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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손가락 2021.04.27 (화)
백 철 현 / 사)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뒷마당 한 귀퉁이, 낡은 플라스틱 화분 하나 나는 겨우내 내팽개쳐진 고아였다   긴 겨울밤 혼자인 게 외로웠고 버려진 게 무서웠다   그러나 나는 모성으로 견뎌왔다   나는 자궁이다 내 피와 살을 삭혀 만든 흙빛 양수로 가득 찬 잉태의 곳간이다   절벽 끝 어미 새처럼 나는 죽을 힘을 다해 얼음덩이 같은 알갱이를 맨살로 품었다   3월, 오랜 산통 끝에 연둣빛 옥동자가...
백철현
두 친구 2021.04.27 (화)
김춘희 / ( 사 ) 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그의 생애의 기쁨은 어떤 것들이었을까 ?  가정을 이루었을 때, 첫 딸 아기를 안았을 때, 캐나다로 이민 온 후 아들이 태어났을 때... 그의 마음을 살펴본다.  낯선 남의 땅에 살면서도 소소한 기쁨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친구와의 만남의 인연을 첫 째 로   꼽아  본다 .     1979 년 이민 5 년 차 되던 그해 연말 부부 동반 동창회가 어느 동창 집에서 열렸다....
김춘희
할아버지의 봄 2021.04.27 (화)
박성희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어느 해 봄이었다. 할아버지는 햇볕만 찾아다녔다. 안마당, 바깥마당을 오가며 먼 하늘과 산을 바라보고, 새로 소생한 나무와 풀, 꽃 따위를 유심히 들여다보곤 긴 한숨을 토했다. 그 눈빛은 너무 아득해 아무도 말을 붙일 수 없었다. 여름에도, 가을에도 그랬다. 말 수도 줄고, 왕성한 식욕도 떨어지고, 웃음도 잃어갔다. 말을 건네고 맛난 음식을 해다 바쳐도 영 반응이 없다. 그저, “물 한 대접과 요강이나 갖다 놔라.”...
박성희
걸어야 얻는 것들 2021.04.27 (화)
조규남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걷는 것은흙과 바람과 도란 거리는발길과 눈길의 속삭임입니다생의 변두리를 겉도는듯지루한 일상을 흔들어 깨워낯 설은 듯 눈 크게 뜨게 하는소생의 심호흡이지요 걸어 가노라면치매처럼 증발된지난 것들의 흔적들이 일깨워지고걷는 길은 어느새조금 앞선 내일과어깨 부딪으며 콧노래 부릅니다 걸으면 매 걸음은반복의 일상을 비질하듯 쓸어내고물을 뿌린 후의 정갈한 내음 같은한겨울 산사의 청아한...
조규남
김해영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사월은설레임으로 온다 서툰 걸음으로 다가와울타리 너머 소담히 피어난연지꽃에 눈맞춤하고 사월은헤매이며 온다 낯선 걸음으로 서성이다들녘에 흩날리는 민들레 홀씨따라 꿈 나래짓하고 청춘이 그러하다서툰 헤매임과 낯선 설레임으로환상의 늪을 서성이고  인생이 또한 그러하다희미한 별빛, 사위는 달빛에 기대어사막의 샘을 찾아 헤매인다
김해영
권 순 욱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어린 두 아이의 손을 잡고 밴쿠버에 처음으로 도착했을 때가 1982년 5월 17일이었다.  아들은 초등학교 6학년이었고 딸 아이는 4학년으로 한국에서는 새 학기 초였다. 밴쿠버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어리둥절해 한 시도 엄마 아빠의 손을 놓고 곁을 떠나지 못하던 아이들이 40여 년간 이 땅에서 장성하여 슬하에 자녀를 둔 50대의 어엿한 부모가 되었다. 그러는 중 우리 부부도 나이가...
권순욱
최민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사랑은 교통사고와 같다.'라고 누군가 말하였다. 예고도 없이, 마음의 준비도 없이 방심하고 있는 순간, 별안간 맞닥뜨리게 된다는 뜻이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처럼 느닷없이 찾아 드는 드라마틱한 사랑은 아닌 게 아니라 사고라 할 만하다.피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어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알 수 없는 운명의 휘둘림 속에 속수무책으로 이끌려 들게 된다. 느닷없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봄도 그렇게 사랑처럼 온다....
최민자
헤어지는 이유 2021.04.19 (월)
강영아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제9회 한카문학상 운문(시)부문 버금상)설렘이 익숙함으로 여겨지는 순간편안함이 무례함으로 여겨지는 순간고마움이 당연함으로 느껴지는 그 순간 그런 순간들을 인지하지 못하고그냥 지나치게 될 때모든 반짝이는 것들에 녹이 슬기 시작하지 처음엔 반짝거림에 가려잘 보이지 않았던 그 녹이조금씩 조금씩 빛을 집어삼키고 결국 이별의 순간은 다가오지그 순간순간을 무시한 대가로 너와 나의 삶도...
강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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