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이유
캐나다 통계청이 발표한 인종 다양성 분석조사(Ethnic Diversity Survey) 결과에 따르면 외견상 소수민족(visible minorities)의 경우 5명중 1명 꼴로 인종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물론 캐나다는 피부색으로 인한 차별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인종 차별 문제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또, 인종차별 문제는 복합문화주의로 대변되는 캐나다 통합이념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주류사회 내에서도 언급자체를 꺼릴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소수민족의 약 20%가 피해를 경험했다는 사실은 유무형의 인종차별이 엄연히 존재하며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특히 통계청의 설문조사에 응답한 사람들이 직장이나 구직 신청 시 차별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지적한 점에 비추어 보면 고질적인 차별의 병폐가 교묘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편견으로 인한 피해가 일상화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민족문화가 각각의 주체성과 다양성을 토대로 효과적으로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공존하는 이유라는 점에서 보면 차별이 없어져야 하는 이유를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을 듯하다. 피해를 당했다는 입장에서 보면 사실 '외견상 눈에 띄는 소수민족(visible minorities)'이라는 단어 자체도 평소보다 더 싸늘한 뉘앙스로 다가 올 정도다.
이울러 우리는 주류사회의 소수자 차별에만 발끈하지 말고 이러한 일상적 편견과 차별이 소수 민족간에서도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어떤 민족은 시끄럽다든지, 어떤 민족은 지저분하다든지, 어떤 민족은 무식하다든지라는 편견에 사로 잡힌 채 소수민족 간에 발생하고 있는 인종 차별적 요소도 타파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엽전들은 할 수 없다'는 비아냥과 함께 한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소란도 다시 보아야 한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정도 심각한 한인들 사이의 차별적 요소는 각종 투서와 탄원이 난무하고 정도가 지나쳐 아예 안하무인 (眼下無人)식으로 나오는 '막가파'도 있다. 이 같은 막무가내식 우격다짐에는 자신의 주장 관철만 있을 뿐 소수 민족인 한인사회가 함께 공존해야 하는 이유 같은 것은 없어 보인다. 과연 이것이 한국 사람들의 수준과 관련된 일시적 문제일까?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