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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필요에 따라 존재한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모기나 파리도 있어야 할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사는 써리에는 야생동물들이 많이 산다. 그 중에 하나가 청설모다.이놈들도 제 방식으로 살아가는 동물이겠지만 나에게는 성가신 존재 중에 하나다. 과일을 따먹는 것을 시작으로 씨로 넣어 놓은 콩도 파내 먹으며 내가 좋아하는 라즈베리 딸기도 먹어 치우기 때문이다. 지금 놈들과 지혜 겨루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박병준
동백꽃 핀다 2018.02.26 (월)
동백꽃 핀다.                                            류  월  숙  입술 깨물어안으로 여민 세월빨갛게 토해 놓고  매서웠던 겨울짓눈개비며 칼바람도알몸으로 딩굴어  봄 그리워찬 바람에 눈물 고이고작은 뜰 여윈 모퉁이햇살 한 자락몸져 눕는다  하루가 사흘이듯절망 같은 어두움이 지나고있어도 없는듯한 그림자로 태어나새...
류월숙
2월이 간다 2018.02.26 (월)
창이 밝아졌다. 안개에 갇힌 듯 어스름한 시야가 선명해지고 물러 있던 산이 다가앉아 보인다. 육안으로 느끼는 빛의 감도도 나날이 조금씩 달라져간다. 지금 내 창에는 하늘하늘한 시폰 커튼만 걸려있다. 그조차 거추장스러워 양 옆으로 젖혀둔다. 부드럽게 일렁이는 레몬 빛 햇살. 가을이 바람으로 먼저 와 닿는다면, 봄은 우선 빛으로 오는 것 같다.   유리창을 투과해 들어온 빛이 거침없이 내 방을 접수해버린다. 겨우내 가슴속에...
최민자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사랑한다는 말을 안 합니다아니하는 것이 아니라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같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웃는 것은그만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떠날 때 울면 잊지 못하는 증거요뛰다가 가로등에 기대어...
Lotus Chung
일몰을 기다리며 2018.02.19 (월)
무술년 새해가 왔다. 모두 바라보고 싶은 새해 아침, 떠오르는 일출 속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앞으로의 바램과 지난 세월의 아쉬움이 교차한다. 여러 해를 지나며 밝아온 새해 첫날, 지나간 추억을 마음에 담은 채 새해에는 조국 땅 대한민국에서 모처럼 새해 첫날을 맞고 있다. 일출 기회보다는 가까운 서해 일몰을 맞이라기 위해 여유로운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새해 아침이 지난 오후 한나절, 눈에 밟히는 해안가가 사뭇 낯선 풍경이다....
서정식
          하 늘 끝과 바다 끝이 닿아          한 줄로 이어진 곳 이라 해도          섣불리 수평선이라 부를 수 없구나.          멀어 가물한 작은 물결은          깨어지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도          찢겨 나가는 물방울로 흩어지고          바람에 불려 부대끼며          덮치는 큰 파도에 밀리고 있었네. ...
조규남
크루즈 단상 2018.02.13 (화)
작년 겨울에는 밴쿠버에 비가 너무 많이 내렸다. 그 까닭인지, 새해가 시작되면서 연초에 햇빛 많은 멕시코 여행을 다녀오기로 하였다. 모처럼 저렴한 크루즈가 나와 전화로 예약하였다. 공항서 내려 부두까지 가는데 그곳 크루즈에서 제공한 관광버스를 탔다. 이미 예약 시 추가로 낸 그 버스 가격이 거의 택시 비용과 맞먹었다. 먼저 다녀온 분의 말에 의하면 Blue Shuttle 이라는 것이 있어, 이것을 이용하면 좀 저렴하다고 했지만, 우리는 예약한 버스를...
이종구
희망과 절망 사이 2018.02.13 (화)
아무리 거친 바람도 바람결  틈새가 있다아무리 드높은 파도라 해도 물결 새 쉴 참이 있다아무리 척박한  삶이라 할지라도  설마 웃음 방긋 지을 일 없으랴 거친 바람 부는 사이 고요드높은 파도 몰아치는 틈새  평온척박한 삶의 궤적에서 반짝이는 기쁨의 조약돌을 줍는 사람은희망과 절망 사이그 좁은 간극에서도 행복을 유물처럼 발굴하리니 겨울 종탑에 갇혀그 존재마저도 잊혀져 가는 그대의녹슨 종을힘차게...
김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