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와 토론토에서 평균 1베드룸 아파트를 ‘적정 주거비’ 수준에서 감당하려면 연소득 7만8000달러 이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시간당 약 37달러에 해당하며, 많은 세입자의 실제 소득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캐나다 정책대안연구소(CCPA)가 4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주거비를 세전 소득의 30%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임금은 최저임금의 두 배 이상이다. 조사 대상 62개 도시 가운데, 최저임금을 받으며 풀타임으로 일할 경우 1베드룸 주택을 감당할 수 있는 곳은 단 8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공동 집필한 데이비드 맥도널드 CCPA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무역과 안보 이슈가 정책 의제를 차지하고 있지만, 연방과 주정부는 주거비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공동 저자인 마크 리 역시 “세입자들은 소득 분포의 하위층에 속할 가능성이 크고, 현재 저렴한 주택에 살고 있더라도 리노빅션(Renoviction)이나 철거형 퇴거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실 임대료 기준으로는 부담이 더욱 커진다. 보고서는 밴쿠버의 경우 공실 주택을 임차하려면 시간당 46달러, 토론토는 42달러의 소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장기 임차인의 상대적으로 낮은 임대료가 평균치에 포함되지 않았을 때의 수치다.
이 같은 분석은 캐나다모기지주택공사(CMHC)가 2024년 10월 실시한 임대 시장 조사에 근거한 것이다. 최근 신규 이민자 유입 감소와 임대용 주택 공급 확대에 따라 임대료는 일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RBC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밴쿠버의 2베드룸 평균 임대료는 1년 전보다 7.9% 줄어 3170달러, 토론토는 5.6% 줄어 2690달러로 집계됐다. 반면 오타와, 위니펙, 퀘벡시티 등 일부 지역은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다.
RBC 보고서는 주요 대도시에서 임대료 부담이 다소 완화됐다고 평가했지만, 팬데믹 이전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전국 대부분 도시에서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CCPA는 “임대료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특히 최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주거비 감당은 여전히 큰 격차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최희수 기자 chs@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