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방문했는데도 거리의 모습이 충격적이었고, 그곳에서 전혀 안전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밴쿠버를 방문한 한 관광객이 최근 밴쿠버 차이나타운을 방문한 뒤 여행 플랫폼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에’ 남긴 내용 중 한 부분이다.
밴쿠버의 노숙인 문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대표 슬럼가인 다운타운 이스트 사이드나 차이나타운은 물론 심지어 UBC 밴쿠버 캠퍼스에서도 노숙인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이에 주정부와 밴쿠버시 당국은 매년 노숙인과 관련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이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밴쿠버 시에서 집계한 통계 자료에 의하면 밴쿠버 시의 노숙인 수는 2017년 이후 급격히 늘어나더니, 2020년 기준 3000명 이상이 집 없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자선 단체인 유니온 가스펠 미션에 따르면 실제 노숙인 수는 통계보다 두세 배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들이 자신의 상황을 숨기거나 조사를 피하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노숙인의 수를 줄이는 문제는 인간의 존엄과 직결된 사안이기에, 정부의 보다 조심스러운 접근이 요구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여름 다운타운 이스트 사이드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소방 당국이 이스트 다운타운 길거리에 설치되어 있는 텐트를 모두 치우라고 명령해, 이 지역의 노숙인들로부터 많은 반발을 일으켰다.
이에 하늬바람 학생기자단은 밴쿠버에 거주하고 있는 20대 학생 세 명에게 노숙인과 관련해 불편했던 경험이 있는지, 그리고 본인들이 생각하는 해결 방안에 대해 물어봤다.
노숙인과 관련된 불편한 일을 겪은 경험이 있는가?
E 군(UBC 심리학과 2학년): 며칠 전 밤, 귀가를 위해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중 노숙인이 갑자기 나타나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의 말이 알아듣기가 어렵고 무서운 생각이 들어 무시했더니, 나에게 소리를 지른 적이 있었다.
P 군: 스카이트레인 역에 경찰들과 응급 구조대원이 모여 있길래 무슨 일인가 하고 보았더니, 노숙인 한 명이 역 안에서 사망한 모습을 목격했다. 시신이 운구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고, 그 장면이 계속 뇌리에 남아 하루 종일 기분이 찝찝했던 적이 있었다.
S 양(UBC 국제관계학과3학년): 파트타임 일을 위해 커머셜 브로드웨이역 개찰구에 들어가려던 중, 정신적으로 불안정해 보이는 노숙인이 자신을 죽이지 말라고 소리치면서 내게 달려든 적이 있다. 무서워서 재빨리 카드를 찍고 개찰구 문 안으로 들어왔는데, 그 노숙인이 나에게 플라스틱 컵을 던졌다. 컵을 맞고 놀라서 뒤를 돌아봤더니, 그 사람은 아직도 나를 보며 씩씩대고 있었다. 무서워서 눈물이 났다.
혼자 도시를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안전하다고 느끼는가?
E: 캠퍼스나 밴쿠버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안전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다운타운 이스트사이드나 차이나타운은 치안이 좋지 않아 특히 밤에는 절대 혼자 걸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P: 작년 밴쿠버 이스트사이트 근처를 지나가던 중 동행인이 이 곳이 노숙인이 많이 사는 거리라고 말해준 적이 있다. 밖을 보니 실제로 마약을 했는지 허리가 꺾인 채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낮이었지만 내가 저 길에서 걷고 있었다면 안전하다고 느끼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S: 그나마 캠퍼스는 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앞서 언급한 일을 겪고 나니 학교 내 시설에서나 등교하는 버스에서도 노숙인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어, 캠퍼스도 완전히 안전한 공간이라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밴쿠버 내 노숙인 수가 증가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E: 가장 큰 이유는 부족한 취업 기회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물가도 치솟으면서, 이들도 견디며 생활하기에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몇몇은 마약에 빠져, 자기 자신을 돌보기가 더욱더 어려워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P: 실업 때문에 노숙인들이 길거리에 나앉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정신 건강에 대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도 큰 이유일 듯하다.
S: 급증하는 렌트비와 집값, 마약 중독과 도박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할 방안이 있다면?
E: 경찰의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궁극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보이고, 정부가 그들에게 더 많은 취업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정적인 도움만이 아니라, 다시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심리 상담이나 재활 프로그램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P: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방안이 있다고 생각한다. 노숙인들이 느끼는 취업의 장벽을 낮추고, 취업 시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방법과 같은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부 차원에서 형평성 등의 문제는 고려해야 할 것이다.
S: UBC에서는 노숙인들이 자주 보이는 정문 쪽 샤퍼스 드럭 마트 근처와 네스트(Nest), 도서관 근처의 보안을 강화했으면 좋겠다. 나아가 BC 주에서 노숙인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도입해오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들의 재활과 취업을 도울 수 있는 정책들이 더 많이 시행되면 좋겠다. 또한 노숙인들이 크게 늘어난 이유 중 하나인 집값을 잡으려는 BC 주의 노력도 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UBC K.I.S.S. 12.5기 하늬바람 학생기자단
김재영 인턴기자 stellaella.k.2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