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구매자의 후회(Buyer’s remorse)와 합리화(Rationalization)
미국 아마존닷컴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제프 베조스는 30이 넘어
월스트리트의 잘나가는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창업을 감행했습니다. 그는 훗날에 창업을 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답을 하였다. “내가 먼 훗날 나이가 들어 살아온 인생을 뒤돌아 볼 때 어떤
결정을 가장 후회하게 될까?”를 생각해 본 결과, 설사 실패하더라도
안정에 집착하다가 원하는 일을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을 더 후회하게 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후회는 행동함에서 오는 게 아니라 행동하지 않음에서 오는 것이라는 것이 제프 베조스의 철학이라고 합니다.
후회라는 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회피하고자 하는 명제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제프 베조스와 같이 후회하지 않기 위해 창업을 하는 진취성을 발휘하기도 하는 측면도 있지만, 후회하지 않기 위해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기존에 했던 일에 비추어 현재의 상황을 애써 외면하기도 하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후회의 측면 중 소비자들이 어떤 물건을 사고 난 뒤 잘못 산 것 같아 후회를 하는데, 이를 일러 ‘구매자의 후회(buyer’s remorse)’라고 합니다. 이러한 후회는 자동차나 가구 등과 같이 거액의 자금을 들여 구매한 공산품 뿐만 아니라 부동산이나 주식과 같은 자산을 취득한 경우에도 자주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내가 산 차보다 남의 차가 더 좋아 보이고, 조금 더 나은 가구를 살 걸 그랬다거나, 이 동네 말고 저쪽 동네에 있는 집을 살걸 그랬다는 등의 후회가 그 예일 것입니다.
반면, 한편의 소비자들은 어떤 물건을 산 후에 가격이 떨어지면 “그때 꼭 필요했으니까 괜찮아.” 라던가, 또는 조금 더 나은 기능의 제품을 발견해도 “내가 산 게 더 좋아. 뭐 내 것과 별 차이가 없자나”라는 식으로 자신의 구매를 합리화하기도 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결함이 있는 구매를 합리화하는 현상을 ‘구매자의 스톡홀름 신드롬(buyer’s stockholm sysdrom)’이라고 한다. 아이폰 사용자들이 삼성갤럭시 S20의 우수한 광학카메라를 보고도 ‘아이폰은 그런거 필요없어! 내 아이폰으로도 충분히 멋진 사진이 찍히는 걸 뭐’라는 식의 애정으로 응대하는 것이 좋은 예일 것이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턱대고 나쁜 것으로 편향적인 의사를 나타내는 현상인 것이다.
부동산시장이 침체에 접어들면 2~3년 전의 부동산투자를 후회(remorse)하는 투자자들이 있는 반면, 부동산을 구매하지 않았더라면 여전히 높은 렌트비를 물어야 했다거나, 내가 투자한 부동산은 그래도 가격이 덜 떨어졌네라는 식으로 자신의 투자행동를 합리화(rationalization)하는 분들로 나뉘어 집니다.
후회에 빠진 분들은 부동산중개인을 비난하기도 하고, 중국인들을 비난하기도 하고, 캐나다 경제를 비난하기도 하고, 트럼프를 비난하기도 하는 등 외부환경에 대한 비난과 불평에서 시작하여 시장이 조금이라도 회복되면 빨리 매각하여 잘못된 현재의 상황을 벗어나려는 손절매의 경향성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투자의 제 1명제는 ‘무릎에서 사서 목에서 팔라.’입니다. 이러한 분들은 수년전 시장이 성숙기(목 또는 머리)일 때 사서 바닥을 치고 회복기(무릎)에서 파는 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좋은 물건을 조달해주는 소중한 자원이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반면, 자신의 투자를 합리화하는 분들은 잘못된 투자를 합리화하는 누를 범하는 위험에 빠지기도 합니다. 자칫 시장이 회복되면 빨리 팔아야 할 물건을 계속 들고 있는 꼴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손절매를 하여야 하는 물건을 들고 있는 분이 이런 합리화를 한다면 절망적인 상황에 계속 빠지게 됩니다. 이런 분들은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실수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투자는 계속 실패할 수 있는 확률이 높습니다.
투자결정에 있어 ‘구매자의 후회’와 ‘자기합리화’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까요? 있습니다. 철저히 이성적인 판단을 한다면 가능합니다. 후회의 두 가지 측면은 모두 심리적인 충동과 감정의 흐름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인간의 내면활동입니다. 따라서 후회를 하지 않는 인간은 없기 때문에 철처히 이성적인 판단을 한다는 것도 개인투자자들은 거의 불가능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측면에서 몇 가지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원칙은 실수를 인정하겠다는 자세입니다. 손실이 발생하면 시장의 문제나 외부환경의 문제로 치부하기 전에 자신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여 시장을 이해하고 외부환경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워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자세를 갖추면 손실로부터 미래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손실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고, 매수와 매도의 시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문제는 실수로부터 배우지 않기 때문에 계속 발생하는 것 일 테니까요.
두번째 원칙은 목표를 명확히 하십시오. 독자의 나이가 30대라면 필히 앞으로 30여년의 미래에 5~6번의 시장상승기를 경험할 것입니다. 부동산을 비롯하여 주식, 채권, 현물시장 등의 모든 자산가치의 장기적 흐름은 유사합니다. 위험성과 변동성이 상이할 뿐입니다. 현실적으로 자본의 유동성은 지난 수세기에 견줄 수 없을 만큼 넘쳐나고 있고, 조달금리인 이자는 역사이래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외부환경의 영향이 줄어들고, 투자의 내재적 요인들이 발현하는 시기가 되면 언제든 자산시장은 다시 성장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캐나다는 한국이나 일본처럼 인구절벽을 걱정하는 환경도 아닙니다. 10년, 20년, 30년 후의 투자수익률을 지금 결정하십시오. 아시는 것 처럼 현재 1백만불 상당 주택의 30년 전 가격은 10만불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구매자의 후회화 합리화’의 심리학이론을 통해 부동산구매자의 행동을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부동산 투자에서의 동조화 행동’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근래에 중개문의를 하시는 분이나 칼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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