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9월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있는 리드(Reed)대학. 폴 잡스와 클라라 잡스 부부는 아들을 차에 태우고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에서 1000㎞를 달려왔다. 아들이 대학에 입학하는 날이었다.
하지만 입양아인 아들은 "부모가 있다는 걸 누가 아는 게 싫다"며 학교에 못 들어오게 했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지난 24일 발간된 자서전에서 '나를 위해 평생을 희생하신 분들인데, 내 인생에서 가장 부끄러운 순간이었다'고 뒤늦게 후회했다.
스티브 잡스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와 더불어 IT(정보기술)로 세상을 바꿔놓은 천재(天才)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어려서부터 '컴퓨터 도사'급 실력을 자랑했지만 인간관계는 서툴고,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건 이들의 부모가 자녀의 천재성을 일찌감치 알아채고 남다르게 교육했다는 점이다.
1. 천재성을 일찍 깨워라
페이스북을 창업한 저커버그의 부친은 치과 의사, 어머니는 정신과 의사였다.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던 부친은 아들이 9세 때부터 프로그래밍을 가르쳤다. 아들의 실력이 자기보다 뛰어난 걸 알고는 11세 때 소프트웨어 전문 개발자를 가정교사로 채용했다. 아들이 중학생이 되자 집 근처 머시 칼리지(Mercy College)대학원의 컴퓨터 강좌에 보냈다. 당시 교수가 "강의실에 아이를 데려오면 안 된다"고 하자 저커버그 아버지는 "내가 아니라 우리 아들이 학생"이라고 답했다.
스티브 잡스의 부친은 고등학교를 중퇴한 자동차 수리공이었다. 잡스가 전자회로에 관심을 보이자 아버지는 주말마다 아들 손을 잡고 중고 부품상을 찾아가 라디오·전축 등을 만드는 데 필요한 부품을 구해줬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잡스 부모는 이웃에 사는 엔지니어에게 초등학생 잡스를 보내 마이크와 스피커의 작동 원리 등 전자공학의 기초를 배우게 했다. 나사(NASA)연구소에 데려가 대형 컴퓨터를 보여주자 잡스는 첫눈에 반해 장차 컴퓨터 사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한다.
2. 최상의 교육 환경을 만든다
MS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는 시애틀에서 은행장을 지낸 할아버지와 변호사 아버지, 교사인 어머니를 둔 부유한 환경에서 태어났다. 그는 7세 때 집에 있던 백과사전을 다 외워 부모를 놀라게 했다.
부모는 그를 시애틀 최고의 명문 사립학교인 레이크사이드 스쿨에 보냈다. 게이츠 부모는 1967년 학부모회를 통해 이 학교에 컴퓨터 단말기를 기증했다. 그 덕분에 다른 아이들이 컴퓨터를 본 적도 없었을 때 게이츠는 학교 전산실에서 밤늦도록 컴퓨터를 만지며 놀 수 있었다. 저커버그는 최고 명문 기숙학교 중 하나인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를 졸업했다. 미국 16대 대통령 링컨도 아들을 보냈던 명문. 그는 프랑스어·히브리어·라틴어·고대 그리스어를 구사하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컴퓨터 천재였다. 대학 시절엔 호머의 일리아드를 자주 인용하는 컴퓨터 괴짜로 통했다. 아버지의 영재교육 덕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