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희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어느 해 봄이었다. 할아버지는 햇볕만 찾아다녔다. 안마당, 바깥마당을 오가며 먼 하늘과 산을 바라보고, 새로 소생한 나무와 풀, 꽃 따위를 유심히 들여다보곤 긴 한숨을 토했다. 그 눈빛은 너무 아득해 아무도 말을 붙일 수 없었다. 여름에도, 가을에도 그랬다. 말 수도 줄고, 왕성한 식욕도 떨어지고, 웃음도 잃어갔다. 말을 건네고 맛난 음식을 해다 바쳐도 영 반응이 없다. 그저, “물 한 대접과 요강이나 갖다 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