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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70세 생신이 코앞으로 다가왔을 때였다. 숫자 70이 머릿속을 맴돌며 마음을 헤집었고,나는 그 숫자가 주는 특별함을 찾아보려 했다. 칠십은 고희 또는 종심이라고 부른다. 고희란 70세생일로 사람이 일흔 해를 사는 것은 드문 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또 종심이란 나이 칠십이되면 마음이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의미가 담겨있단다. 평균 수명이늘어나면서 칠순은 장수를 축하하는 의미보다 살아온 날을 치하하기 위한...
권은경
늙는다는 것 2021.08.30 (월)
권은경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늙고, 나이가 들수록 신체적으로 노화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과학과 의술의 발달이 인간의 생로병사에 관여하면서 기대수명이 늘어났다지만, 백세시대에서 백 오십 세까지 사는 시대가 온다고 해도 젊음을 죽을 때까지 유지할 수는 없다. 그것이 인간이 나면서부터 짊어져야 할 숙명이다. 머리로는 알고 있던 늙음에 대한 단순한 진리를 요즘 들어 가슴으로 느끼게 된다. 늙음과 죽음은...
권은경
보고 싶은 날에 2021.05.17 (월)
권은경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훌쩍 자란 딸아이가 아빠와 함께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게 된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부녀 사이로 오월의 훈풍이 날아들고, 벚꽃 잎이 눈부시게 흩날린다. 봄기운이 깃든 푸른 잔디 위를 사붓사붓 거닐며 나는 그의 환영을 따라간다. 생기 넘치던 젊은 날을 보내고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되어 있는 나의 아빠를…….아빠는 따뜻한 사람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고 아끼고,...
권은경
권은경 / 캐나다 한국문협 나는 금요일 밤을 좋아한다. 삶의 무게와 긴장의 끈을 풀고 온전히 향유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금주의 음원차트를 확인하고 새로 나온 케이팝을 들으며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홀짝인다. 취기가 오르면 한 편의 시가 되어 흐르는 사랑 노래를 찾아 흥얼거린다. 오래도록 기억되고 불리는 노래들은 하나같이 사랑 이야기가 많다. 노래 속 연인들은 매 순간 숨 막히도록 열정적인 사랑을 하고, 가슴 저리는 이별을...
권은경
맥스와 세바스티안                                                    권은경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2020년 봄, 캐나다에서도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전국 봉쇄 조치가 내려졌다. 필수적인 사회 경제 활동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활동이 금지되었다. 봄방학이...
권은경
하늘을 올려다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푸른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뻗어 보고 탐스러운 구름을양손 가득 움켜잡는 시늉을 해 본다. 캐나다의 여름은 무르익고 세상은 온통 초록빛이다.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은 마주할 때마다 경탄을 자아낸다. 대가를 요구하지 않지만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자연의 혜택을 받아 누리며 신의 은총이 우리의 삶을 채우고있음을 확신한다. 순간, 주책없이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지고,...
권은경
죽음을 바라보며 2020.06.08 (월)
건강하고 평안한 날에는 삶과 죽음에 대해 무감각했다. 죽음이란 나와 무관한 먼 이웃의이야기일 뿐 언젠가 나 자신과 내 가족에게 닥칠 일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느닷없이찾아와 사랑하는 이와의 영원한 작별을 통보하는 죽음 앞에서 인생의 허무를 절감할 수밖에없었다. 지난해 겨울 한평생 순실한 농부로 땅을 일구며 사신 시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의생전 마지막 모습을 영상으로 보았다. 앙상하게 야윈 얼굴로 눈을 감고 있는...
권은경
모국어의 이끌림 2019.12.16 (월)
아침부터 짙은 먹구름이 낮게 깔렸다. 피로에 지친 몸은 금방이라도 비를 출산할구름만큼이나 무거웠다. 늘어진 몸을 마냥 침대에 묻고 싶으면서도 한편 누군가 로부터 이해받고 공감대를 헤집으며 교류하고 싶었다. 바쁘다는 핑계와 생활의 염려로 멀어진 문학과인간적 소통의 단절이 가져온 결핍감 때문이었으리라. 몸을 일으켜 헛헛한 마음을 채우기위해 집을 나섰다.타국에서 모국어를 등지고 살아가는 이의 고달픔을 달래기 위한 선택이었을까?...
권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