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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 두 살이 지난 큰아들이 요새 부쩍 짜증을 잘 내곤 한다. 아무래도 사춘기가 찾아온 것 같다. 평소 천성이 착하고 따뜻한 편이라 엄마인 나에게도 곧잘 “사랑해요.”라며 의사 표현을 잘하던 아이가 갑작스레 차갑게 대하거나 기존과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며 적잖이 당황 중이기도 하고, 내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아이와 부딪힘 없이 무난히 이 시기를 지날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다. 사춘기가 그렇게 어렵다.애들 아빠는 그렇게 사춘기가...
윤의정
붉은 해 마주한 바닷가 찻집찻잔의 따스함 느끼며해지는 고군산도 바다를 바라본다.​바다는 바위를 때리어 희게 부서지고해변을 부여잡은 붉은 두 손 끌며샤아 샤아 울며 바다가 멀어진다.​칭얼거리며 흰 모래 백사장 위로조가비, 조약 돌 뱉어 놓고조각 배 따라 검은 섬 돌아 떠나간다.​석양이 바다의 등을 다독여도떠나는 서러움에금빛 물결 너울 너울 흐느낀다.​돌아올 때는검은 구름으로 해를 가리고갯벌에 가리비 숨기어 놓고조각 배는...
김철훈
'아버지의 등' 2022.07.11 (월)
나는 아버지가 떠오르면 지금도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기억이 있다. 어렸던 내게 위험이 닥쳤을 때 무릎 굽혀 내밀어주셨던 아버지의 등이 아직도 내게는 든든하고 믿음직스럽게 느껴진다. 단옷날이었다. 그 당시 우리 가족은 교직에 계셨던 아버지를 따라 장흥군 관산 면에서 살고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나는 친구들과 함께 멀리 사는 친구 집에 놀러 가게 되었다. 친구는 큰방으로 나를 안내했고, 방안 낮은 선반에는 돌아가신 친구...
심현숙
반쪽 느티나무 2022.07.11 (월)
산발 머리 느티나무고개 숙여 기도하며쓰러질 듯 서 있다얼기설기 전깃줄가슴을 후벼 팔 때손과 발 어깨마저 뭉텅 잘라내고선뜻 길이 되어준 가로수천륜으로 이어진 전깃줄굽힐 줄 모르고심장을 뚫고 지나가도그저 묵묵히어디선가 잃어버린못다 이룬 꿈반쪽 가슴팍에 아로새기며고추바람에 전깃줄 다칠까바람결 부여잡는반쪽 느티나무아자식 걱정에 반쪽 되신우리 어머니.
김계옥
초여름의 어느 날 2022.07.11 (월)
 뜻하지 않은 폭풍을 만나 사정 없이 흔들렸고, 그 중심권에서 겨우 벗어나 한숨을 돌리나 싶은데 일상이 무겁고, 권태롭다. 힘을 주고, 눈을 크게 떠봐도 때로 눈꺼풀은 천근 만근 무겁고, 시야는 흐려진다. 어떤 일에 깊이 몰두하다 보면 기력이 소진되어 무기력증에 빠지기도 한다더니 지금이 그때인 것만 같다. 살면서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간절했던 순간들…. 하루도 허투루 살면 안 된다는 강박에 빠져 나를 몰아세웠지만, 뜻대로 흘러가지...
권은경
여름의 상형문자 2022.07.11 (월)
한 자락 여백 없는 여름이 타고 있고수 만년 화엄 속에 달궈진 빙 벽들의둔탁한 엇박자 소리 산에서 밀려난다오래된 벽화 한 폭 봉인을 푸는 건가세상에 경고하는 자연의 오만인가?말없이 하강하는 것들 빙하기를 지난다정중동 오목하게 비워낸 은유 앞에갈 길을 서두르던 통곡의 아픈 존재보이는 모든 것 들은 돌아 앉아 산이 된다
이상목
개 같은 사랑 2022.07.07 (목)
제목만 보면 뭔 사랑이기에 사랑 앞에 개가 붙나? 할 것 같다.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에 자조적인 탄식을 토로하며 내뱉는 말처럼 들릴 것도 같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목숨을 내던진 운명적인 사랑인가? 그렇게도 생각할 것 같다. 한탄하듯 체념마저 깃든 좋지 않은 어감의 개탄하는 말투. 남모르는 누군가의 지독한 사랑을 두고 도대체 뭔 사랑을 했기에? 그렇게들 생각할 것 같다. 상스러운 욕지거리로 불쾌감을 드러내고 혐오스러운 경멸을 보낼 것도...
김줄리아헤븐
이 말씀은 자기 마음을 속이지 말라는 뜻이다. 이렇게 사는 것은 결국 남을 속이지 않거나 세상(世上)을 속이지 않으며 사는 것으로 귀결(歸結)하게 된다. 그리되면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없고 떳떳하여, 항상(恒常) 마음의 평화(平和)가 있을 것이다. 스스로 무애인(無碍人)이요 자유인(自由人)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안락(安樂)한 삶을 떼어놓고 무엇이 더 중요(重要)하겠는가? 내가 안락하면 세상 또한 안락한 법(法)이고, 이것은 곧...
김토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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