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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어머니 2019.05.06 (월)
다정한 오월이 오면 어머니 그리워카네이션보다 진한 눈빛으로허공 저 너머 둘러봅니다늘 허약하셨던 어머니풋풋한 시절 비 내리던 날교문 앞 친구 어머니 보며 철철 젖어 달려갈 때아주 작은 부러움이 사춘기에 그늘이었지만친정 나들이 때마다고이 접은 쌈짓돈 쥐여주던 그 마음이제야 알 듯하여 가슴 저린데설핏 꿈에라도 못 오십니다사무치게 그리운 어머니풀잎을 스치는 바람으로 다녀가신다면흔들리는 풀잎 곁에 가만히 누워보렵니다엉클어진...
임현숙
수리수리 알렉사 2019.05.06 (월)
“알렉사, 턴 온 퍼스트 플러그.”  불꺼진 방문을 들어서며 알렉사에게 말을 건넨다. 알렉사는 스탠드의 불을 켜며, “오케이”하고 대답한다. 시간이 지나 잠 잘 준비를 하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고, 눈을 감았다.하지만, 여전히 켜져 있는 불빛이 거슬린다. 불을 끄기 위해 다시 일어날 생각을 하면 여간귀찮은 게 아니다. 누가 대신 불을 꺼 주면 얼마나 좋을까, 말 한마디로 불을 켰다, 껐다 하면참 편리할 것 같다는 상상을 해 본다. 그때,...
정재욱
봄비 앓이 2019.05.06 (월)
온종일 봄비가 내린다추적이는 빗소리에 아랑곳없이우산 속 아이들의 재잘거림은굵어진 빗방울만큼이나 활기차다저 맘 때였겠구나유난히 달리기를 좋아하던 아이속옷이 다 젖는 줄도 모르고빗속에서 첨벙첨벙 뛰어놀던 아이저 맘 때였겠구나첨벙대며 뛰노는 모습에사내아이처럼 군다고 혀를 끌끌 차며따뜻하게 안아 주시던 아버지그 아버지지금은 어디에서 다시 태어나누구를 안아주고 계시는지
정연미
똑똑한 자동차 2019.04.30 (화)
한국 문협 밴쿠버 지부회원/순수문학 등단캐나다 뮤즈 청소년 교향악단 지휘자자동차가 발명되기 전에는 사람이 끄는 인력거나 말이 끄는 마차 등을 이동수단으로 했다. 그러다가 자동차(CAR, VEHICLE, MOTOR CAR), 뜻 그대로 기계의 힘을 이용해서 자동으로 움직이는 운송수단이 생긴 것이다. 한국에서는 1911년에 미국산 포드 승용차 1대가 처음 도입되었고, 그 후 “개포동이란 동네 이름이 개도 포니를 타는 동네”라는 닉네임까지 붙으며 포니 자동차는...
아청 박혜정
꽃신 2019.04.30 (화)
일제 강점기 꽃다운 어린 나이에종군 위안부로 끌려간 나이 어린 소녀가 있었네알 수 없는 감옥에 갇혀 몸은 만신창이혼자 살아갈 수 없다네전쟁터 끌려온 언니들과 울고불고반항하면 할수록 온몸엔 피멍뿐온종일 고통 속에 신음하며 지내는 나날들해방되어 몇 달을 걷고 또 걸어 고향산천 왔건만소녀가 있어야 할 곳은 없었네끊지 못하는 목숨 부여안고 한고비 한고비어느새 나이 일흔, 여든을 넘기네한 맺힌 세상 내 몸뚱이야잊으려고 애를 쓰던...
혜성 이봉희
그냥 보내지 마라 2019.04.30 (화)
“어서 들어오우.”   누가 우리 집 대문에 들어서면 아버진 무조건 반긴다.   그러곤, “여기 밥상 좀 내와라” 하거나 “차 좀 타 와라” 한다.   행색이 남루하건 반지르르 하건, 장사꾼이건 나그네이건 가리지 않고 손님 대접을 해준다.자연 우리 집엔 공짜로 밥 먹고 가거나, 아예 몇 년 몇 달을 눌러 붙는 떠돌이들이 생긴다.   처음엔 ‘여보게, 자네’ 하다가 ‘김씨, 이씨’ 한다. 나중엔 ‘형님, 아우’로 불리며...
박성희
반찬은 초록이다 2019.04.30 (화)
강변을 들쑤시던 햇살이 길을 내자번쩍 정신이 드는 편린들 솟구치며로키를 데불고 간다 장엄한 봄속으로 춘망이 간절하면 고통도 저리 큰 것요란한 産室만큼 서러운 떨림 안에즐거운 봄날의 투정 반찬은 초록이다 내 진즉 삼고의 아픔을 알았거늘소소리 바람 안고 가슴을 열어보니초석에 울음 괸 흔적 어느새 봄날이다.
이상목
동행 2019.04.24 (수)
내가 남편과 결혼해 산 지 50년이 되었다. 남편이 아프지 않았다면 가족과 함께 한국에 나가 가까운 친지와 친척을 모시고 간소하게 금혼식이라도 하면서 그 걸 핑계 삼아 맛있는 음식이라도 대접했지 싶다. 그러나 그러지 못한 게 한없이 섭섭하고 가슴 아프다.  1969년 1월 25일 결혼하여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어찌 좋은 날만 있었겠는가. 비가 오는 날도, 바람이 부는 날도, 눈이 오는 날도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껏 한결같이 남편의 곁을 지키는 건...
심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