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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를 위해서일까그 무엇을 위해서일까 평생토록 하루도 거름 없이새벽을 깨우시는 우리 어머님 지난겨울 그 혹한 멀찍이 밀쳐낸 동구 밖어린 날 늘 내 귀가를 기다리시던우리 고향 마을 무릉도원 길 올해도 복사 꽃 흐드러져그 꽃불 미소환히 빛 밝히고 계시겠지 일제 치하 육이오 그 혹심했던 수난의 세월수선화보다 더 가냘팠던 어린 남매 데불고무명 잣기 명주 길쌈그 북채 실오라기 한 올 한 올 눈물 젖은 기도문들 촘촘히...
남윤성
최고의 밥상 2018.05.14 (월)
“천천히 마이 무라이, 거선 이런 거 묵기 힘들 낀데.” (천천히 많이 먹어라, 그곳에선 이런 음식을 먹기가 쉽지 않을 건데.)팔순 할머니가 막내 아들에게 아침상을 차리며 건넨 한마디다. 아침 일찍부터 어머니가 쌀을 씻고, 딸그락 딸그락 분주히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나도 아직 시차에 적응을 못한 탓인지 일찍 잠이 깨었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시간, 멀리서 “두부 사려~, 비지”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도 두부 파는 아줌마의 정겨운...
정재욱
후회 2018.05.14 (월)
비가 부슬 부슬 내리는 오후길을 걷는 발자국마다 몰라서 못했고알아도 못했던때 늦은 후회를 씻어내고 싶다.회색 빛 거리에 서면수 많은 생각들로방황하다 놓아버린기회의 순간들을 기억해위로 받아야 하는 이유를 찾고백세시대를 향해인생은 육십부터라는 외침도변명으로 들리는 아픔이 되면주름진 사이 사이세월의 갑질로 저당 잡힌 청춘의 외로운 발걸음들이온 힘을 쏟아내어열고 싶은판도라의 상자는 어디에?
장의순
생명을 죽이는 물 2018.05.07 (월)
이 세상 생명에 꼭 필요한 것은 태양 에너지와 산소와 물, 그리고 영양분이다. 먼저,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 광합성을 하는 플랑크톤이나 식물에서 먹이 사슬이 시작된다. 그러니, 태양 빛은 모든 생명에 꼭 필요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빛이 없는 캄캄한 깊은 동굴 속에 사는 생명이 있다. 만약 지구 에너지의 근원인 태양 빛이 영원히 오지 않는다면 지구는 엄청 추워질 것이다. 그 정도로 지구 온도가 낮아진다면 햇빛 없이 살아 시각이 완전히...
송무석
사랑할 수 있다면 2018.05.07 (월)
뫼비우스의 띠그대를 만나고그대를 보내고늘 내 안에 있는 당신그대를 사랑해내가 외로울 때 별을 통해 사랑을 알려 주는그 순간 기억해판도라의 상자 속에세상이 숨어 있네오랜 시간이 흘러그리움의 시간이 길어졌네먹먹한 가슴에이젠 비가 되어 내리네판도라의 상자 속에추억이 숨어 있네사랑한단 말을 하고 싶어내 귓가에 조용히 속삭여줘너만을 사랑하고 있다고언제까지나판도라의 상자 속에서나는 아직도 사랑 찾아숨바꼭질하고 있네.
혜성 이봉희
지구 별 뒤편 2018.05.07 (월)
저기 저 등 구부리고 가는 이 누구인가그의 어깨엔 알 수 없는 그늘이 걸려 흔들리고강물 소리 강 언덕 저 너머로 멀어지는데길 잃은 새 떼들 겨울하늘에 원 그리며 간다나는 세상 안에서 세상 바깥에서문득문득 오던 길 되돌아보지만거기엔 움푹움푹 파인 발자국뿐발자국엔 빗물 같은 상처만 고여 길을 내고 길을 지운다풀잎 같은 목숨, 이 광활한 우주 한복판에서 먼지처럼 밀려가고 밀려오는 생, 생의 어깨들나는 어린 왕자 같이 마지막 지구별을...
이영춘
현관 등을 갈다 2018.05.07 (월)
현관에 등이 나갔다. 센서 등인데, 집 안에 있을 땐 전혀 불편함이 없다. 들어오는 순간, 그리고 나가는 그 순간에만 깜짝 놀랐다. 어둡다. 신발을 신으러 혹은 벗으러 들어선 현관에 불이 들어오지 않아 깜깜하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아, 등 갈아야겠다.’   그래도 집 안에 들어온 이후로는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등을 갈아야 한다는 사실은 잊어버린 채, 내 일을 하기 바쁘다. 아니 실은 회사를 그만둔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남는...
윤의정
길 그리고 글 2018.05.01 (화)
주말 모처럼만에 문협 모임에 나가 오랜만에 반가운 문우들과 담소를 나누고 돌아왔다. 첫 화두로 나눈 것이 한국어의 순 우리말 가운데 우리 삶과 가장 밀접한 중요단어들은 대부분이 1음절이며, 또한 ‘ㄹ’받침을 가진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면 내가 다리로 걸으면 ‘길’이 되고, 손으로 써 내려가면 ‘글’이 되며, 생각을 담아 입을 열면 ‘말’이 되는 것이다. 내 정신을 ’얼’이라고 하며 내 모습은 ‘꼴’이라 하니 둘이 만나 하나를 이루면...
민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