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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에서 가장 큰 가방을 꺼냈다. 앞뒤로 볼록한 가방의 모양새가 내 마음을 부풀게 했다.사실 나를 더 설레게 하는 것은 남편을 떼어놓고 간다는 거였다. 내 옷, 내 신, 내 모자, 내화장품 등, 내 소지품만으로 여행 가방을 꾸리는 것으로도 스트레스가 반은 풀리는 것같았다. 그가 오랜 승선생활을 끝내고 내 곁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모든 게 감격스러웠다. 칫솔통에 그의 칫솔이 꽂혀 있는 것, 그의 속옷이 빨랫줄에 널려 있는 것, 외출에서...
정성화
감기 2019.04.08 (월)
밤이 되니 기침이 더 심해진다낮 동안 집어넣기에만 급급했던 것들오장육부가 다 받아들이기엔 역겨운 것이다역겨워 자꾸만 토해내는 것이다독한 가래가 이끼처럼 목구멍에 달라붙어 숨쉬기가 매끄럽지 못하다힘껏 헛기침을 두어 번 해보지만껄끄러운 속내의 불순물은가라앉은 흙탕물속에서 눈가림만 할 뿐이다밤이 깊어지면서 열까지 오른다충혈된 눈으로 번진 욕망의 핏줄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씨름하듯혼절하듯 그렇게 밤의 대전을 치르고...
이화실
봄의 촉감 2019.04.04 (목)
(1) 수양버들누가 가야금을 뜯고 있다.맑은 진양조(調) 가락이 흐른다. 섬섬옥수가 그리움의 농현(弄絃)으로 떨고 있나 보다.숨죽인 고요 속에 번져 나간 가락은 가지마다 움이 터서 파릇파릇 피어나고 있다.누군가 촛불을 켜고 있다.마음 한 가운데 촛불은 바람도 없이 파르르 떨고 있다. 뼈와 살을 태워서 한 줄기 빛이길바라고 있다.깊은 밤중에 한 땀 씩 수(繡)를 놓고 있다. 바늘귀로 임의 얼굴을 보며, 오색실로 사랑을물들이면 별이 기울고 바람이...
정목일
봄길 2019.04.04 (목)
백석 천주교 묘지 길가한송이 제비꽃으로 피어난 어머니사무치게 그리워오월 꽃잎 싱싱한 아이들이 부르는 어머니 호칭에가슴은 난류로 흐르다가 때로는 곤두박질 한랭전선잃어버린 삼십 년참으로 길었던 광야의 시간거칠고 험한 강물에한 마리 연어로 거슬러 헤엄쳐 온회한의 길들을다시 접어 둘둘 말아 올리면언젠가 그 길가에  또 다른 제비꽃 한 송이 피어나고고갯마루에 올라서서 한 줄기 바람 닦아 내리면멀리 보이는 새로운...
신금재
어머니의 냄새 2019.04.04 (목)
나에게 어머니는 어떤 분이셨을까?위로 오빠와 언니 그리고 내 밑으로 줄줄이 동생이 넷이 있었던 나에게 엄마는 없고 어머니만 있었다. 말 배울 때부터 엄마라는 단어를 몰랐다. 어머니, 엄니 는 있었지만 엄마는 없었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쯤인가, 어머니가 후회스럽게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다. 너무 엄하게 아이들을 길렀더니 엄마 소리도 못 한다고. 그 후 우리 형제들은 오빠와 나를 빼고는 모두 어머니가 아니라 엄마라 불렀는데 나는 엄니란...
김춘희
Father's heart 2019.04.04 (목)
아버지의 마음김현승바쁜 사람들도굳센 사람들도바람과 같던 사람들도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어린것들을 위하여난로에 불을 피우고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바깥은 요란해도아버지는 어린것들에게는 울타리가 된다.양심을 지키라고 낮은 음성으로 가르친다.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눈물이 절반이다.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들이다.가장...
로터스 정
아무도 모르는 일 2019.04.04 (목)
똑바로 살자. 솔직하게 살자. 늘 감사하며 행복 느끼자. 이것은 내 삶의 철학이다.  세상은 장단이 있는 법. 오만한 지식분자, 큰 부자도 무식자 가난뱅이에게 손 벌릴 때가있고, 지혜와 경험을 무장한 사람들에게 도움 받을 수 있다. 누구든 우월한척 뻐기다가는누군가가 내지른 주먹에 한방 먹는다.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 만족할 줄 알면 행복한데, 때로 느슨하게 살고 남과 비교하며 과한욕심을 부린다.  아버지 친구 중 서울대...
박성희
모순도 모순 나름 2019.04.04 (목)
번지수 잘못 찾은 편지가 반송되듯때아닌 엄동설한 절기도 모르는 듯꽃눈을 맞고 걸으니 눈사람이 되가는듯 치열한 삶의전쟁 추위도 추위 나름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도 사람 나름그들과 이웃해사는 모순도 모순 나름 설핏 기우는 달이 처연한 모습으로던지는 메세지에 깨어난 모습으로연둣빛 화두를 찾는 멋스러운 모습으로
우림 이상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