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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깊어갈수록 소리는 잠들고잠든 산의 소리를 마음으로 듣는다마음 문이 열리면서 들려오는 소리그 옛 소리를 산은 지니고 있다소리 없는 산의 소리는 자연의 소리어둠이 사라지는 소리밝음이 다가오는 소리오늘이 물러가고 내일이 다가오는 소리에씻기어얼굴이 개어온다풀꽃 같은 웃음값없는 기쁨을 만끽한다한 바랑 지고와도 무겁지 않다.<▲ 사진= 늘산 박병준 >
유병옥 시인
싱싱한 파도소리에 일어나니 바다를 닮은 하늘이 감청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서녘을 바라보면 아침놀이 아쉽고 동녘을 바라보며 저녁놀을 그리워한다.  어제의 긴 숲길에 질린 벗이 해변길로 가자 떼를 쓴다. 물 뜨러 갔다가 들여다본 숲속길의 험난함이 떠올라 그럼1.5km만 해변을 걷다가 본 트레일로 돌아갑시다. 하고 물러선 게 병통이었다.  사람은 늘 가보지 못한...
글 김해영, 사진 백성현
산은 험한 길을 품에 하고 있다그 산길에 들어서면삶의 고달픔을 잊게 해 준다.나를 내려놓아야 들어오는 산그제서야 산은 내 안에 산길을 내어준다내가 나를 만나게 되는 산길아무도 하지 못하는 일을 산이 한다자연이 한다나를 찾아서 산에 가는 사람들산길은 그렇게 살아난다.<▲ 사진= 늘산 박병준 >
유병옥 시인
 케이프 스캇 트레일 입구(Cape Scott Trailhead)에 닿으니 진흙덩이를 단 여성 하이커 둘이 햇볕 아래  젖은 몸을 뒤척이고 있다. 케이프 스캇 트레일에 이어 노스 코스트 트레일 6km지점까지 갔다가 하도 험해 돌아왔다는 그네들의 볼에 보람이 흥건하게 고여있다. 이어서 달려 내려오는 젊은 하이커 넷. 역시 진흙에 절인 인절미다. 알러지와 땀띠꽃이 붉게 핀 엉덩이를...
글 김해영, 사진 백성현
 여름이 되면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해변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들고 싶어 거친 야생으로 들어가곤 한다. 세포를 갉아먹는 좀을 몰아낸 지 얼마나 되었다고 험한 트레킹을 가느냐는 주변의 만류를 물리치고 노스 코스트 트레일(North Coast Trail) 행을 결심한다. 별이 무수히 쏟아지는 해변에 밤의 도포자락을 핥는 모닥불, 달빛을 받아 밤새 반짝거리는 플랑크톤의 유영,...
글 김해영, 사진 백성현
외로운 사람들이외로움을 밟으며 오르는 산길에서외롭지 않은 산을 만난다그 산에 피는 꽃들 외롭지 않고그 산에 사는 산새 울음 외롭지 않고흐르는 물소리 바람소리 언제나처럼그런 모습으로 다가선다 외로운 발걸음들이산을 만나 외로움을 푸는 곳제 마음이 되어간다<▲ 사진= 늘산 박병준 >
유병옥 시인
봄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놀미욤 들에게 물으니저 수채화 물감빛 하늘에서 오지 연둣빛 혀로 답한다아니야, 샛바람이 봄내를 싣고 와 겨울을 휘적여 놓던데회색빛 가신 하늘이 고개를 가로젓는다웬 걸, 나비처럼 팔랑거리는 여인네 옷자락에서 묻어나는 거야바람이 속삭인다 뽀초롬 연둣빛 혀를 물고 있는 들과한결 가벼워진 하늘빛,향내를 품고 있는 봄바람이정숙한 여인네를 꼬드겨 일으킨 반란인 걸 어드메서 오는지어느메쯤 떠나갈지아지 못하는...
김해영 시인
아직 밖이 어두워 잠자리에 있는데 전화가 ‘때르릉’ 울린다.이 시간에 전화하는 사람은 어머님이시다. 늘 자식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음성이 전선을 타고 건너온다."눈이 많이 오고 있다. 꼼짝하지 말고 집에 있거라." 하신다.“예”하고 대답했는데, 이때 70넘은 아들은 초등학생이 된다.어머니는 지금 양로원에 가 계신다.집에 계실 때, 어머님 방은 2층에 있었다. 물 한 잔을...
늘산 박병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