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에서의 넛지(Nudge)효과: 좋은 넛지, 나쁜 넛지


넛지(Nudge)는 원래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는 뜻으로 누군가의 강요가 아닌 자연스런 상황을 만들어 사람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을 말합니다. 이 단어는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탈러 시카고대 교수와 카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공저로 출판한 <넛지>라는 책에 소개되어 한국인들에게도 유명해진 말입니다. 또한, <넛지>의 공동저자인 선스타인 교수는 오바마 정부에 금융, 환경 등 각종 규제를 총괄하는 직책으로 합류하여 미국 내 넛지 바람을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남자화장실 소변기에 파리가 그려진 스티커를 붙여 보았더니 소변기 주변으로 소변이 튀는 양이 80%나 줄었다는 사례가 행동경제학에서 설명하는 넛지의 대표적인 긍정적인 사례입니다. 벌금을 매기겠다는 식의 강요가 아닌 파리 한 마리의 그림이 사람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 것입니다. 긍정적인 사례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분주한 다운타운의 지하철역에 가면 에스컬레이터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생긴 긴 줄을 한번쯤 보셨을 것입니다. 한편 에스컬레이터 옆의 계단은 상대적으로 한산합니다. 젊은 사람들은 계단을 이용하라는 말을 아무리 해도 상황은 바뀌지 않습니다. 스톡홀름의 마케팅 기획자들은 한 계단을 피아노처럼 만들어 계단을 밟을 때 피아노 소리가 나게 했고, 이 캠페인을 통해 계단의 이용률이 평상시보다 66%가 증가했습니다.

 

이렇게 좋은 사례들만 들면 독자들은 넛지를 긍정적으로 단정하여 받아드릴 터이니 나쁜 넛지의 사례도 들어보겠습니다. 넛지의 저자인 리차드 탈러 교수가 직접 사례를 들었더군요. 시카고에서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 표를 사려고 유나이티트 항공사 웹사이트에 접속했을 때 푯값을 결제하기도 전에 여행보험을 원하는지를 물어보는 화면이 나왔는데 이런 식으로 거듭 의사를 묻고 확인하는 건 소비자가 정말로 큰 실수를 할 지 모를 때나 정당화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유나이티드 항공사는 한술 더 떠, 결제 전에 비행기 표에 관한 보험구매여부를 묻는 옆에 /아니오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 뒤, ‘버튼 옆에 강조표시까지 해 놓았고, ‘아니오를 선택했을 때의 위험에 대한 과도한 설명까지 덧붙여 놓았다고 합니다 고작 300달러 비행기 푯값에 여행 보험료는 20.13달러를 지불해야 하고 예약을 취소/환불할 때 보험료 환불을 받으려면 여행 72시간 이내에 의사의 진단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규정까지 있었을 뿐 만 아니라, 의사진단서 없이 자동으로 보험료까지 환불되는 비행기 푯값은 따로 856달러에 판매하고 있었다고 합니다이 경우 여행보험은 고객의 불안을 조장해서 부가수익을 높이는 데 활용된 나쁜 넛지입니다.

 

장황하게 넛지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을 드린 것은 근래에 밴쿠버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신문기사나 분양광고를 볼 때면, 부동산칼럼을 쓰는 저자로서 이러한 신호들이 좋은 넛지인지, 나쁜 넛지 인지로 작용할 지에 대하여 여러분들과 고민을 공유해 보기 위해서입니다.  

 

1126일자의 밴조선 기사인 ‘BC주 주택시장 구매자에게 유리해진다라는 기사는 25일자의 CTV news Global news의 기사를 인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 언론의 기사들은 신용조합 센트럴1이 발표한 BC 주택경기전망보고서를 인용하면서, 2020년에는 메트로 밴쿠버지역의 부동산 거래량이 13% 반등하고 2021년에는 4% 상승할 것이며, 거래가격 또한 2018년도 $740,000 달러에서 달하던 메트로밴쿠버 지역의 주택평균(중위)가격이 2019년에는 7% 하락한 $690,000달러인데, 2020$715,000달러 및 2021$760,000달러로 회복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이는 모기지이율의 하락, 낮은 렌트 공실률 및 경기회복을 근거로 삼고 있습니다.

 

저자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기사를 부동산 투자 고객의 투자심리를 건드리려는 미끼넛지로 생각합니다. 침체된 부동산시장에 지쳐 있는 투자자와 실수요자들의 옆구리를 슬쩍 찔러서 부동산 구매를 조장하기 위한 마케팅 활동이라는 평가입니다. 이러한 저자의 판단 근거는 첫째, Central 1 이라는 업체가 Credit Union 이기 때문입니다. 신협은 모기지대출을 통해 수익을 보는 기업입니다. 부동산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날 때 수익을 보기 때문에 긍정적인 신호를 마켓에 주기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Central 1 Credit Union은 설립연도가 10년도 채 되지 않는 신생금융기관입니다. BC주에는 겨우 한 개의 branch office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기관의 분석보고서를 도대체 평가하고 기사화할 대상이 되는지조차 의심스럽습니다. 셋째, 보고서에서 가격상승 및 거래량 증가의 근거로 삼고 있는 인구증가, 모기지이율하락 및 낮은 공실율 등의 요소들은 물론 시장에 긍정적인 요소입니다. 그러면 반대로 부정적인 요소들이 있겠지요. 15~18년 사이에 이루어진 BC주 역대 최대의 콘도 분양, 외국인특별세, 디플레이션의 우려가 있는 경기침체 등의 영향에 대해서는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좋은 넛지인지, 나쁜 넛지인지 판단이 모호할 때도 있습니다. 근래의 분양광고들은 어떨까요? 최근에 코퀴틀람 로히드타운센터 주변에 대대적으로 분양을 예고하고 있는 콘도들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한인타운의 중심, 로히드역까지 도보 5,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 탁트인 리버뷰 등과 같은 이성적인 판단을 유도하는 메리트를 제시하며 은근 슬쩍 투자자와 실수요자들의 옆구리 찌르기를 시전하는 PR들이 많습니다. 구매자의 옆구리를 찌르는 분양업자와 중개업자가 실제로 그렇게 장점들을 모두 믿고 분양을 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3~5년 후 입주 시에 콘도가 실제로 훌륭하게 지어져 주변 콘도에 비해 평판도 좋고 시장도 좋아져 가격이 상승기를 맞아 주변 콘도보다 더 높은 가격을 받게 되면 대박을 터트린 것이겠지요. 하지만, 계약서에 숨겨진 전매제한조항을 사전에 설명하지 않거나 모델하우스의 가구와 시설과는 다르게 입주한 콘도의 내용이 조악하거나 바닥/벽면 두께가 얇아 소음에 시달린다면 사기를 당했다고 고민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가 발생하면 나쁜 넛지에 낚인 꼴이 됩니다.

 

그렇다면 나쁜 넛지에 낚이지 않으려면 어떤 광고, 어떤 프로모션, 어떤 분양, 어떤 중개인을 믿어야 할까요? <넛지>의 저자 리처드 탈러 교수의 말을 다시 한번 들여다 보시길 권합니다.

 

• 모든 넛지는 투명해야 하고, 절대로 상대방을 오도해서는 안 된다.

넛지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면 쉽게 빠져나올 수 있어야 한다. 마우스 클릭 한 번만으로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가장 좋다.

넛지를 통해 유도된 행동이 그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든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저자가 살펴볼 때에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분양회사와 중개인은 유리한 정보 만 제공하고 불리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시끄러운 #1 하이웨이의 소음에 24시간 노출되어야 하는 경우, 상대적으로 9” 이상의 층고를 제공하는 주변의 콘도와 달리 층고가 낮은 경우, 바닥/벽면 소음재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 건설사가 고층 콘도 건축 경험이나 대단지 콘도타운의 건축 경험이 없는 경우, 전매에 따른 높은 전매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숨긴 경우, 발코니가 없는 콘도 유닛의 공조문제, 입주 후 조망권의 제약사항, 유리외벽으로 구성된 콘도유닛의 일조시간 등과 같이 미래의 콘도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 까지의 정보를 충실히 고려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불리한 환경과 저렴한 분양일수록 당연하게도 전매조건이 까다롭고 전매비용이 크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속아서 분양받은 구매자를 끝까지 잡아 놓아야 하니까요.

 

이번 칼럼에서는 넛지라는 행동경제학의 이론을 통해 부동산시장을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구매자의 후회부동산 투자에서의 동조화 행동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근래에 중개문의를 하시는 분이나 칼럼에 대한 의견을 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해외 출장이 많은 관계로 가급적 이메일(happyjaylim@gmail.com)으로 먼저 연락주시면 성실히 답변해드리겠습니다.

 

임재오 리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