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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에 이민 또는 유학 오는 사람들이 흔히 듣는 이야기가 있다. 한국사람 조심하라는 것. 특히 모르는 사람인데도 친절하게 다가와 타국에서의 모든 어려움을 해결해 주겠다는 자는 십중팔구 사기꾼이며, 이익이 있으면 ‘입의 혀’같이 굴며, 없으면 뒷마당의 ‘개밥그릇’ 팽개치듯 하는 자가 모두 한국인이란다. 그 중에서도 오래 밴쿠버에 산 사람들 중 일부는 텃세를 부리거나 매사 좋은 이야기보다 나쁜 이야기로 기를 죽이기 때문에 처음...
이원배
이른 아침 스프링클러를 들고 잔디밭으로 나서는 나의 마음은 몸처럼 무겁다. 일찍 일어났으니 잠에서 덜 깨어 몸은 빠릿빠릿하지 못하다. 하지만, 마음의 중압감은 다른 곳에서 온다. 누렇게 타들어 가는 잔디를 보면 심란하다. 봄내 애써 가꾸어 가지런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던 잔디가 여름의 건조하고 뜨거운 햇볕에 죽어가는 모습이라니. 이런 잔디밭을 보고 있으면 애써 쌓아 올린 탑이 허물어지는 느낌 같은 일종의 허무감이 밀려온다....
그래그 여름은 작열했을 뿐장미 한 송이 피워내지 못했다시뻘건 가시들만 앞다투어 속살을 뚫고 나왔다   입 벌린 독사의 송곳니   그랬다부끄럽게도 그랬다   불거져 나오는 것들이 가증스러워 장미는 쫓기듯 사막으로 떠났다   시를 앓았고손가락을 잘랐고 철철 흐르는 검붉은 오열 마중물인 양 탐닉했다    그랬다파렴치하게도 그랬다   해 질 녘 가시투성이 지친 선인장을 만났고사막에서 아스라이 수평선을 품었다...
백철현
해마다 이맘때면 아득한 고향의 여름 밥상이 그리워진다. 제철 채소와 집에서 담근 장으로 정갈하게 만든, 몸과 마음을 다스리던 밥상이었다. 보리밥에 아욱국, 노각 무침, 호박 나물, 간 고등어 찜, 통밀 칼국수---, 텃밭이 둥근 소반 위로 옮겨 앉은 소박한 차림새였다. 무더운 여름, 혀의 미각 돌기가 살아나는 강된장과 노각 무침으로 밥상을 차려본다.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는 말에 깊이 공감하며, 기억의 맛을 찾아서. 지난해보다 한 달여 늦은...
조정
엄마는 참향기로운 꽃이어요곁에만 있어도기분이 좋아져요엄마라는 꽃은시들지도 않아요갈수록 향기가더해만 가요.
이봉란
좋아하는 음식을 여유 있게 먹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며칠 전 저녁때 아들이 어려서 서울에 살 때 엄마가 가끔 해 주시던 메추리 알 장조림을 맛있게 먹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와 함께 이민 초기에 좋아했던 장어구이도 생각난다는 말을 했다. 밴쿠버는 한국보다 메추리 알 가격이 꽤 비싸고 알이 작아 다루기도 힘든 데다 아이들이 특별히 찾지도 않기에 수년간 아내가 메추리 알 요리를 한 적은 없었다. 다른 식구들이 좋아하지 않는 장어구이도...
송무석
종 소리 울릴 때 2017.08.25 (금)
연하디 연한 초록에서  진초록으로 무성해 지기 까지 어떤 열망이 저 나무들 뿌리로 부터  저리도 뜨겁게 북받쳐 올랐을까 그 긴 기다림의 끝, 종소리 울리면  오늘은 문득  어느 그리운 이의 가슴에 가 닿고 싶다. 저 종소리 사방 물결 무늬의 금빛 햇살 가루로 바스러져 사무치는 노래로 가 닿고 싶다. 그대 내 안 짙은 쪽빛 그늘 속 수수만의 금빛 햇살 가루로  어둠  밝혀 왔듯이 오늘 나 또한 , 영원한 안식에 이르는 참 사랑의...
늘물/ 남윤성
못 사기 2017.08.22 (화)
예쁜 액자 하나 걸려고 하니못이 없네.아침엔 늦잠 자서 못 사고점심엔 놀러 다니느라 못 사고저녁엔 가게 문 닫아서 못 사고덩그러니 누워 자는 시계 속 침만 바라보다 그냥 하루를 훌쩍 보냈네우리 집엔 일 년이 넘도록못도 못 사고 있네.
이봉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