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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타다·In Spring Fever
2015.03.20 (금)
예쁘고 당찬 아가씨다, 봄은 빙판의 계절을 감히 맨발로 건너오더니 동면의 심장 깊은 곳에 입맞춤하고너와 나 영혼의 강물을 풀어놓는구나아지랑이 낀 먼 하늘 속흰머리 독수리 한 쌍 알콩달콩 사랑놀이 저리 분주하고 노랑, 분홍, 보라, 초록화들짝 깨어나 교태부리며 차례차례 돌아와 눈부시구나이제 곧 벌 나비들 뜨겁게 바람나리라내밀한 내 가슴방에서는 조심조심새로 조율한 하얀 희망날개들이 날아오르는구나어질어질 봄멀미하며,...
안봉자 시인
봄엔 뭘 할까
2015.03.14 (토)
올 겨울은 유난히 따뜻했다. 그렇다고 겨울 맛을 잊은 건 아니였다. 이른 출근길 뺨을 스치는 찬 기운이 죽지 않았음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런 겨울의 끝물에 만나는 봄은 움츠려들었던 몸과 마음을 무장해제 시켰다. 머리만 닿으면 눈이 절로 감긴다. 우리동네가 이상하게 변해 있다. 운전수가 없는 차가 공중으로 다닌다. 닥터 B한테서 전화가 왔다. 머리꼴이 완성 됐고 수술날짜가 확정됐다고 한다. 이젠 머리만 바꾸면 난 20대로...
손박래
지는 목련
2015.03.14 (토)
오시는 듯 성급히도 떠나시는 님비단 장갑 흔들며 먼 길 채비하는뽀얀 면사포행여 그 고결함 흐트러질까서둘러 돌아서는 무정함이여남은 자의 속절없는 기다림빈 가지에 철 지난 옷가지처럼 팽개쳐 놓고뒷 모습조차 눈부신 순백의 님이여비단 댕기 잎새바람에도 그네를 타네뽀얀 홀태버선그 황홀한 걸음걸음고인 눈물 마르기 전 선 걸음에 돌아오소
백철현
내가 잘하는 한 가지
2015.03.07 (토)
만일 누군가가 나의 인생을 살피면서 ‘당신이 평생을 살면서 잘 한 게 뭐요, 한 가지라도 잘 한 게 있으면 한 번 이야기해 봐요.’ 하고 묻는다면 딱 하나는 확실히 대답할 수 있을 듯하다. 13여 년 전 Providence 신학교의 기혼자 기숙사에 거할 때의 일이다. 기숙사 옆에는 시내라고 불러야 더 적당할 작은 강 Rat River가 흐르고 있는데, 강을 따라 산책을 하다 보면 덤불 속의 오솔길도 걷게 된다. 그 날도 길을 따라 걷다가 안타까운 어떤 날갯짓을 듣고...
김재학
그리움
2015.03.07 (토)
장롱속 한 켠에 놔두었던 오래 된 사진첩우연히 바라보다 꺼내든 캐캐묵은 빗바랜 사진들한 장,두 장, 넘기면 그 추억의 시간으로 들어가고두 갈래 곱게빚어 내린 머리환한 얼굴, 벚꽃보다 고운 너를 들어내며무엇이 그리 좋은지두 손으로 배를 부여잡고 웃는파랑새를 바라보듯 행복한 미소가 눈이부셔바라보는 눈엔 작은 이슬이 맺이는데얼굴은 환하게 웃는다 .따뜻한 햇살아래 개나리, 진달래,벚꽃들눈 튀우면돌계단 위에 서서안경낀 눈이 큰 아이가...
이봉란
산행은 폭설 속으로
2015.02.27 (금)
먼 산으로부터 싸늘한 바람이 달려오나 싶더니 새벽부터 내린 눈이 자동차 지붕마다 고봉 밥 처럼 소복소복 쌓였다. 출근길에 바쁜 마음 총총걸음인데 가지각색의 우산들은 새하얀 눈을 살포시 이고 간다. 보슬보슬 눈이 오다말다 하지만 오늘은 진종일 눈이 올 것이라 예보했다. 등산 가기로 약속한 오명숙은 눈이 와서 더욱 좋다고 친구와 같이 온다고 했다. 우리는 불광동 전철역에서 만나 북한산 비봉으로 갈 약속을 했다. 1983년 도봉산과 함께...
이순
기억
2015.02.27 (금)
모두가 잊었다나의 비루(鄙陋)한 기억들 모두가 잊었다나의 비상(飛上)의 기억들 알고 있다나만 붙들고 있다나만 붙들려 있다 버리고 싶은 대로간직하고 싶은 대로버거운 대로사소한 대로 크고 작은 파도마다모래사장에 궤적을 남기듯가고 오는 계절마다조개껍질의 무늬를 새기듯 그 기억들이나를내 사람들을내 세계를만들었다 그러나 또한 안다그조차 바래고왜곡되고 파괴되고마침내는 사라지리라는 걸 이제는...
이재연
은자와 젊은이
2015.02.20 (금)
한 젊은이가 나이 많은 은자隱者를 찾아왔다.사람은 왜 늙으면 병들고 죽어야 합니까?“인생에는 항상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있네. 늙은 사람만 죽는 것이 아니고 젊어서 죽는 사람도 많다네. 삶이 있기 때문에 죽음이 있는 것이니 그것을 꼭 노인에게만 국한해서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이라네.”누구나 다 오래 살기를 원합니다. 장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인명은 재천이라 해서 사람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 죽고 사는 일이지. 그러나...
심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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