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마이크로소프트 시애틀 본사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 중인 안혜선 씨

 

비전공자가 IT업계에 취업하는 일은 불가능하진 않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도전이다. 특히나 다른 분야에서 쌓아온 경력을 버리고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한다는 건 더한 어려움이 따르는 일이다.

 

그런데 이 험난한 여정을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이뤄낸 이가 있다. 바로 서른 넘어 도전한 해외 이직에서 비전공자의 한계를 극복하고 커리어 전환에 성공한, 캐나다 이민자 안혜선(38) 씨다.

 

수학·영어와는 거리가 멀었던 성신여대 문과대 출신이 어떻게 글로벌 IT 기업들을 거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을까? 그가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얻은 경험과 그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안혜선입니다. 2016년 캐나다로 이주해 UBC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공부했고, 이후 SAP, 시티은행,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인턴십을 거쳐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시애틀 본사에서 근무 중입니다. 한국에서는 성신여대에서 국어국문학과 경영학을 복수 전공한 뒤, 게임 회사에서 약 5년간 경영 전략 기획 업무를 담당했었어요. 

 

Q. 개발자의 길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30살이 되던 해에 남편과 함께 직장을 그만두고 1년 동안 세계여행을 다녔어요. 여행을 마친 후 캐나다 이민을 결심했는데, 기존에 하던 경영 전략이나 마케팅 업무를 영어로 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새로운 커리어를 고민하던 중, 당시 컴퓨터 사이언스를 공부하던 남편이 개발자로 커리어를 정하면서 저에게도 추천을 해줬어요.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기초 수업을 들었는데, 배우다 보니 점점 흥미가 생겼고 결국 개발자의 길을 선택하게 됐죠.

 

Q. 당시 IT 공부를 하면서 어려움들도 많았을 것 같아요.

가장 힘들었던 건 수학과 영어를 동시에 공부해야 했다는 점이었어요. 저는 국문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수학 개념이 약했고, 전공 서적을 영어로 읽고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았거든요.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었지만, 좋은 멘토님들과 교수님들의 도움이 큰 힘이 됐어요.



UBC에 함께 입학한 후 2023년 5월 같은 날에 졸업한 배우자 임현욱 씨, 부모님과 함께 졸업식에서 포즈를 취했다.

 

Q. 졸업 후 IT 업계에 취업하기까지,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쳤나요?

저는 졸업 후 약 6개월 만에 마이크로소프트에 취업했어요. 취업 준비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건 대외활동이었어요. 같은 학위를 가진 사람들은 기본적인 전공지식이 비슷하잖아요. 그래서 ‘내가 얼마나 열정을 갖고 추가적인 노력을 했는가?’가 차별화 요소가 되더라고요. 저는 해커톤(프로그래밍 경진대회)과 인턴십을 통해 실전 경험을 쌓았고,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멘토링을 받았어요. 해커톤은 짧은 시간 안에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협업 능력을 기를 수 있었고, 결과물을 포트폴리오로 남길 수도 있었어요. 특히, 기업에서는 학업 성취도보다 ‘실제로 무엇을 만들었는가?’를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이런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됐어요.

 

Q.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어떤 활동을 했나요?

제가 참여했던 곳은 KDD(Korean Developers and Designers)라는 밴쿠버 한인 개발자 커뮤니티였어요. IT 업계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저에게는 업계 동향을 파악하고, 실무자들의 경험을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어요. 월간 모임이나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하면서 취업 준비와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이곳에서 만난 멘토를 통해 첫 인턴십 기회도 얻었어요. 그 경험이 후속 취업으로 이어지는 결정적 계기가 됐죠. 그래서 지금은 저도 멘토로 활동하면서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어요.



안혜선 씨는 시애틀 한인 개발자 모임 '창발'에서 회장을 맡고 있다.

 

Q. 시애틀 이직 후에도 한인 개발자 모임 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네, 지금은 시애틀에서 ‘창발’이라는 한인 개발자, 디자이너, IT 전문가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올해부터 회장을 맡아 컨퍼런스, 멘토링, 한인 자녀들을 위한 IT 커리어 프로그램 ‘로드 투 테크’ 등을 준비하고 있고요. 해커톤도 새롭게 기획 중이에요. 현재 약 1800명의 회원들이 함께하고 있어요.

 

Q. 개발자로서 취업을 준비할 때, 기술적인 역량 외에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요?

개발자의 논리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기술적인 질문에 명확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영어 실력도 기본적으로 필요해요. 특히, 면접관들이 다양한 국적을 가지고 있어서 여러 억양에 익숙하지 않다면 당황할 수도 있어요. 저는 인터넷 모의 면접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억양에 익숙해지도록 준비했어요.

 

Q. 면접 팁이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면접을 평가받는 자리라기보다 또 하나의 연습 기회라고 생각하면 긴장이 덜해요. 저는 면접관을 ‘미래의 동료’라고 생각하면서 협업하는 자세로 접근하려고 했어요. 알고리즘 문제를 풀 때도 그냥 답만 말하는 게 아니라, 제 솔루션의 방향을 설명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대화하듯 진행했어요. 이런 방식이 자연스럽게 면접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 주더라고요.

 

Q. 캐나다와 미국 IT 업계의 근무 환경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궁금해요.

캐나다는 가족 중심적인 문화가 강해서 개인의 워라밸을 중요하게 여겼어요. 반면, 미국에서는 성과와 결과를 더 강조하는 분위기가 강했어요. 저는 더 도전적인 환경에서 성장하고 싶어서 미국으로 이직했지만, 캐나다의 협업적이고 안정적인 근무 환경도 장점이 많았어요. 그래서 언젠가 다시 캐나다에서 일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어요.



마이크로소프트 사내 해커톤 대회에서 본인이 개발한 팀즈 프로젝트를 동료 직원들에게 소개하고 있는 모습.

 

Q. 비전공자가 IT 업계에 취업하는 것은 흔한 일인가요?

확실히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대학들도 이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늘려가는 추세고요. UBC에서는 비전공자도 BCS(Bachelor of Computer Science) 과정을 통해 컴퓨터 사이언스를 배울 수 있어요. 다른 많은 대학들도 세컨드 디그리(Second Degree)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비전공자들이 IT 업계로 진입할 기회가 점점 더 확대되고 있는 것 같아요.

 

Q. 돌이켜 보면 IT 업계로 전환한 결정이 옳았다고 생각하나요?

IT 업계로의 전환은 좋은 결정이었어요. 특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원격으로 일할 수 있다는 점이죠. 코로나가 잠잠해진 이후 다른 직군에서는 다시 사무실로 복귀하는 경우가 많지만, 개발직은 여전히 원격 근무가 가능하고, 비교적 자유로운 업무 환경을 유지하고 있어요. 저는 시간을 유연하게 쓰고, 여행을 다니며, 스스로 일하는 방식을 조율할 수 있는 삶을 원했고, 개발자는 그런 생활을 가능하게 해주는 직업이에요.

 

Q.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IT 업계에 도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강점을 알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마케팅과 경영 전략 경험을 바탕으로 인터뷰를 봤고, 면접관이 오히려 이런 배경을 강점으로 평가해 주기도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비전공자라는 점이 약점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수 있는 강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UBC 하늬바람 14기 학생 기자단

김예설 인턴기자 yeseoll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