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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산책 2017.12.22 (금)
당신이 오지 않는 저녁 둑길을 따라 긴 산책을 나선다 물가에 속삭이는 잡풀과 흰 꽃들 그들의 작은 목소리를 알지 못해도 물 위에 퍼덕이는 백로와 청둥오리의 다정을 흉내 낼 수 없어도 마냥 흐르는 물소리가 좋다 막힘 없이 돌아가는 저 몸짓 여울을 훌쩍 흘러가는 넉넉한 소리 노을 속에 붉게 지는 해와 바람에 안기는 산과 구름이 모두 전설이 되고 역사가 되는 흐르는 소리의 은유를 알 것도 같다 그러나 당신은 내게 오지 않고...
강은소
아아, 12월 2017.12.18 (월)
몇번씩 듣고 들은 얘기 중에 이런 아름다운 장면도 있네   제자들의 발발발 ,열두 명의 그 맨발을 갈릴리 바다 소금물로 마알갛게 씻어주신 12월의 예수님   1월 2월 ...11월 모두 다 가고 , 12월   용서는 사랑 만큼이나 아파야 한다고 거리엔 모두가 예수로 넘쳐나는데 종탑에 걸터 앉은 캐롤은   먼먼 지구 밖으로 흘러내리는데 나는 왜 늘 사랑과 용서를 구걸하며 사는가   우리는 고쳐야 할 것이 많은 인간이다 우리는 버려야 할...
김영주
내가 하는 트럭커일은 밴쿠버에서 목재를 싣고 미국, 즉 캘리포니아 주로 배달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I-5고속도로를 따라 이틀을 달린 후 삼일 째 건축 도매상에 물건을 내리게 된다. 그후 다시 카나다로 물건을 싣고 와야 하는 데 바로 근처에 실을 물건이 없을 때는 더 먼 곳에 가서 실어와야 한다. 가끔은  네바다 주 아니면 아리조나 주에 까지 가서 실어오기도 한다. 그리고 카나다로 오는 물품들은 그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철제...
유훈
12월의 길목에서 2017.12.13 (수)
철 지나가고 해 지나갈 때마다 주문처럼 외우던 수많은 약속의 다짐들이 새벽 이슬로 내리는 12월. 안개 속 가물거리는 내 안의 너를 보며 놓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미련으로 버리고 싶은 자책 잊고 싶은 후회 욕심으로 늘어진 추한 마음 퇴색되어 희미해진 기억들까지 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고 눈을 감는다. 팔팔했던 기회의 순간들이 도마뱀 꼬리처럼 잘려나갔어도 이젠 그다지 서글프지 않다. 받아들이고 극복하며 살아온 반백 넘은 세월 위에...
장의순
앙증맞은 연 분홍빛 벚꽃망울이 거리 곳곳에서 봄 노래를 불러주던 올 초봄 난 밴쿠버 시온 선교합창단원이 되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 곳엔 칠십을 바라보는 따님과 함께 오시는 기억력과 체력이 정말 믿기지 않는 구십세 단원도 계셨고, 뒷태가 삼십 대라 해도 믿어질 만큼 어여쁘신 팔십 구세의 단원도 계신다. 나뭇가지 위에 돋아나던 연둣빛 새순이 어느덧 제법 녹음이 짙어 갈 무렵, 내게 합창단은 소풍의 꽃이라 말하는 보물찾기 놀이를...
섬별 줄리아헤븐 김
겨울꽃 2017.12.08 (금)
긴 겨울이 시작 되었습니다 시인은 서쪽 하늘을 범하는 검은 구름을 보고 만 있습니다 비가 그치고 잔 빛이 앞뜰을 무대처럼 밝히는 날 선홍빛 꽃을 심겠습니다 꿈 속에서 보던 그 꽃을 마당에 심겠습니다 겨울은 비를 내리고 어두움을 내리고 꽃도 숨길 것입니다 아무도 보지 못한 그 꽃을 시인의 마음 속에 심은 그 꽃을 겨울은 봄을 기다리는 방랑자가 되어 가슴에 안고 계절의 길목을 서성이다가 가끔 시인의 앞뜰을 다시 찾을 것입니다 그리고...
김석봉
새벽 기도 1 2017.12.07 (목)
서시 뽀오얀 버들개지 속눈썹 살포시 여는 은밀한 시간 차가운 이슬로 정갈히 몸 씻고 새롭게 태어나는 순결한 이 시간을 당신께 바칩니다.   기지개 켜는 나뭇잎 새들의 달콤한 새벽 꿈 다독이며 바위틈에서 끊임없이 솟아나는 맑은 샘물 노래 소리 이 우주의 내밀한 속삭임을 고이 길어 당신께 바칩니다.   셀 수 없는 하늘의 별과 바람, 강물의 달 그림자 무루 모두어 둥근 한 마음 빨갛게 향불 사르고 나의 전 존재를 들어 온전히 당신께 모두...
임완숙
12월을 기다리며 2017.12.01 (금)
11월로 접어드니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계속 내린다. 회색의 하늘과 떨어지는 빗소리, 바람소리에 마음을 내 맡기며 우울한 날들이 계속된다. 10월은 화려한 나무들의 성장으로 아름다웠고 잎들은 아픔을 핏빛으로 토해내고 모든 걸 내려놓았다. 빨간색 노란색 아름다운 단풍과 파란 하늘이 언제나 내 곁에 남아 있는 듯 바라만 봐도 행복했다. 빗줄기 속에 떨어지는 나뭇잎을 바라본다. 붉디붉은 단풍잎들이 내리는 비와 바람 속에서 춤추듯이 땅으로...
김베로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