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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슈퍼에 가면 ‘라고 포도’라고 한국에서 먹던 캠벨 포도와 같아 보이는 품종의 포도를 판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밴쿠버에서 파는 검은 포도는 몇 알씩 잘려서 작은 초록색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다. 인건비도 비싼 나라에서 왜 일부러 포도송이를 잘게 잘라 담았나 하는 의문이 든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포도송이가 크지 않고 낱알처럼 흩어져 있는 포도는 상품 가치가 없다. 그래서 도매 시장으로 출하하지 않고 과수원에서 직접...
송무석
그리울 땐 2017.11.10 (금)
내버려 두자 그립다는 것밥 먹듯 하자아침 점심 저녁먹었다 하면 배고프고왔다 하면 가버린다잡초가 무작위로 피듯여인의 어깨에 말초신경 곤두서듯세상엔 도저히 못 말릴 것투성이 그깟 그리움그립도록 버려두자. 
김경래
우리나라 항구마다 배를 짓고 수리하는 조선소가 140여 개가 올망졸망 엎드려 있었다. 이들이 WTO 등 급변하는 기술 우위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80년대 말. 한국조선공업협동조합(이후 조선조합이라 한다) 전무이사인 나는 고민을 거듭하다가 ‘중소 조선이 함께 투자하고 함께 기술 개발할 수 있는 연구원 설립’이어야 말로 그 답이라고 확신하기에 이른다. 정부, 학계, 그리고 관련 단체 등에...
최낙경
알파벳 배우기 2017.11.08 (수)
내일은 금요일, 컨테이너 한 대가 들어온다. 태평양을 건너온 온갖 물건이 실려 있다.받아들이고 풀고, 제 자리에 놓기 위해서는 오늘 미리 창고를 정리해야 한다.사이다와 소금도 구분하고막 된장과 고추장도 여기서 저기에에이스, 카땅, 허니 버터도 이쪽에서 저쪽에   짐을 옮기고 또 옮겨 몸이 흠뻑 젖는다   하~하고 숨을 내쉰다   짐~에서   하~는    점    하나...
하태린
알파를 찾아 나선 외진 가을 숲길에 가랑비 먹을 갈아 파문을 일으킨다 겸손한 용재 오닐의 비올라는 흐느끼고   프레져 강을 메운 열기를 어쩔 거나 거센 너울을 차고 솟구쳐 오르는 힘 돋아난 비늘 한쪽이 파도소리 내고 있다   갈기를 마주하며 꿈을 말하는 거다 고된 여정 속에서 마주한 포식자들 물 수리 거친 발톱에 외눈이 된 오늘도   육신을 조여오는 어부의 작살피해 등뼈 굽어지도록 물길을 뛰어넘어 폭포 앞 지느러미를 곧추세운...
이상목
어둠이 내린 바다는 아늑하고 고요하다. 밀물에 출렁이던 통나무들의 부딪힘도 사라지고 사방은 번잡과 소요에서 벗어나 있다. 바쁘게 주변을 살피던 불루제이들은 벌써 자취를 감추었고 바람에 너울대는 노란 플라타너스 잎새들만 적막을 깨우고 있다. 오늘 밤, 은하수 길이 남서쪽으로 빗겨 흐르는 밤하늘은 별들의 들판이다. 외로움을 견디는 달님이 살포시 웃고 구름속에 박힌 별들은 보석처럼 빛난다. 하늘을 향한 나무들과 바닷속 고래들 모두...
조정
11월의 우리 2017.11.07 (화)
비어가는 11월햇살이 짧은 그림자를 거두면한 뼘 멀어진 나무와 나무 사이바람이 밀고 당긴다멀어진 만큼 따스함이 그리운 계절바람 든 무속처럼 한여름 정오의 사랑이 지고 있으므로 슬퍼하지는 말자꽃이 져야 씨앗이 영글 듯 우리 사랑도 가슴 깊은 곳에 단단히 여물었다한여름 광기의 사랑이 저물어감으로더욱 간절한 우리마음의 더운 손 부여잡고 가까이이마가 닿을 만큼 가까이심장과 심장이 교차하는 거기한 그루의 나무로 서자.
임현숙
담쟁이덩굴 2017.10.26 (목)
한국문협밴쿠버지부회원/시  허공을 움켜쥐며달빛을 더듬으며비바람 사나워도초승달 차가워도여윈 손 뻗고 또 뻗어언제까지 오르려나고운 임 가신 곳이저 높은 구름인가기약 없이 울며 간 곳저 푸른 하늘인가아득히 임은 멀어도언젠가는 오르리 
임윤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