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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시인의 <찬밥>을 읽다 어머니와 아내의 생활을 다시 생각했다. 엄마가 찬밥을 혼자 드시던 일을 떠올리면서 엄마를 향한 그리움에 찬밥을 먹는다는 시다. 밥을 꼭 알맞은 만큼만 지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식구들이 먹을 밥이 부족하게 지을 수도 없으니 보통 조금은 밥이 남게 된다. 그 남은 밥은 보온밥통도 없던 시절에는 찬밥이 되게 마련이다. 그 찬밥은 누가 먹었을까? 말할 것도 없이 엄마, 가정주부의 차지였다. 나는 그런 '찬밥을 누가...
송무석
여름 신열 2018.08.14 (화)
먼 하늘 구름이산 너머열풍의 새김질을 바라보고 한 모금의 호흡도달아오르는 욕망의틈바구니를 빠져나가지 못해 차라리 북극의파란 바닷물이어느 지성의 사치스런 휘파람이려니 해바라기 벌판의구부러진 기차길이모든 나의 잔상을 삼켜버린여름 오후 축축한 등에 흐르는고뇌의 즙은밖으로 나갈길 모르는 방황의 신열이려니 상수리 나뭇잎 속으로 밤이오면차갑게 이는 각성의 바람속을 에이는 옹달샘 한 바가지 떠서다가오지...
김석봉
살아 있네! 2018.08.14 (화)
“살아 있네!”   한국의 죽마고우에게 오랜만에 전화통화를 했더니 불쑥 나온 말이다. 그러면서초등학교(소학교국민학교) 동창들 누구누구는 벌써 떠났고 자기도 미구에 갈 것 같단다.할망구는 집안 출입을 겨우 할 형편이고 자기는 병원을 이웃집 드나들 듯 하니 늙은 몸이얼마나 부지하겠느냐고 체념하는 목소리다. ‘100세 인생 노래’는 어쩌려고 죽는시늉을하느냐고 슬쩍 비틀었더니 악담하면 죄로 간다며 허허 웃는다.   40여 년...
고(故) 이종학
하루살이 2018.08.14 (화)
굉음을 토해내는나이아가라 폭포를 거슬러위험천만 외줄 타는외 발 자전거 같은인생살이 아슬아슬 살얼음판옴짝달싹 못 하는 외통수 길한 발짝 잘못 내디디면금이 가듯 깨어지는 인생살이 힘 빼고비우고 또 비워내먹고 살 만큼의 한 움큼 양식으로도배부른 인생살이  부단히 하루를 살아내는하루살이우리네인생살이
김혜진
소리와소음 2018.08.08 (수)
금방이라도 숨이 멎을 듯 목 놓아 울어대는 새소리가 잠을 깨운다. 아직 새벽인 듯 어둠도 가시지 않은 이른 시간이다. 무슨 사연이있어서 저리 울어 대는지 안쓰러우면서 짜증이 난다. 깊은 단잠에 빠져 있을 시간인데 잠을 깨운 녀석들이 밉기도 하다.우리는 잠에서 깨면 소리와 일상을 시작한다. 고요 속에서 창문을 열면 밀려드는 싱그러운 바람과 함께 차 소리 사람들 얘기소리 새소리 등 잡다한 여러 소리가 내가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해 준다....
김베로니카
이순耳順에 들다 2018.08.08 (수)
어엿이 내 나이 이순트로트보다 발라드가 좋고연인들을 보면 가슴이 벌렁거리는데거울 속 모습은 할머니 호칭이 어색하지 않다이순에 들어서니무심히 버리고 온 것들이 어른거린다하루가 멀다 붙어 다니던 친구장흥 골 어느 카페부부동반 교회 모임형제처럼 오가던 지인들뚱뚱보 우리 언니하물며아끼던 이쁜 그릇들이며내 눈물 받아주던 옛집의 능소화까지추억은 한창 젊고 어여쁘다이순을 넘어서니지난날 부끄러운 기억을 꼬집고미안하다...
임현숙
필연 2018.08.08 (수)
3년 전, 한국 '조선일보 에세이'난에 실린 내 글이 어떤 독자에게 꽂혔다. 궁금증이 인 그녀, 나에 대해 알고 싶었는지 인터넷을 검색하다 내 카카오스토리를 발견하고 뜬금없는 친구 신청과 댓글을 남긴다.그런데, 이게 웬일. 내 친구들이 달아 놓은 댓글을 쭉 훑어보던 중, 그녀의 고향 친구가 떡 하니 있지 않은가. 소녀 시절 신나게 뛰어 놀던 그녀의 옛 친구가 내 친한 친구로 말이다. 그녀도, 그녀 친구이자 내 친구인 그녀도, 나도, 경악을 했다....
박성희
칠월 2018.08.08 (수)
하늘과 함께 자라나는 숲기린처럼 목이 길어지고퍼즐처럼 초록물감 번져간다.숲이라 해서 한곳만바라보는 것은 아니다날아다니는 새에게 손짓하고건너편 숲 친구에게 한 눈 팔면서어부렁더부렁 살아가는 법을 익힌다바람도 이리 저리 날아다니고휘파람새도 졸음 쫓는 7월때론 바깥세상 꿈꾸며키 작은 나무가자꾸만 목이 길어지는 7월
유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