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 준비하다가 배탈이 난 적 있으니까 '내 배 아파서 낳은' 거 맞아요."

환경부가 주최한 환경공간 정보 우수 논문 공모전에서 학생부 최우수상인 환경부장관상을 여대생 3명이 받았다. "우리끼리 해보자고 방학 내내 매달렸어요. 석·박사 팀을 모두 이겨서 우리도 놀라긴 했지만, 열심히 했거든요." 건국대학교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3학년 조은(21)·박신영(21)·전강희(20)씨는 통쾌하게 웃었다.

정부 주최 공모전에서 박사과정생이나 대학원생이 아닌 학부생이 최고상을 받은 것은 이례적이다. 전국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6팀이 최종 경합했다.

세 여대생의 지난여름은 '흙과 치른 전쟁'이었다. 이들이 낸 논문은 '환경부 토지이용 정보를 이용한 서울·경기 지역의 미래 기후변화에 따른 토양유실 예측 및 평가'. 이를 위해 7월 말부터 한 달 반 넘게 하루에 5시간 이상씩 주말도, 밤낮도 없이 매달렸다. 특히 7월에 발생한 서울 우면산 산사태와 같은 참사를 미리 막을 방법을 찾기 위한 논문이어서 언론 보도도 샅샅이 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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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논문 공모에서 석·박사 팀들을 제치고 학생부 최우수상을 받은 건국대 조은·박신영·전강희씨.(왼쪽부터) /건국대 제공
 
이들은 "초등학생 교육용 프로그램으로 나온 과학 교재부터 해외 학회지에 나온 영어 논문까지 200편이 넘는 각종 자료를 찾아 분석했다"고 했다. 그리고는 석·박사과정 선배들이 사용하는 연구실에서 눈치를 보며 지리 공간 정보를 분석·가공해주는 지리정보시스템(GIS) 프로그램을 돌려 자료를 차곡차곡 쌓아나갔다.

이렇게 작성한 논문의 요점은 '2080년대까지 지속적으로 한반도의 강수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서울 지역, 특히 북한산과 불암산 일대에서 토양 유실에 따른 위험이 커지므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강희씨는 "전국을 대상으로 삼고 싶었지만 시간이 부족해 일단 서울·경기만 분석했다"면서 "앞으로 자료를 더하고 보완해 전국을 대상으로 산사태 위험을 분석해 볼 작정"이라고 했다.

세 친구는 "논문 때문에 취업 준비는 좀 소홀해졌지만 하고 싶은 일을 했으니 후회는 없다"고 했다. "토익 점수가 형편없이 나왔어요. 하지만 뭐, 상관없어요. 토익에만 매달리기엔 우린 너무 젊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