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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한적한 내 뜰에 찾아들어 하늘하늘 주위를 한참 맴도는 저 하얀 나비 한 마리   짙고 어두운 밤 창백한 은빛의 둥근 달 조심스레 감싸 안을 듯 그만 스치며 흩어지고 마는 미련처럼 푸른 밤안개   내 방의 새벽 창가에서 미풍에도 우수수 흔들리는 마음의 결따라 위무하듯 섬세하게 떨리는 거뭇거뭇한 미루나무 그림자   바다처럼 고요하고 꿈길처럼 나른하고 눈물처럼 투명한 그 한순간   깊고 따스한 눈길의 당신을 본 것만...
이재연
멍 때리기의 미학 2014.11.21 (금)
'멍 때리기'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멍하다: 정신이 빠진 듯 우두커니 있다'라는 형용사와 '멍하니' 라는 부사 밖에는 없고 '멍 때리기'라는 단어는 찾아 볼 수가 없다. 이것은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얼마 전 서울특별시가 운영하는 SNS에는 제1회 멍 때리기 대회(space-out competition) 현장 사진과 함께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현대인의 뇌를 쉬게 해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멍 때리기...
아청 박혜정
내가 당신을 만나기 전에는 바람에 나부끼는 가랑잎이었다.언제 바스러질지 모르는 피폐한 마음뿐이었다.하늬바람 불어 좋은 날거목에 매달린 가녀린 이파리 하나눈물방울 후드득 떨어져당신의 창가에 살포시 내려앉아 거울에 비친 당신의 모습을 보며 아련한 추억 속으로 머물렀다.동심의 세계에서 웃고어른의 생각으로 마찰을 빚고서로 닮은 듯, 아닌 듯 멀게만 느껴지는 이 계절에 아직도 당신을 그리워한다.잊힐까 두려워눈동자로 모습을 그려...
이봉희
낙엽을 태우며 2014.11.15 (토)
푸르던 날들, 꽃 피던 날들 그리 길지 않았다.   되돌아 보면 70 여 성상 영롱히 반짝이다 스러지는 아침 이슬 같았다.   봄이 가고 , 여름이 가고 저문 이 가을 몇몇 색색 가지 잎새들로 떨어져 내리는,   헛헛한 생애의 허리춤으로 시린 하늬 머플러 휘감아 돌고.....,   아름 답던 날들 한 자 한 자 은(銀)자로 재며 왔던 길,   이 가을 쉬 잠 못 이루는 침상, 밤 내 고독의 언어로 바스락 거리는 곱사등이 누애 잠 자리. 지난 날의 회억들로...
늘물 남윤성
 얼마 전 장성순장로님께서 근간에 출간한 이민자의 에세이집 <잃어버린 여름날의 思慕>를 주시며 평을 부탁하셨다. 나는 평론가도 아닐뿐더러 이민이나 인생에서 대선배님이신 분의 수필집을 평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 여겨져 조심스레 소감만을 적어보려고 한다.  이 책은 한 권의 평범한 수필집이 아니다. 한 개인의 숨겨진 이민사이며 솔직한 삶의 고백이다.  어릴적 복순이의 추억부터 일본인 담임선생님과의 이별, 해방의 기쁨, 6....
수필가 심현숙
큰 딸의 시부모님이 휴스턴에서 호텔을 경영하고 계셨다. 딸은 겨울방학 동안에 아들을 순산하고 2주 만에 남편과 함께 휴스턴으로 옮겨갔다. 리노(University of Nevada Rino)에서 사이언스 4년 끝내고 의과대학은 휴스턴(University of Texas Southwestern Medical School)에 들어 간 것이다. 시어머니가 아이를 봐주시는데 너무 죄송스럽다하기에 내가 좀 도와주려고 휴스턴엘 갔다. 시내구경을 나갔는데 높은 빌딩도 별로 없고 산도 안보이고 마냥 넓기만 했다.  날은...
이순  
희미한 그림자가 후르르 지나가는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온 흔적 같다 꼭그 곳은.  지나간 시간에 집착하고그 흔적을 열망하는 이곳엔누군가의 사랑의 추억이 담겨진 연필로 쓴 희미한 고백이 첫 장에 그려져 있다때론 노스탤지어의 아득한 독백이 연기처럼 흘러나온다.  옛 시간의 흔적이 엉켜 붙은 나만의 추억을 찾고자 외로운 시간의 정점에서 만난 읽다만 책갈피에 꽂힌 꽃잎의 애잔함 같이금방이라도 가다만 여행길을 찾으려 들어올 것...
강숙려
시간이 모이면 세월이고 세월을 쪼개면 시간이다. 과거를 뒤돌아 볼 때도 있고 미래를 머릿속에 그려보기도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미래보다 과거를 돌아보면서 세월을 가늠해본다. 특히 가을이 짙어지고 첫 추위가 올 때쯤이면 문득 문득 머릿속에 인이 박힌 것처럼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 중에 어린 시절 할아버지 방 귀퉁이에 보물단지처럼 애지중지 다뤄졌었던 상자가 맨 먼저다.할아버지 방은 굉장히 단조롭다. 우선...
손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