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인물 1위’와 ‘대학생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외국계 기업 1위’ 사이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구글코리아의 김태원(31)씨다. 넉넉지 못한 가정환경 탓에 유학은커녕 그 흔한 해외연수 한번 다녀오지 못한 그는 구글코리아에 대학 졸업예정자 신분으로 입사한 최초의 인물이다. 열정과 꿈을 원동력으로 이 시대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전달하는 ‘젊은 구글러(Googler·구글 직원)’를 이메일로 만났다.

―포탈 검색창에 '김태원'을 치면 직업이 '작가'라고 나옵니다.

"작가라는 단어가 제 이름 앞에 붙는 것이 많이 부담스럽고, 또 부끄럽기도 합니다. 책을 쓰면서 제가 얻은 것은 작가라는 '지적 의상'이 아니라 제 스스로가 '책'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좋은 책 한 권을 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게 됐고, 다른 사람의 책도 더 사랑하게 됐죠. 덕분에 독서를 더 많이 하게 됐어요."

그는 구글코리아 입사 다음해인 2007년부터 '생각을 선물하는 남자', '잘 나가는 회사는 왜 나를 택했나', '젊은 구글러의 편지' 등 5권의 책을 펴낸 베스트셀러 작가다.

―대학생활이 굉장히 열정적이었다고 하던데요.

"열정이라는 말은 그 속에 '즐거움'을 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평범한 대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학생기자 신분으로 한 동아리를 인터뷰하다가 부러울만큼 즐겁게 대학생활을 하는 그들의 모습에 큰 자극을 받았습니다. 저도 그들처럼 대학생활을 즐겁게 하고 싶었죠. 그때부터 달라졌습니다. 다양한 공모전에 도전했고, 좋은 결과를 많이 얻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런 저의 대학생활을 열정적이었다고 표현하는데, '즐거웠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한 것 같습니다. 저는 최선을 다해 삶을 즐기고, 사랑하고, 고민하는 것이 제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도 그는 '열정적'으로 살고 있다. 각종 기업과 정부기관, 대학, 초·중·고교 등에서 창의적 사고, 열정, 동기부여, 학창생활, 글로벌 인재상 등에 관해 강연을 한다.

―대학 졸업 당시 내로라하는 국내 기업 5곳의 입사 시험에도 합격했다고 하던데요, 왜 구글을 선택했나요?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갈 수 있는 기업에서 일하고 싶었습니다. 글로벌 감각을 키울 수 있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문화가 있는 기업이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람도 있었고요. 그런 회사를 찾던 중 구글을 알게 되었습니다. 입사한 지 벌써 5년이 넘었는데, 구글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구글엔 도전과 새로운 변화가 늘 함께하거든요."

―청소년들의 멘토로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많죠?

"한번은 소위 '엘리트'라고 불리는 청소년들에게 강의를 하러 갔습니다. 이들은 과연 어떤 꿈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대답을 듣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미래를 이끌어가야 할 청소년들의 꿈이 부모님 세대가 청소년 때 꾸던 꿈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최근 몇십 년 동안 세상은 엄청난 속도로 변했는데, 왜 우리 청소년들의 꿈은 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리더'를 꿈꾸는 청소년들도 많습니다.

"물론 그렇죠. 그런데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영어'라고 대답합니다. 저는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매우 기본적인 것부터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분석력과 창의력 같은 깊이 있는 사고력,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협력하는 태도, 다양성에 대한 존중 말입니다. 그것들을 바탕으로 영어(외국어)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죠."

―'미래의 김태원'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합니다.

"저도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어려운 집안 형편과 저조한 학교 성적 때문에 스스로의 가능성을 한계 짓는 바보같은 시간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여러분을 응원하고 있답니다. 스스로가 매우 중요한 존재이며,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마트에 가서 애호박을 관찰해보세요. 저마다 다른 곡선을 가졌지만, 모두가 자연스럽습니다. 다양한 모양과 곡선을 가진 애호박은 존재 그 자체로 아름답지요. 모두 다르지만, 모두 자연스러운 애호박! 저는 여러분이 '애호박'이 되기를 바랍니다. 자신만의 곡선이 가장 자연스러운 곡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