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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 한 마리가 식탁 위에 놓여 있다. 겨우 한 뼘 키의 부엉이는 눈매가 매섭고 부리가 뭉툭하다. 동그란 눈과 날카로운 부리 대신 치켜뜬 눈매와 잘려 나간 부리, 발톱을 살짝 감춘 모습이 영 예사롭지 않다. 부엉이를 찬찬히 들여다보며 만든이의 암묵적 의도를 헤아려보는 아침이다.  무거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는다. 믿기지 않는 세상 소식에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기 힘든 날들이다. 우리 사회가 불확실성의 위기에 놓였던...
조정
80세 벽을 넘어서 2025.03.07 (금)
필자는 젊은 시절에 캐나다에 유학 와서 반세기하고도 4년 이상을 살고 있다. 어느덧 갑진년연말에 만 80이 되어 우리 나이 또래 사이에 많이 알려진 “80세의 벽”을 넘은 셈이다. 을사년을맞으며 제일 먼저 마음에 떠 오른 것은 중고등 시절 역사 시간에 귀가 닳도록 들어온 대한제국말기의 을사오적에 대한 기억이다. 아마도 요사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 현상으로 현대판을사오적이 다시 나타났다는 소리가 자주 들려오기 때문이리라. 실로...
김의원
일장춘몽 2025.03.07 (금)
일상에서 괴로움 꿈속에서라도 악몽에 시달림 없이날개 없이 날고늙어도 어린시절로 돌아가사랑할 수도 있는 꿈 깨어나면 허탈하지만그래도 잠시 행복했노라
전재민
두부 장수 2025.02.28 (금)
땡그랑요령소리 지나간다하얀 꽃 한 모베적삼 땀내 몽실몽실산수유 개나리진달래 철쭉다심고 싶었다꽃들은 채 피기도 전에 시들고껍데기만 잔뜩두부 사려땡그랑땡그랑고갯마루꽃상여가 젖는다울긋불긋 꿈길아가들 까르륵거리고마른 화병에 누군가는봄비를 담는다
백철현
샘플 웃음 2025.02.28 (금)
  다시 웃음 성형을 하기로 했다. 이 결심을 한 건 우리 강아지 스냅사진에 들러리로 등장한 내 얼굴에 충격을 받아서였다. 사실 지난 몇 달은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게 가버렸다. 정확히 말하면 한국의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을 지켜보느라 분노와 걱정으로 흘려보낸 시간이었다. 그랬더니 거기서 느낀 부정적인 감정들이 고스란히 내 얼굴에 새겨져 있었다. 그 얼굴을 보며, ‘내가 그만 세상사 물결에 휩쓸리고 말았구나!’하는 깨달음이 왔다....
박정은
1910년  4월. 이 분의 장례식이 미국 뉴욕의 한 교회에서 거행 되었다. 당시 그 교회에는 미국의 저명인사들과 수천명의 시민들이 이 사람의 장례식을 보려고몰려들었다. 추도사에서 당시 하퍼 브라더스 출판사 ( Harper & Brother's Printing Co ) 의 사장 하월 ( Howell ) 은 이렇게 말했다.      " 미국이 낳은 유명한 문학가들로 에머슨 (   Ralph Waldo Emerson 1803 - 1882 시인, 사상가 ),  롱펠로 (  Henry Worthworth Longfellow 1807 - 1882...
정관일
시간 2025.02.28 (금)
일찍이피터 헨라인이 만들었다는뉘른베르크의 달걀시계 바늘 하나 생겨났다인간들이 시간의 한쪽으로만매달리는 이유란시계의 할아버지해시계의 유언 - 시간을 잘 지킬 것 -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태어나자마자시간이 마련해준 강제적이자불합리한 노예 헌장이에 서명하게 된 그들은명령을 거부하거나 항거하는 즉시시간이 설치한 망각이라는 그물에가차 없이 포획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일부러시계라는 수갑을 찬 채스스로...
하태린
해부 2025.02.21 (금)
해부학실험실 삶과 죽음이 마주한다안녕하세요깨달음을 위해 드러누운 온기를 거부한 이는 말을 아낀다사랑받고 사랑했을 이름 모를 기증자의 차디찬 심장생각이 버리고 떠나 향기를 잃어버린 몸포르말린으로 취해버린 이 공간죽은 자가 산 자를 치유한다 손에 든 메스가 죽은 자의 과거를 연다열린 몸 안에서 상영되는 기증자의 삶긴 하루 끝도 없이 불붙인 한 개비 담배입술 굴뚝으로 뿜어내는 붉은 가래 연기저 멀리 형체를 감춘 위험이서서히...
김영선
사람이 사람을 피한다. 오고 가는 사람들끼리 나누던 정다운 인사는 사라졌다. 맞은 편에서 사람이 오면 ‘누가 먼저 비껴서나’ 기 싸움을 한다. 대부분 옹고집으로 뭉친 의지(?)의 한국인이 이긴다. 그러나 덩치가 검은 곰만한 사람이 전방 1미터까지 접근하면서도 비껴 설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면 도리 없이 내가 양보한다. 그리고는 중얼거린다. 이것 봐라. 젊은 놈이 예의도...
이원배
아프리카 대자연의 푸른 초원과 그 속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온갖 야생 동물들과 그들의 사냥 장면을 지프를 타고 관찰하는 사파리 여행은 아프리카의 상징이다. 아프리카에는 남아공의 크루그, 나미비아의 에토샤, 오카방고 델타,...
정해영
푸른 달빛이 앞마당에 내려앉은 추운 겨울이에요. 턱밑에 앞발을 모은 프린스는 은별이 누나와 헤어지던 때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비행기를 타기 전 누나는 나를 꼭 껴안고 약속했었지, 우린 다시 만날 거라고.’프린스는 며칠 전부터 시골 은별이 누나 외할머니댁에서 살게 됐어요. 오래된 한옥 마루 밑에서 살아야 하는 믿지 못할 일이 시작됐지요. 함께 살게 된 바우는...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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