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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가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집값 부담이 큰 도시로 꼽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채프먼대학교 인구통계정책센터 연구진이 집필해 발표한
‘2025 세계 주택 구매력 보고서’(Demographia International Housing
Affordability)에 따르면, 밴쿠버는 집값이 ‘도저히
감당 불가’(Impossibly Unaffordable)한 도시로 평가됐다.
이번 보고서는 캐나다를 포함해 호주, 홍콩, 아일랜드, 뉴질랜드, 싱가포르, 영국, 미국 등 8개국 95개 도시를 대상으로, 중위 주택 가격과 중위 소득의 비율인 ‘중위 배수’(median multiple)를 기준 삼아 주거 부담
수준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중위 배수에 따라 도시의 주거 부담도를 다음의 다섯 단계로 구분했다.
▲3.0 이하: 감당 가능(Affordable) ▲3.1~4.0: 다소 감당 어려움(Moderately unaffordable) ▲4.1~5.0: 심각하게
감당 어려움(Seriously unaffordable) ▲5.1~8.9:
매우 감당 어려움(Severely unaffordable) ▲9.0 이상: 도저히 감당 불가(Impossibly
unaffordable).
밴쿠버의 중위 배수는 11.8로, 홍콩(14.4), 시드니(13.8), 산호세(12.1)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높았다. 이는 밴쿠버의 중위
주택 가격이 중위 소득의 11.8배에 달한다는 의미다. 또한
이번 조사에 포함된 캐나다의 다른 도시들의 중위 배수는 토론토 8.4, 몬트리올 5.8, 오타와-가티노 5.0, 캘거리 4.8, 에드먼턴 3.7 순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현재와 같은 수준의 주거 부담은 30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1990년대 이전만 해도 고소득 국가에서 중산층의 내 집 마련은 일반적인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특히
도시 외곽 개발을 제한하는 ‘도시 확장 억제 정책’(Urban
Containment Strategies)이 시행된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정책은 도시 외곽의 주택용 토지를 제한해 공급을 줄이는 대신, 도심 밀도를 높이는 개발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밴쿠버를 포함한 전 세계 고비용 도시들에서 이러한 정책이 널리 시행되고 있으며, 그 결과 주택 가격이 중위 소득의 9~15배 수준까지 치솟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산층은 더 저렴한 지역을 찾아 도시를 떠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특히 캐나다와 미국에서는 도시 중심을 벗어나 이주하려는 가구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BC주의 경우 광역 밴쿠버뿐 아니라 거의 모든 도시에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며, 주거 위기의 영향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가장 비싼 시장에서 근본적인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 한, 더 나은 삶의 질을 원하는 가구들은 계속해서 다른 지역으로 떠날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인구 이동이 단기적인 현상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결과이고, 근본적인 제도 개혁 없이는 이탈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주거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뉴질랜드의 사례가 제안됐다. 보고서는 최근 뉴질랜드 정부가 도입한 주택 개혁 정책은 도심 외곽(suburban·exurban) 지역의 토지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이로 인해 주거 부담이 실질적으로 완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이러한 모델은 다른 나라에서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며, 전 세계 주요 도시 주택 정책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손상호 기자 ssh@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