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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가는 길목 2021.12.10 (금)
별이 되는 그리움 하나 보낸다건드리면 눈물이 될가슴 하나 보낸다 그리 곱던 단풍떨어져 낙엽이 되는차가운 비에 젖어 앓는가을이 가는길목 외로운 것들 끼리끼리 모여눈물이라 이름하고슬픈 사랑 하나 가슴에 묻는노을 저 멀리가을이 가는 길목젖은 단풍이 아리다.
강숙려
포도주와 노부부 2021.12.10 (금)
이제 남은 일은 기다림뿐이다. 그늘진 곳에 놓인 항아리 속 포도주는 지금 숙성 중이다.와인을 ‘병에 담긴 시(Wine is bottled poetry)’라고 말한 사람이 있다.어느 날 저녁, 포도주의 혼이 병 속에서 노래하더라/ 나는 알고 있나니 내게 생명을 주고 영혼을주려면/ 저 불타는 언덕배기에서 얼마나 많은 고통과 땀과/ 찌는 듯한 태양이 있어야 하는가를--- (샤를 보들레르)  올가을 14년생 포도나무 한 그루에서 많은 양의 레드 딜리셔스 품종의...
조정
야생 사과나무 2021.12.10 (금)
사과나무 한 그루가 언제부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갑자기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나무는 작고 발그레한 사과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는데,미처 가을이 끝나기도 전에 까치밥 하나 없이 마른 가지 뿐입니다. 사과는 모두 어디로사라져 버린 것일까요. 수풀 가에 서 있던 키 큰 삼나무 밑동까지 잘려 나간 뒤사과나무 한 그루가 나타났습니다. 수풀에 자리해 쉽게 드러나지 않던 야생사과나무입니다. 가지에 매달려 노라발갛게...
강은소
내가 친하게 알고 지내는 그는 통역전문가인데 밴쿠버에서 신용과 신뢰가 기본이며 제일 저렴하게 통역료를 받고 있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18세 이상의 주민이라면 예외 없이 매년 1회 세금을 신고 보고서를 국세청(RevenueCanada)에 제출해야 하는데 수년 전 나에게 한국에서 발생한 세금 자료를 영어로 번역해서 제출해야 했다. 전문 번역가의 도움이 필요했을 때 우연히 그를 알게 되었다. 이 보완 서류의 번역은 일반적인...
이종구
구중 궁궐 납골당에 유리방  한칸 얻어놓고 나 이 세상 끝에 와 섰네눈물이 난다 세상이여다시 널 사랑하게 될까봐흘러 넘치는 그 많은 추억들주섬 주섬  꽃바구니에 담아보라빛 노을에 걸어놓고나, 사랑에 우네나, 이별에 우네인생이 아프기만 했던 것은 아닌데인생이 슬프기만 했던 것은 정말 아닌데이 세상 다시는 그리워하지 말자고해질녘  함박눈 펄펄 내리는데나는 한없이 울고 울었네납골당은 아무 말이 없는데........
김영주
엄마의 70세 생신이 코앞으로 다가왔을 때였다. 숫자 70이 머릿속을 맴돌며 마음을 헤집었고,나는 그 숫자가 주는 특별함을 찾아보려 했다. 칠십은 고희 또는 종심이라고 부른다. 고희란 70세생일로 사람이 일흔 해를 사는 것은 드문 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또 종심이란 나이 칠십이되면 마음이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의미가 담겨있단다. 평균 수명이늘어나면서 칠순은 장수를 축하하는 의미보다 살아온 날을 치하하기 위한...
권은경
어쩌다 은퇴 2021.12.01 (수)
매일 마주하며 살아온소중했던 일상들이어느 날 갑자기세월의 저편 속으로바람이 되어 점점 멀어져 간다희미한 기억으로 청춘이란 내 인생의 봄도행복이란 내 환희의 순간도문득 다가온현실의 벽 앞에서꽃잎처럼 하나씩 사라져 간다아픈 추억이 되어 20년간의 좋은 추억도내 겐 잊어야 할타인이다떠나간 그 시간에 대해서어쩌다 은퇴한 2021년의아픈 상처도이젠 이방인이다다가올 그 시간에 대하여
나영표
가을 기도 2021.11.24 (수)
수수하던 이파리저마다진한 화장을 하는 이 계절에나도 한 잎 단풍이 되고 싶다앙가슴 묵은 체증삐뚤거리던 발자국세 치 혀의 오만한 수다질기고 구린 것들을붉게 타는 단풍 숲에 태우고 싶다그리하여찬란한 옷을 훌훌 벗고겸손해진 겨울 숲처럼고요히고요히사색에 들어입은 재갈을 물고토하는 목소리에 귀담아오롯이 겸허해지고 싶다나를 온전히 내려놓아부름에 선뜻 대답할 수 있기를겨울이 묵묵히 봄을 준비해봄이 싱그럽게 재잘거리는...
임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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