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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이발사 2018.08.27 (월)
이민 와서 골치 거리 중의 하나가 머리를 깎는 일이었다. 주변에 이발소가 거의 없었고 몇개 있던 미용실은 익숙지가 않았다. 한국에서는 한번도 미용실을 간 적이 없다. 이민 와서처음 머리를 깎은 곳은 동네 타운 홈의 거실이었다. 거실 한쪽에 커튼을 치고 달랑 의자하나와 거울 하나를 놓고 한국에서 미용 경력이 있는 아줌마가 알음알음 찾아 오는사람들을 상대로 머리를 깎아 주곤 하던 곳이었다. 몇 년이 지나 이곳 저곳 한인이 운영하는 미용실이...
이현재
구불거리며 이어지는 옛날얘기 길은          할머니와 손주와 영혼이 엮기는 길          옛 것이 새싹으로 피어나는 길          세월의 간격이 손 맞잡는 길          두 발을 움직여 길을 걷는 것은          기다림을 가르는 일상 이지만          심장이 뛰어 피가 흐르는 것처럼          가슴의 요동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
조규남
푸근한 겨울비가 새벽녘부터 부산스럽게 내리던 올 이월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나는 밴쿠버 시온 선교합창단의 지휘자선생님의 권유로 손양원 창작 오페라 밴쿠버 공연유치 준비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 당시 나는 손양원 창작 오페라에 대해 무지해서 타이틀로 내걸린 손양원조차 낯설고 생소했다. 생동감이 있는 현장을 좋아해서 오페라며 뮤지컬, 오케스트라, 심지어 발레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무대공연장을 즐겨 찾던 나였지만, 오페라단의...
섬별 줄리아 헤븐 김
바람 앞에 서면 2018.08.27 (월)
바람 앞에 서면 흔들린다흔들리는 것이 어디 갈대뿐이랴너도 흔들리고 나도 흔들리는 세상의 흔들림에우리가 울던 그 어느 가을 날 아침처럼오랜 세월의 그리움이 꽃으로 피던약이 되는 시간 앞에서는세월도 꽃으로 핀다. 하나둘 우리 곁을 바람처럼 떠나도아린 시간을 우리는 견뎌야 할 일이다그것이 길이기에 우리는 이겨내어야 하는 일이다그 먼 이별이 우리를 흔든다 해도 익숙해지는 연습을 하자하늘에 별 하나 달아 놓고 그리움 세는...
추정 강숙려
별똥의 노래 2018.08.21 (화)
어렸을 때 나는 아주 내성적이고 용기가 없어서 동네에서 아이들과 잘 어울려 놀지 못했다. 오빠와 언니를 졸졸 따라 다니다가 놀이에 끼어줘야 놀았다. 그러나 한번 놀이에 끼어 한판하면 난 열심히 뛰고 숨고 신나게 놀았다. 엊그제 같은 옛날 이야기다. 나는 이제 무슨 놀이를 하고 살고 있지? 가끔 내가 뭘하고 노는지를 살핀다. 놀이라기보다는 자투리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는가 하는 것이다. 오늘처럼 아들 식구들이 모두 주말 캠핑을...
김춘희
풀밭에서 2018.08.21 (화)
나는 365일, 365편의 시를 쓰고 싶다             등 푸른 풀잎에 누워             온 몸이 싯퍼런 풀 냄새로 젖은              그런 시를 쓰고 싶다             삶이 생을 으깨고 짓누를 때             내 영혼의 집을 헐어서라도             시 정신이 맑은 어여쁜 시를 쓰고 싶은거다         ...
김영주
오, 스칼렛(Xcaret) 2018.08.21 (화)
호텔에 짐을 풀고 옥외 풀장과 연결되는 바닷가로 한걸음에 나갔다.결 고운 하얀 모래가 아기 볼처럼 보드랍다. 모래밭에 길게 누운 비치 의자, 짚으로 엮어올린 파라솔, 설렁설렁한 바람에 키 큰 코코넛 나무가 흔들린다. 바람 한 점까지 투명하다.비행기로 7시간도 채 안 되는 거리, 남미의 아름다운 바닷가에 어느새 내가 서 있다.캔쿤 남부 해안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 가면 자연 생태적인 테마 공원 세 군데가 있다.엑스플로러(Xplor), 셀하(Xelha) 그리고...
박오은
부들 옆에서 2018.08.21 (화)
부들 옆에 앉아서너를 생각한다연못은 가물어 물은 마르고부들 가지 위로까마귀 몇 마리 날아가는데초록색 지붕 아래네가 이름 붙여준 꽃과 나무들너의 꿈 이루어지는 날다시 피어날 거야마차를 기다리던 길가에부들 꽃은 빨강 머리 앤너처럼 피어나는 부들 한 송이푸른 하늘 흐르는 구름 따라가면기쁨의 하얀 길저 길 끝으로빨강 머리 앤 다시 달려올 거야
신금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