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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곤 2023.04.03 (월)
4월 한낮은몽롱하다여기 저기 쏟아진 봄 볕이와글거리는 거리를 향해열리는 창들엄청났던 추위 속에서도봄은 창에 손을 얹고 있었던 가 보다연 녹색 담쟁이 이파리들고물 고물찬바람에 긁혔던 벽을 덮어가는데기침 소리 새어 나갈라벽은알약 하나 집어먹는다밤새운 통증으로부은 눈은너무 눈 부시다
김귀희
마지막 파티 2023.03.28 (화)
     죽기 위해 병원에 들어온 환자. 그 환자에 대해 보고받은 순간, 난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물론 병원에 들어온다고 모든 환자가 살아 나가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은 살기 위해 입원했고, 우리는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그런데 이 환자는 죽기 위해 들어왔다. 그것도 내일. 죽는 시간까지 정해져 있었다.2016년 캐나다에도 MAID(Medical Assistance in Dying, 조력사)가 합법화되었다. 웰다잉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의학적으로...
박정은
거울 앞에서 2023.03.28 (화)
나의 사십 대는 갔다생존 앞에 서면 늘 끼니를 대신한 얼굴로사통팔달의 물꼬로 한 획을 그었던 고온 다습했던 내 사정은 피라미처럼 훌쩍 빠져나갔다 각질층이 몇 가닥의 주름 사이로나이테를 긋고 있다토막 난 사연들이 짐을 챙겨기억 저장고로 자리를 옮기고목살 두께로 칸막이를 친다대기압에 눌린 수증기처럼살아 남은 속살은 얼굴 옆선으로만 모인다 꽃보다 아름다운 나의 시간은가을이 되기 전 길을 채비했다떨어지는 꽃을...
김경래
  우리 아이들이 결혼할 나이가 되다 보니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이 나의 큰 관심사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0.78을 기록했다고 발표되면서 국가적으로도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 결혼과 출산 문제이다. 합계 출산율은 가임기 여성이 출산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의 수로 OECD 국가 중 합계 출산율이 1명 밑으로 떨어진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한다. 결혼율 하락과 저출산에 대한 원인과 대책들이 국가 중심...
김선희
신호등도 없는 건널목에서힘겹게 끌고 가는할머니의 짐 수레를 보고승용차 하나 서서히 멈추더니말없이 도와주고아무일 없다는 듯이유유히 사라져 가니언젠가 보았던들꽃 한 송이 생각난다바람에 쓰러진 들 풀에잠시 어깨 내주고 함께 일어나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세상 한구석을환하게 비추던 작은 꽃 한 송이이름은 몰라도 좋을한줄기 빛
김희숙
봄이 묻더이다 2023.03.20 (월)
봄이 묻더이다꽃들이 왜 피는지 꽃들은 알까 하고 물었더니꽃들도 왜 피는지      모른다 하더이다       봄이 묻더이다하늘은 왜 또 파란지하늘은 알까 싶어 물었더니하늘도 왜 푸른지         모른다 하더이다       봄볕이 좋아풀 향기가 좋아푸른 들 꽃동산을 뛰며 구르니꽃들이 왜 피는지   하늘은 왜 또  파란지그냥그냥알겠더이다
늘샘 임윤빈
관포지교 2023.03.20 (월)
작년 가을 모국에 갔을 때 속초 여행을 하는 기회가 있었다. 여고 친구를 16년 만에 만나게 되었다. 그 친구 부부는 서울 동서울터미널까지 나를 마중 나와 반기며 환영해주었다. 친구는 서울에 집이 있는데 왜 속초에서 혼자 지낸 지 의아했다. 도착 다음 날 아침, 나의 끈질긴 추궁 끝에 “건강검진을 하던 중 00 암 진단받고 수술하여 지금 이곳에서 요양 중이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수술 후 5년 동안 재발이 안 되면 조금은 안심할 수...
심현숙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함석헌50년 절친 L이 카톡을 보내왔다. 모교 졸업 50주년을 기념하는 추억담을 모집하고 있으니 글 한 편 보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해외로 떠난 지 20년이 넘는 친구를 여전히 잊지 않고 배려하는 마음이 고맙다.고교 1학년 때 담임은 영어를 가르쳤던 H...
이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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