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 오퍼레이터(Lighting Operator). 조명 오퍼레이터의 임무는 조명을 설치하고, 설치한 조명을 컴퓨터 모니터와 라이팅 보드에 연결하고, 조명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받아서 라이팅 보드에 프로그래밍한 후, 공연이 진행될 때 조명을 작동하는 일이다. UBC 연극영화과 2학년에 재학 중인 나는 지난 10월 20일 막을 내린 패트릭 고티에 감독의 ‘Death and Taxes’조명기사로 일하며 공연에 참여하게 됐다.
Theatre Course 299. 지금 내가 듣고 있는 Theatre 수업 중 하나이다. 이 수업은 UBC에서 제작하는 공연 현장에 나가서 실습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자신이 일하고자 하는 분야와 프로덕션에 사인 업을 하고 공연준비에 참여하게 된다. 조명 오퍼레이터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던 나는 단지 라이팅 보드를 다룬다는 일이 멋져 보여 조명 오퍼레이터가 되겠다고 신청하게 됐다.
그냥 앉아서 라이팅 보드에 있는 페이더들만 작동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것은 나의 큰 착각이었다. 리허설 시작 2주 전부터 조명 디자이너와 조명 학생 스태프와 함께 많게는 하루에 14시간씩, 늦게는 새벽 4시까지 극장에서 조명을 설치해야 했다. 조명 디자이너, 조명 학생 스태프와 함께 사다리 위에서 작업하는 특별 훈련도 받았다. 물론 그 훈련을 받은 학생들만 사다리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과에서 허락이 떨어진다. 고소공포증이 없다고 자부하는 나임에도 불구하고, 사다리는 너무 높았다. 무거운 조명과 렌치(wrench)를 들고 천장에 있는 조명봉(pipe)과 사다리에만 의지하여 작업해야 했다. 다행히 같이 작업하던 친구들이 내가 사다리 위에서의 공중 작업을 무서워한다는 것을 알고 땅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맡게 했다.
그렇게 조명기 설치만 2주. 조명 디자이너가 각각의 장면마다 디자인한 조명기의 수치들을 컴퓨터에 입력하기만 하면 됐다. 물론 컴퓨터에 입력하는 작업도 쉽지는 않았다. 소극장이 오래된 지라 중간에 전산문제도 많이 생겼고, 조명기 내의 전구도 자주 깨졌다. 이런 사소한 문제들이 컴퓨터 입력 프로그래밍 작업에 방해물이 됐다. 완벽한 프로그래밍을 하기까지 몇 날 며칠에 걸쳐서 작업해야 했다.
배우들과 함께 시작한 리허설. 나는 작은 부스에 무대 매니저, 음향 오퍼레이터와 함께 앉아 일을 하게 됐다. 나는 무대 매니저의 스탠바이 사인을 받고 페이더들을 작동시킨다. 무대 매니저가 “LX 82 Standby” 를 외치면 나는 “Standby”라고 답하고 ‘Go’사인을 기다린다. 5번의 리허설을 걸쳐서 나는 라이팅 보드를 작동하는 것에 익숙해졌고, 공연의 막이 올랐다.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나는 더욱 자신감에 찼고, 마지막 공연에서는 조명 작업을 하며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여유까지 갖게 됐다. 나로 인해 공연이 빛나고, 배우들의 연기가 더 돋보이게 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임했다. 사람들이 웃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내 마음까지 기쁨으로 가득 찼다. 내가 작동시키는 페이더 하나하나가 사람들의 영혼을 맑게 한다. 앞으로 내가 어떤 일을 맡게 되어 예술과 사람들의 영혼을 잇는 통로가 될 지 기대된다.
송이랑 학생기자 (연극영화과 2년) silvernabee@hotmail.com