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도덕성
캐나다의 산업부 장관으로 연방 자유당내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알랜 락(Allan Rock) 장관의 정치생명이 위기에 처했다.
그는 연방 자유당 핵심 장관 중 하나로 금년 초에는 차기 총리로 확정적인 폴마틴과 당수 경쟁을 벌이기도 한 거물 정치인이다. 1997년 보건부 장관에 임명된 후 그는 의료보험의 기본정신을 옹호하고 모든 국민들이 보다 낳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청소년들에게 마케팅을 하는 담배회사를 공격하고, 자신의 전립선 암을 이겨내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었다.
지난 2002년 1월부터 보건부 장관에서 산업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락 장관은 그러나 2년전 저지른 실수 때문에 요즘 곤혹을 겪고 있다. 2001년 보건부 장관 시절 뉴 브룬스윅의 부호인 어빙(Irving) 가족이 제공한 공짜 휴가를 다녀온 것이 최근 알려진 것.
이 때문에 락 장관은 의회에서 이례적으로 내각과 국민에게 사과를 했지만, 야당측은 락 장관의 사퇴를 종용하고 있다. 락 장관이 받은 공짜 휴가는 비행기와 별장 투숙 등을 포함해 2만 달러(한화 약 17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연방 윤리규정에 따르면 내각의 장관들은 2백 달러 이상의 선물은 받지 못하게 되어 있으며, 외부 향응을 제의 받았을 경우 공직자 윤리 위원회의 카운셀러와 상담을 하도록 되어 있다.
락 장관도 공짜 여행에 대해 막바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지난 2002년 5월 공직자 윤리 상담관 하워드 윌슨에게 털어놓았으며, 어빙 가족과 관련된 어떠한 정책결정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락 장관 뿐 아니라 뉴 브룬스윅 주장관과 연방 수산부 장관도 어빙 가족의 별장을 이용했다고 밝혔으나, 공직자의 윤리에 위배되는 일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일련의 일들을 보면서 캐나다 공직자들과 한국 공직자들의 도덕성이 새삼 비교되었다. 백억이 넘는 자금을 받았으면서도 부인할 수 없는 증거가 나올 때까지 모른다고 거짓말하는 국회의원. 11억을 받아 생활비로 몇 억씩 썼다는 대통령의 집사. 그런 검은돈의 실체를 수사하는 검찰에게 항의 전화하는 다수당 대표. 현실이 이러니 국민들에게 공직자 사회는 억 단위가 안되는 돈은 뇌물 취급도 받지 못하고, 웬만한 불법은 당연시 여기는 별세계로 보일 수밖에 없다.
도대체 한국 공직자들의 윤리수준은 얼마나 낮은 것일까? 자신의 잘못이나 뇌물 수수가 만천하에 밝혀져도 그것을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는 사람은 드물고 오히려 큰소리 치는 이른바 공인들은 자신을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아닌 국민 위에 군림하는 특권층으로 생각하는 듯 하다. 세치 혀로 만이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 앞에 낮아지고, 청렴하고 강직하게 맡은바 소임을 다하는 공직자가 그리운 세상이다.
<김정기 기자 eddie@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