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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접은 새 2021.05.10 (월)
민정희 /  (사) 한국 문협 밴쿠버지부 회원저녁노을이 붉다. 저무는 해는 빛의 광채를 벗으며 자신의 모습을 온전하게 드러낸다. 긴장의 끈을 풀고, 멈추어 숨을 고르는 석양의 시간. 오늘 하루의 무게를 가늠해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볕이 남겨진 창가에 서서, 한낮의 치열했던 광합성을 마무리하는 뒤뜰을 바라본다.지지대를 돌돌 감으며 올라가고 있는 한줄기 넝쿨이 눈에 띈다. 어느새 지지대 위를 넘어 하늘을 향해 머리를 뻗고 있다. 나가서...
민정희
수몰 2021.05.10 (월)
김회자 / (사)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등골까지 시린 겨울밤버려진 길고양이 한 마리애끓는 울음이 허공을 가른다아파트 건물 사이 콘크리트 바닥몸을 잔뜩 웅크린 채 바닥을 긁는다김 노인이 80 평생 할 줄 아는 것이라곤제철이 되면 고추 감자 참깨 가꾸는 것뿐이었는데댐으로 수몰돼 정든 고향을 떠나야 했다삶의 터전이 아파트가 돼 버려진 고양이고향이 수몰돼 정든 고향을 떠나간 김 씨고향이 수몰된 할아버지의 심정을 고양이가...
김회자
정성화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남극에 사는 펭귄들이 영하 40도 이하의 혹한을 견디는 방법은 집단적 체온 나누기와 자리바꿈 때문이라고 한다. 다닥다닥 붙어선 펭귄들은 1분에 10센티 정도 바깥쪽으로 이동하고, 가장 바깥에 있던 무리는 그 파동을 따라 다시 안쪽으로 들어온다. 멀리서 보면 펭귄들이 발이 시려 동동거리는 듯 보이지만 실은 서로 자리바꿈을 위해 계속 움직이는 중이다.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보면서 펭귄들의 겨울나기가...
정성화
고백 2021.05.10 (월)
이상목 / 캐나다 한국문협 부회장 행간에 자욱하게남겨진 고백처럼 빈칸을 채우려는필사의 노력 앞에 봄볕은 누구에게나면책특권 같은 것
이상목
무작정 상경 2021.05.03 (월)
김유훈 / (사)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 “무작정 상경” 이란 말은 과거 한국이 가난했던 60-70년대에 흔히 쓰이던 표현이다.농촌 인구가 80%가 넘었을 시절 가난을 벗어나고자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등지고 더 나은 삶을위해 서울과 대도시로 일터를 찾아 떠났다.  그리고 이 시절 “쨍하고 해뜰 날”이란 노래를  부르며 온갖 고생 끝에 자리를 잡게 된 사연들이수없이 많이 있다....
김유훈
실패한 거리두기 2021.05.03 (월)
전종하 / (사)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마스크를 살짝 내려차가운 공기를 마셔본다시원한 청량감도 잠시멀리서 다가오는 그가 눈치챌까재빨리 입을 가린다혹시나 닿지 않을까한발짝 옆으로 떨어져보지만이미 익숙한 그의 냄새는마스크 넘어 내 코끝을 도발해버린다지난날 지독히 날 괴롭혀온 그 냄새에이미 면역이 된 나는 태연해 보이려 하지만가슴 한켠에 뿌리내려 뽑을 수 없는 후유증으로 생긴미련이라는 불치병을 선고받아...
전종하
어여쁜 기부 2021.05.03 (월)
신순호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그 머리 귀찮지 않아?”워낙 자주 듣던 말이라서 해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습니다.“응, 그래도 이제 조금만 참으면 돼.”이젠 정말 다 왔습니다. 해나가 긴 생머리를 하고 있는 이유는 비단 예뻐 보이려고 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해나는 머리카락 기부를 하기 위해 오래도록 머리를 기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2년전 어느 날, 해나는 암 투병중에 방사선 치료 때문에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는 친구가...
신순호
하태린 / 캐나다 한국문협 부회장파동에 진동에 울려오는 빗소리, 몰아치는 빗줄기…줄기차게 내리는 비는 천 년 동안 멈춤이 없다종말이 가까워졌다고 다들 허겁지겁 방주를 붙잡으려달려든다 하늘 아래 모든 것은 물에 녹거나 모조리휩쓸려 떠내려갔다 이윽고 천지개벽 후엔 진토(塵土)중에 파묻혀 있던 AI만 살아남아 인간을 대신한다생명은 간데없고 우주 영혼만 존재하는 세상이되었다 저 비를 멈추게 해야 한다 하지만누구 하나 나서는...
하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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