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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목 2018.02.13 (화)
마음 닿는 곳에 하늘이 있고 그 하늘 닿는 곳에 하늘과 땅 연결이라도 하듯이 소복 입은 무녀처럼 하늘 보고선 너 이 세상에 올 때도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왔듯이 죽어서도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순백으로 서서  뒤돌아보면 멀어지는 모습에 스쳐 가는 수많은 영혼의 춤 바람에 꽃씨 흩날리듯 인연을 날린다 아이처럼 웃음 지으며 산허리에 서서
전재민
그린란드<2> 2018.02.05 (월)
그날 밤 집에 돌아온 청마는 우연의 일치 치고는 기막힌 일치라고 생각했다. 이사벨이 3개 국어를 말하는데 모두가 그가 꿈에 그리던 언어였기 때문이었다. 덴마크어, 영어, 그리고 그린란드어. 그의 아내는 남편에게 좋은 친구가 생겼다는 자체는 환영했으나 걱정거리 하나는 남겨두었다. 그녀가 자기 자리를 위협할 사람이 아니라는 남편의 암시는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한 감정표현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남편의 태도는  완전한...
박병호
"아이쿠, 이를 어쩌나. 다 날려 버렸네."나도 모르게 한숨 섞인 소리가 나왔다. 핸드폰을 바꾸면서 프로그램을 새로 설치했는데, 카카오톡*에 저장되어 있던 대화방과 자료 파일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껏 사람들과 편리하게 연락을 주고 받았는데 연기처럼 한 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미리 백업으로 저장해 두지 못한 내 잘못이었다. 내가 일부러 한 게 아닌데 대화방에서 홀연히 빠져나간 상황이 되어버렸다. 하루에도 수십 통의 카톡 메시지가...
정재욱
맨 아랫간 서랍 2018.01.29 (월)
요즘, 골방 서랍장을 정리하는 날이 부쩍 늘었다놓지 못해 떠나지 못한 나의 어제들이 매미 허물처럼 모여 사는 곳돌쩌귀도 녹스는 늙은 세월에 대부분은 떠나고 몇은 아직 남아서 민속촌처럼 함께 저무는 그곳엔 늦가을 저녁의 체온 닮은 서늘한 바람이 분다 어린 별바라기의 못 이룬 꿈들도, 이민의 자갈밭에 무시로 무릎 깨던 한낮도, 에움길에 갈증 앓던 사추思秋의 그리움도… 이제는 모두 치수 안 맞는 치마 허린데! 많은 것을 버리고도...
안봉자
지난 연말 2018.01.29 (월)
새해가 시작된지도 얼추 한달이 다 되어간다. 아들 내외와 같이 연말 연시를 보내려고 무거운 가방과 가방 만큼이나 부풀대로 부푼 꿈을 제 각기 지닌채 밴쿠버를 떠나 딸 아이가 살고 있는 오타와로 향하였다. 거기서는 구하기 힘들거나 좀더 비싼 한국 식품들, 즉 순대나 오징어, 멸치와 풋고추 등을 챙겨서 꾸역 꾸역 밀어 넣었지만 터질듯한 여행 가방이 조금도 짐스럽지 않았다."갖고 계신 옷 중에 가장 따뜻한 옷만 챙겨 오세요." 라는 딸의 충고를...
박인애
겨울 향기 2018.01.29 (월)
겨울 냄새가 짙다. 밤새 내린 눈을 밟으며 출근하는 마음은 어느새 동심이다. 날씨는 매섭도록 차갑지만 그만큼 맑고 상쾌한 영하의 아침은 한껏 겨울 맛을 돋군다. 내리면서 얼어버린 눈이 발에 밟히는 감촉도 또 다른 맛을 더해 준다.  겨울에 춥지 않고 여름에 덥지 않아야 서민들 생활에 좋다고들 하지만 사실 서민들이야 한 철 벌어 한 해를 살아야 하는 철 농사, 장사꾼들일진대 겨울이 겨울답고 여름이 여름다워야 더 신이 날 일이다....
최원현
겨울 나그네 2018.01.22 (월)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백철현]겨울 나그네                                                          겨울강 한복판에서오래된 우산을 접는다빗줄기는 점점 굵어지는데처음처럼 하늘이 열리고나를 휘감아 흐르는 강물은이내 소용돌이치면서 저만치하늘이 맞닿은 곳으로 사라져 간다남은 길을 산다는 건정말 미안한 마음으로 고질병 같은또...
백철현
박 선생 어머니 2018.01.22 (월)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김춘희]박 선생 어머니                                                             김 춘 희   거의 40년을 살았던 몬트리올을 떠나 밴쿠버로 완전히 이사 오기 까지 족히 3년은 걸렸으리라. 살던 집을 팔고 임시로 아파트에 살면서 일 년에 두세 번 밴쿠버 사는 아들 집을 왔다 갔다 했다. 그래도 남편이 가고...
김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