 떠난       한 떼의 지하철이       톱밥 냄새 수북한 수풀 건너       강변으로 치달았다       노을 꽃 무더기로 서녘 하늘에 걸려       서러운 허공       내 무슨 염치로 이 황홀한 삶을 거절하랴       흔들리다가        흔들리다가 내 집으로 뛰어든 그대 강물이여       강물만큼 나를 기다려준 이도...
김영주
“아들, 어서 홈 리딩 숙제해! 뭐하니?”“엄마, 어서 빨리 와보세요! 여기요! 보여 드릴 게 있어요. 아주 중요한 것이 있어요.”“아들, 엄마 너무 바빠. 지금저녁 하잖니? 할 말 있으면 그냥 와서 말해. 그리고 너 빨리 홈 리딩 숙제하라니까,선생님께서 숙제해오라고 아젠다에 써주셨잖아.”저녁 식사를 준비하며 3학년 아이와 작은 실랑이가 있었다. 들어와서 책 한자라도 보라는 나와 정원에 나가 들어올생각을 하지 않는 아들과 점점 목소리를 키우며...
윤의정
출발 2019.05.21 (화)
내가 지났던 길최선을 다하지 못한후회와 아쉬움이 깔려 있었다내가 밟았던 자리고난과 불행의 그림자가때론 따라오곤 했다내가 걸어야 했던 길높은 오르막길을 지나꼬불꼬불한 산길을 거쳐숨 돌리기도 바빴었다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험난한 시간을 긴 밤 세워 걸으며 견디어서더욱 두텁고 단단한 두 다리가 지탱하여 자랑이 되어 준다앞으로 걸어갈 길이자갈길이든 흙탕길이든 경사길이든듬직해진 두 다리로 가볍게 걸을...
김윤희
곱게 누워 계신 엄마는 정말 아름다웠다. 연하게 화장한 얼굴에 고운 색의 한복으로 마지막 성장을 한 모습은 돌아가신 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생전에 이렇게 많은 장미 꽃 속에 계신 적이 있었을까……. 장미 한 송이도 손에 들려드리지 못한 자식들의 한을 풀어주듯 장미꽃 속에 그렇게 누워서 우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검은 색과 아름다운 유채색의 조화가 여기가 장례식장인지 모를 정도로 묘하게 어우러진다.  새벽의...
김베로니카
열기구 2019.05.13 (월)
열기구는 혼자 더워져서하늘에 오른다속에 담은 불이 너무 견디기 힘들어높은 산 위에 푸른 가지 사이를 떠 있어야 한다당신이 돌아오는 날멀리 지평선 너머로 먼저 보고다시 땅으로 돌아와 있을 것이다그냥,아무 일도 없었다고언제 돌아왔냐고봄이 남풍을 실어오면 오신다 했었다고.
김석봉
山이 걸어와서 2019.05.13 (월)
산이 좋아서 산자락에 비둘기집 같은 둥지를 틀고 땅을 일구며 사는 내게 어느 날 산이뚜벅뚜벅 걸어와서 “당신은 신선이외다.” 일러주고 갔네. 초록빛 실바람을 타고 봄이 살포시영 너머에 내려 앉으면 가슴을 마구 설레이게 하는 쪽빛 동경이 너울거리고 파아란 오월에는터질 듯한 그리움이 메아리되어 사는 곳. 비 개인 아침에 반가운 얼굴로 한 달음에 달려와다정히 악수하는 산. 거긴 긴장에서 풀린 지성인들의 안식이 있고 때묻지 않아...
반숙자
엄마 생각 2019.05.13 (월)
쪽빛 하늘과 어우러진양털 구름이 눈에 보이면아픔이 가슴 밑바닥에서샘처럼 솟아 오른다엄마의 옥색 치맛자락 끝에 매달려치근대던 세상 풍파가한없이 미웠던 시절자식들의 억지 투정에뒤돌아 흘리시던눈물 빛깔을 보는 것 같아...잿빛 하늘이무겁게 내려앉은 오후비에 젖은 나뭇잎이하나 둘 떨어질 때면마음 한 구석이쓰리고 아파 온다철없던 젊음의 과시로 인해가지 많은 나무에바람 잘날 없었던 많은 날들에무겁고 힘들었을 엄마의...
장의순
도시의 오아시스 2019.05.06 (월)
 노란 꽃술을 내민 감자꽃 한 다발을 남편이 말없이 건넨다. 수확기를 앞두고 감자알을 굵게 만들기 위해 꽃을 따내는 남편 옆에서 나는 잠시 감자꽃을 들여다본다. 희고 보드라운 꽃잎 가운데 샛노란 꽃술을 뾰족이 내민 감자꽃은 너무나 앙증맞다. 키 큰 미루나무 가지에 모여 앉은 찌르레기들이 소리 높여 재잘대기 시작한다. 멀리 눈 덮인 골든 이어 산이 보이고 코퀴틀람 강이 흐르는 콜로니 농장 주변 풍경은 언제나 평화롭다. 200여 종의 철새...
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