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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ing in the rain 2022.04.04 (월)
밴쿠버에 사는 사람들만큼 비와 친한 사람들이 또 있을까? 나 역시 이민 온 지 34년이 가까워지다 보니 비와 동고동락한 셈이다.그때는 비가 지금처럼 쏟아지지 않고 부슬부슬 마치 봄비처럼 내렸다. 그래서 남자들은 우산을 쓰지 않고 비를 맞으며 다니기도 했다. 마치 비를 즐기는 듯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근데 언제부턴가 겨울 우기만 되면 유리창 청소가 필요 없을 정도로 굵은 빗줄기로 변했다. 강한 폭풍으로 절전이 되어 내가 사는 산자락이...
심현숙
달무리 2022.04.04 (월)
그리면그려질까손 내밀면 잡혀질까희미한달무리 속아련한 내 님이여                                 긴 세월흘렀어도잊을 리 없건마는행여나등 밝혀 띄어보면더욱 밝히 보이려나
늘샘 임윤빈
 밴쿠버 공항의 보안 검색대를 들어가기 전에 아들이 말한다. 순간 가슴이 철렁하기도 하면서도 마음이 아리다. 그렇지만 단호하게 “안돼”라며 건강하게 잘 다녀오라고 말한다.많은 사람들이 한국보다 더 나은 교육과 자연환경을 자녀들에게 제공하기 위하여 한국에서의 모든 기득권과 특권을 포기하면서 이민을 온다. 나도 그 많은 사람들 중의 하나로 우연히 마주한 신문광고를 보고 이민을 신청했고, 비교적 순조롭게 캐나다로 오게 되었다....
박광일
국화도에서 2022.04.04 (월)
어서 와사는 게 무겁지그래도 웃어야 해두팔 벌려 안아 줄께저물녘 노을처럼 마음을 뉘어 봐제 몸 부수는 파도 소리 들릴거야속울음 우는 갈매기도 춤추고 있잖아아득한 긴 세월들고나는 저 검푸른 멍마저바람에 쓸린 몸뚱이마저고운 아침 햇살에 눈이 부시거든불러도 손짓해도뱃길 떠나는 섬색시점점이 멀어져 가는데해당화 필무렵 돌아오련솔잎새에 눈꽃송이 날리면 오시련네 생각에가끔은 눈물 날거야온 세상이 깜깜해도내, 네 안에 등대가...
우호태
망설임 없이 꽃을 집어 들었다. 큰아들의 선물로 목단 다섯 송이를 집어 드니 제법 풍성하다. 의아해할 아들의 얼굴과 환하게 웃어주며 받아들 아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남자에게 꽃을? 아들의 생일선물로 꽃이라니…? 떨떠름한 주변의 반응이 우습다. 꽃은 내가 사는데, 아들인 남자에게 꽃을 선물한다는 것만으로 주변을 의식해야 하는지… 여자가 남자에게 꽃을 받으면 당연하다 여기고, 여자가 남자에게 꽃을 주려 하면 의아해하거나 남사스럽다고...
김줄리아헤븐
봄 편지 2022.03.28 (월)
봄의 햇살이 청아한 아침오솔길따라 숲으로 들어선다밤새 드리운 이슬이초록으로 긴 기지개를 켜더니어느새 꽃눈으로 여행 떠난다길섶 들꽃들 분홍빛 연지찍고연두색 치마 차려입고까르륵햇살따라 봄 마중한다초록 숲에 밀려오는 햇살의 파랑하얀 꽃 봉오리 살포시 열어내게 봄 편지를 띄운다어서 깨어나라고푸릇푸릇 봄으로 일어서라고꽁꽁 언 가슴에 꽃 피우라고.
김계옥
분절의 시간 2022.03.21 (월)
일 년 전에 수술을 했는데 그 후 체력이 많이 약해졌다. 간단한 수술이었는데도 생각만큼 쉽게 회복되지 않아 지난 한 해 동안 애를 먹었다. 몸 상태가 좋아진 듯해서 책을 보거나 글을 쓰면 다음날은 완전히 지쳐서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뻗어버렸다. 지레 겁을 먹고 지적인 활동은 접었다. 외출도 자제하고 거의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집안일만 자분자분 하면서 장보기나 쇼핑도 인터넷으로 해결했다.글을 쓰는 일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것이...
김선희
잎 속의 입 2022.03.21 (월)
사과 같은 시간 속에서사과를 훔쳐 먹은 사과의 씨앗들이거품으로 떠돈다강 하구에 잠든 눈동자들이 눈을 뜨고 달려오는 밤,사과 같은 시간 속에서, 사과의 맨발 속에서말을 잃은 말의 군중들이하늘의 언어로 지상에 장사를 지낸다어느 천공의 눈동자들이 말을 잃고달려오는 말의 시간들,빗물에 쓸린 언어들의 혀가 빗물 속에 둥둥 떠 간다빈 허공에서 쏟아지는 활자들이, 언어들이수억 채의 집을 짓고, 가난을 짓고, 방황을 짓고집은 강물이 되어...
이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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